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가장 기다려온 한국 드라마가 마침내 시작됐다.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가 지난 18일 첫 방송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한 남자가 시기와 질투 속에서 자신만의 평화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배우 고윤정이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모자무싸'는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 미쳐버린 인간의 평화 찾기를 따라가는 드라마다. / 뉴스1
'모자무싸' 등장인물 관계도
'모자무싸' 등장인물 관계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황동만(구교환)과 '8인회'의 관계다. 황동만은 20년째 영화감독 데뷔를 못 한 채 학원 강사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인물이다. 형 황진만(박해준)의 월세집에 얹혀살며 관리비조차 제때 못 낼 정도로 형편이 빠듯하지만, 8인회 모임에는 빠짐없이 나타나 선후배들에게 날선 비판을 쏟아낸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인물관계도. / jtbc
8인회에서 황동만과 가장 팽팽하게 맞서는 인물은 박경세(오정세)다. 고박필름 소속 감독으로 이미 영화 다섯 편을 개봉했으며, 황동만을 보면 유독 화를 못 참는다. 고박필름 대표이자 경세의 아내인 고혜진(강말금)도 8인회 멤버다. 8인회 맏형 박영수(전배수)를 비롯해 최필름 소속 감독 이준환(심희섭)·이기리(배명진)·우승태(조민국), 기획PD 최효진(박예니)까지 멤버 대부분이 이미 업계에 자리를 잡았다. 황동만만 홀로 제자리다.
황동만의 시나리오를 유일하게 알아본 변은아(고윤정)는 최필름 소속 기획PD다. 황동만과 대척점에 서 있는 최필름 대표 최동현(최원영)은 재능 있는 사람은 밀어주되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가차 없이 손절하는 능력 지상주의자다. 국민배우 오정희(배종옥)와 그의 딸이자 경세의 다섯 번째 영화 여주인공인 장미란(한선화)도 주요 인물로 이름을 올렸다.
첫 방송부터 숨 막히는 감정 충돌
지난 18일 공개된 1화는 이 인물들이 처음으로 충돌하는 장면을 담았다. 황동만이 마지막으로 기댄 곳은 영화진흥위원회 30억 제작 지원금이었다. 하지만 최종심에서도 탈락하자 늘 당당하던 황동만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바로 그 타이밍에 변은아가 황동만의 시나리오를 챙겨 갔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최동현은 황동만을 사무실로 불러 변은아 앞에서 직접 대본을 평가하게 했고, 변은아는 어쩔 수 없이 "이 대본에는 힘껏 싸우려는 주인공이 없다"고 지적했다. 곧이어 최동현이 "이제 영화 그만하라"는 말을 꺼내자, 황동만은 "내 인생이 왜 네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요?"라고 쏘아붙이며 달려들었다. 1화의 온도가 가장 높아진 순간이었다.
구교환, 믿고 보는 배우. 배우 구교환이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자무싸'는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 미쳐버린 인간의 평화 찾기를 따라가는 드라마다. / 뉴스1
황동만이 불편한 건 그가 틀려서가 아니다. 너무 낯익어서다. 자신의 쓸모를 세상에 증명하려는 발버둥, 타인의 성공 앞에서 소용돌이치는 자격지심. 드라마는 이 감정들을 미화하거나 봉합하지 않는다. 공감하기도, 외면하기도 어정쩡한 불편함이 오히려 시선을 잡아끈다.
8인회 멤버들도 다르지 않다. 박경세는 황동만의 근거 없는 당당함이 자신 안의 무언가를 건드리기 때문에 유독 화를 못 참는다. 황동만에게 질색하면서도 진심 어린 충고는 끝내 꺼리는 다른 멤버들 역시, 황동만과 자신을 교묘하게 비교하며 우월감을 챙긴다. 경쟁 사회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소시민의 민낯을 드라마는 잔인할 만큼 투명하게 그려낸다.
박해영 작가가 다시 꺼내 든 인간의 민낯
박해영 작가가 이번에도 인간의 밑바닥 감정을 가감 없이 꺼내 놓는다.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거치며 견디며 사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써온 작가답게, '모자무싸'에서도 불편하고 추한 감정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여기에 '동백꽃 필 무렵'과 '웰컴투 삼달리'의 차영훈 감독이 처음 손을 맞잡았다. 차 감독 특유의 담백하고 코믹한 터치가 박해영 특유의 묵직한 감정선과 맞물리며, 전작들과는 결이 다른 감성을 만들어냈다.
배우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자칫 균형을 잃기 쉬운 황동만 캐릭터를 구교환이 매끄럽게 소화하며 '날아다닌다'는 반응을 얻고 있고, 황동만을 유일하게 알아보는 변은아 역의 고윤정은 드라마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황동만과 삐걱거리는 박경세 역 오정세의 활약도 관전 포인트다.
1화 전국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2.2%로, 같은 시간대 방영된 '신이랑 법률사무소', '21세기 대군부인'에 밀렸다. 그러나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는 방영 중 시청률보다 끝난 뒤 더 오래 살아남는 경향이 있다. '나의 아저씨'는 최고 7%대, '나의 해방일지'는 5%대로 종영했지만 두 작품 모두 지금까지 명작으로 꼽히며 n차 시청이 이어지고 있다. '모자무싸'는 넷플릭스 글로벌 동시 공개로 해외 시청자까지 유입되는 구조인 만큼, 회차가 쌓이며 작품의 완성도가 입증될수록 시청률도 달라질 수 있다.
'모자무싸' 파이팅. 배우 오정세(왼쪽부터)와 강말금, 고윤정, 차영훈 감독, 구교환, 한선화, 박해준이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자무싸'는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 미쳐버린 인간의 평화 찾기를 따라가는 드라마다. / 뉴스1
Q. 원작 웹툰이나 소설이 있나요? '모자무싸'는 박해영 작가의 순수 창작 드라마로, 웹툰·소설 원작 없이 대본으로만 제작된 오리지널 작품입니다.
Q. 모자무싸 몇부작인가요? 총 12부작이며, 2026년 5월 24일 종영할 예정입니다.
Q. 넷플릭스·OTT에서도 볼 수 있나요?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동시 스트리밍됩니다. 티빙은 JTBC 본방 라이브를 제공하며, 넷플릭스는 국내와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합니다.
Q. 촬영지는 어디인가요? '모자무싸' 주요 촬영지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인근 철도건널목입니다. 황동만의 고립된 내면을 표현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쓰였습니다. 8인회 아지트인 '고박필름' 사무실은 경기도 일대 스튜디오에서 촬영됐습니다.
Q. 방송 시간은 언제인가요?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40분, 일요일 오후 10시 30분 JTBC에서 방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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