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만 가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런 처세술을 조기 이수한 우리는 영혼 없는 끄덕임과 '모르는 척'으로 무장한 생존의 고수들이다. 퇴근길 소주 한 잔에 "오늘도 버텼다"며 스스로를 마취하고,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핏대 세우는 걸 훈장처럼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공했다는 이들의 삶은 왜 우리와 이토록 딴판일까. 어쩌면 우린 그저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의 진동판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춤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공력을 낭비하며 '잉여 포텐셜'을 공급하는 건전지 신세로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 교과서 대신, 왜 이 지겨운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지 그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내게 그 프리즘을 빌려준 바딤 젤란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의 '트랜서핑' 이론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김현우의 핫스팟]을 시작한다. |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올림픽대로 한남대교 남단에 갇혀 본 적이 있는가. 붉은 브레이크 등만 끝없이 이어진 도로에서 우리는 흔히 두 부류로 나뉜다. 어떻게든 1분이라도 빨리 가겠다고 깜빡이를 켜며 차선 곡예를 하는 전투형 운전자와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창문을 열고 음악에 고개를 까딱거리는 해탈형 운전자다.
재미있는 건 결과다. 전투형 운전자는 핏대를 세우지만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보면 해탈형 운전자와 나란히 서 있다. 남은 건 치솟은 혈압과 바닥난 체력뿐이다. 러시아 양자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주창한 트랜서핑 이론에 따르면 이는 당연한 결과다. 당신이 뿜어낸 짜증과 조바심이라는 에너지를 보이지 않는 집단 사념체인 펜듈럼이 삼켜버리고 더 깊은 수렁으로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꽉 막힌 현실을 벗어나는 진짜 비결은 내 마음속 라디오 주파수를 돌려 완전히 다른 현실 차선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최근 가요계라는 거대한 고속도로에서 10년 넘게 과거의 낙인이라는 교통체증에 갇혀 있던 한 사내가 차선을 갈아타며 질주를 시작했다. 13년 만에 솔로로 돌아온 빅뱅 출신 탑(최승현)이다.
힘 빼기의 미학
대중이라는 펜듈럼은 잔인하다. 누군가를 숭배할 때나 끝없이 물어뜯을 때도 감정 에너지를 빨아먹고 덩치를 키운다. 빅뱅 출신과 논란의 당사자라는 꼬리표는 탑을 옭아매는 가장 강력한 펜듈럼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 부닥친 연예인은 두 가지 악수를 둔다. 납작 엎드리거나 억울하다며 날을 세운다. 둘 다 펜듈럼의 먹잇감이 되기 좋은 초과 잠재력 발현이다.
탑은 이 지점에서 어깨에 힘을 뺀다. 자신의 20대 실패극과 주홍글씨를 지우려고 발버둥 치는 대신 앨범 서사의 소품으로 편입시켰다. 과거를 변명하지도 영광을 구걸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사 몇 개가 엉뚱한 곳에 꽂힌 자신의 비틀린 취향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게 지금의 나인걸이라는 식이다. 자기 주파수에 맞춘 복귀다. 트랜서핑에서 말하는 중요성 낮추기의 모범 답안이다.
과거 필름 태우고 현재 슬라이드 장착
트랜서핑에서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현실을 재생하는 영사기다. 스스로 추락한 스타라는 슬라이드를 돌리면 현실도 그렇게 상영된다. 탑은 이번 앨범에서 과감히 영사기 필름을 통째로 갈아 끼웠다. 앨범 전반부 7곡으로 묵은 과거사를 털어낸 뒤 타이틀곡 <데스페라도> 를 기점으로 미련 없이 현재로 차선을 바꾼다. 수록곡 <나만이> 에서 내뱉는 가사는 외부 승인은 필요 없다는 묵직한 심리적 선언이다. 타인이 써준 반성문 대신 자신이 직접 편집자가 되어 인생 대본을 새로 쓴 셈이다. 나만이> 데스페라도>
결과 대신 원인을 살아내다
이번 복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그의 창작 태도다. 탑은 차트 1위를 해야 한다며 세상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외적 의도를 쓰지 않았다. 패션 잡지 지큐(GQ) 홍콩 인터뷰에서 담담히 밝힌 대로 음악 작업에만 집중했다. 묵묵히 창작하는 사람이라는 내적 의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20위나 아이튠즈 15개국 1위 같은 화려한 성적표는 바뀐 주파수에 이끌려 제 발로 찾아온 결과물에 불과하다.
운도 좋았다. 아니 주파수가 맞았다고 해야 옳다. 지금 글로벌 팝 시장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무결점 아이돌보다 상처마저 힙(Hip)한 스타일로 승화시키는 인간적인 서사에 열광한다. 탑은 이 절묘한 파동에 맞춰 수록곡 <완전미쳤어> 의 광기와 <데스페라도> 의 성찰이라는 정반대 슬라이드를 동시에 던졌다. 다 나았다는 가짜 미소 대신 광기·고백·연기·회고 등을 하나의 앨범에 구겨 넣었다. 데스페라도> 완전미쳤어>
이번 앨범은 남들이 만든 꽉 막힌 차선에서 아등바등하는 대신 방향지시등을 켜고 자신만의 뻥 뚫린 차선으로 옮겨간 영리한 운전자의 주행 기록이다. 세상 평가라는 펜듈럼을 비웃듯 그는 이미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 우리 인생 고속도로에서도 한 번쯤 이런 통쾌한 차선 변경이 필요하지 않을까. 남의 눈치를 보느라 브레이크만 밟고 있기엔 우리 각자의 목적지도 꽤 멋진 곳일 테니 말이다.
☞트랜서핑= 러시아 양자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고안한 개념으로 현실과 싸우기보다 내면의 주파수를 바꿔 원하는 현실로 이동한다는 이론이다.
☞펜듈럼= 사람들의 비슷한 생각이 모여 만들어진 에너지 덩어리로 부정적인 감정을 먹고 자라며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성질을 뜻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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