중증 응급환자를 끝까지 치료할 역량이 없는 병원은 앞으로 응급의료기관 지위를 유지하거나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가 응급의료기관 재지정 평가에서 응급실 내원 이후 실제 수술과 처치까지 이어지는 ‘최종 진료 역량’을 핵심 평가 지표로 반영하기로 하면서 응급의료 체계 전반에 변화가 예고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2026~2029년 응급의료 현장을 책임질 기관을 선정하는 ‘응급의료기관 재지정 계획’을 발표했다. 대상은 모든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응급실 자체 시설이나 장비뿐 아니라, 중증 환자를 실제로 치료할 수 있는 배후 진료 기능을 평가 기준에 포함시킨 점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그동안 일부 병원에서는 응급실은 운영하면서도, 정작 중증 환자를 치료할 전문 인력이나 수술 역량이 부족해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온 부분이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가 심장쇼크, 뇌출혈, 복부 손상 등 중증 응급질환에 대해 24시간 수술과 시술이 가능한지 여부가 핵심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단순히 환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실제 치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체계를 갖췄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 셈이다. 최근 3년간 중증 환자 수용 실적과 함께, 해당 진료가 가능한 전속 전문의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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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결과는 향후 3년간 응급의료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선정된 기관에는 최소 3000만 원에서 최대 6억 원까지 보조금이 지원되고, 응급의료 수가 역시 차등 적용된다. 반대로 기준에 미달할 경우 지정 취소나 최하위 등급 부여 등 불이익이 따르게 된다. 재정 지원과 평가를 동시에 활용해 병원들의 실질적인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중증응급환자 대응 인프라도 함께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44곳 수준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최대 60곳까지 늘려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고, 보다 촘촘한 응급 대응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 간 응급의료 접근성 차이를 완화하는 데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필수의료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기준 강화가 병원들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 중증 응급수술을 담당하는 전문의 확보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일부 의료기관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응급의료기관 지위를 잃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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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번 개편이 오히려 응급의료 체계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외형적인 시설 기준보다 실제 치료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면서, 형식적인 응급센터를 걸러내고 진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 의료진 역시 제도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은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된 것은 외형적 기준에만 치중했을 뿐, 정작 환자를 살릴 최종 진료 과목과의 연계는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어떤 중증 질환을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의료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평가 기준 변경을 넘어, 응급의료의 본질을 다시 묻는 계기로 평가된다. 환자를 ‘받는 것’에서 끝나는 시스템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성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그리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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