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국·이란 종전 협상 중재국으로 주목받는 파키스탄이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정전이 하루 절반 이상 지속하는 등 극심한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제2의 대도시인 북동부 라호르 주민 모하마드 리즈완(52)은 지난주 매일 집에서 정전을 겪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전이 계속된 데다가 가스도 하루에 2시간만 공급돼 값비싼 액화석유가스(LPG) 가스통에 의존해야하는 형편인 리즈완은 "이런 정전으로 우리는 석기시대로 되돌아갔다"라고 한탄했다.
최근 정전 사태와 관련해 파키스탄 에너지부는 계획적인 정전을 저녁 시간대 2∼3시간 동안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 가정·기업 대상 인터뷰 결과 일부 지역에서 하루의 절반 이상 정전이 지속하는 등 실제 정전 시간은 훨씬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따라 가정에서는 집안 불이 다 꺼진 가운데 둘러앉은 가족이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저녁을 먹는 등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또 파키스탄 상공회의소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며칠 동안 일부 산업체들이 약 8시간 동안 정전을 겪으면서 제조업 등 여러 산업 분야가 가동 중단 같은 타격을 받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파키스탄 대형 이동통신사인 유폰은 정전이 8시간 이상 지속하면 기지국의 예비용 배터리까지 방전되면서 이동통신 서비스 중단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정전 사태의 주원인은 LNG 부족이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기준 전체 발전량의 약 20%를 LNG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 LNG 수요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카타르의 주요 천연가스 생산시설이 지난달 중순 이란 공격으로 파괴된 여파로 LNG 수입이 끊겼다.
특히 여름철을 앞두고 기온 상승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수력 발전량은 줄어드는 시기에 이런 일이 터지면서 극심한 전력 부족 사태가 현실로 닥쳤다.
파키스탄에서는 최근 수년간 태양광 패널이 널리 보급됐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대부분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없이 가동되고 있어 해가 지면 태양광 전력 공급도 끊기는 형편이다.
이 같은 전력난으로 인해 조만간 파키스탄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이란 협상 2차 회담에 참석하는 양국 대표단조차 5성급 호텔에 묵으면서도 정전으로 연료 발전기에 의존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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