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애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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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애인의 날

경기일보 2026-04-19 19:01: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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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주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장

 

봄이 오면 꽃이 피듯 4월20일이면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어김없이 열린다. 복지부와 17개 광역시,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비슷한 현수막을 걸고, 비슷한 축사를 내고, 상장과 꽃다발이 오갈 때마다 큰 박수를 보낸다. 행사의 백미는 여전히 기념품이다. 물론 기념품은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받을 수 있다. 참으로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왜 하필 4월20일일까. 우리 법은 매년 4월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그날부터 1주간을 장애인주간으로 두고 있다. 지금의 법정기념일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1972년 민간에서 시작된 ‘재활의 날’ 행사가 있었고 이후 ‘장애인재활대회’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다 1991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법정기념일이 됐다. 첫 법정기념일 행사를 ‘제1회’가 아니라 ‘제11회’로 부른 일은 상징적이다. 이날이 정부가 갑자기 만든 날이 아니라 민간의 오랜 축적 위에 세워진 날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6년 4월20일은 제46회 장애인의 날이다.

 

왜 날짜가 4월20일이 됐는가를 떠올려 보면 이날에는 다소 한국적인 정서가 배어 있다. 4월은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이고 20일 무렵은 긴 겨울을 지나 바깥 활동이 가능해지는 시기다. 4월20일은 장애인을 생각한 제도 이전에 장애인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좋은 계절감과 생활감각을 담은 날이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생각은 갈라진다. 우리는 참 따뜻한 나라다. 그러나 따뜻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어느 봄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장애인이 일상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와 구조를 바꾸는 데 더 많은 힘을 기울여 왔다. 유엔은 12월3일을 세계 장애인의 날로 기념하고 영국은 ‘장애인 역사의 달(Disability History Month)’을 통해 역사와 권리를 돌아본다. 스웨덴은 보편 설계와 접근성을 장애 정책의 중심 원리로 삼는다. 중요한 것은 기념 그 자체보다 장애인이 이동하고 배우고 일하고 살아가는 일상의 구조다.

 

그래서 묻게 된다. 우리는 장애인의 날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닐까. 기념품에 담긴 따뜻한 마음은 넘치는데 정작 교통과 교육, 고용과 주거에서 보편적 권리를 구현하는 일은 더디지 않았는가. 특별한 하루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하루가 장애인에게만 주어지는 위로로 끝나서는 안 된다. 날마다 동등한 하루가 보장되는 사회로 가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삶을 다루는 다수의 법률과 제도를 이미 갖고 있다. 문제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통합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왔다는 데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권리의 실현이다. 따뜻한 마음이 제도로 이어지고 배려의 언어가 접근 가능한 구조로 바뀔 때 비로소 장애인의 날은 하루의 행사가 아닌 사회의 수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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