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8박 10일간의 방미 일정을 소화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새벽 귀국한다. 갑작스런 방미로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리더십 위기가 한층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 대표는 당초 14일 출국해 2박 4일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겨 11일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이후 귀국 일정을 연기하면서 총 8박 10일간 미국에 머물게 됐다. 국민의힘 측은 일정 연장 사유를 미국 국무부 인사의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방미했던 조정훈·김대식 의원은 17일 귀국했지만 김민수 최고위원만 현지에 남아 장 대표와 함께 잔여 일정을 소화 중이다.
이번 방미에서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공화당 주요 인사와의 면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은 17일까지 관련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대식 의원은 "종합적인 방문 목적과 성과는 상당히 높다. 구체적인 건 다음 주 빠른 시일 내 대표가 귀국하는 대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NSC 및 국무부 관계자들과 안보 문제, 한미 경제협력 등 여러 현안을 놓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면서도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보안상 문제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거취 고민해야" "화보 찍나" "상주가 노래방 간 꼴"…국힘 내부 비판 증폭
장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은 거세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돌아오면 후보들을 위해서라도 본인의 거취를 잘 고민하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열흘이나 집 비운 가장이 언제 와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오는 사진 한 번 더 본다. 천진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라며 장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이 미 의회 의사당 앞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V' 포즈를 취한 사진을 함께 공유했다.
나경원 의원도 1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그렇게 예뻐 보이는 그림은 아니었다"며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송석준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6·3 지방선거 전쟁 총사령관 장동혁 지도부가 보이고 있는 작금의 모습은 국민들과 당원들의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하는 현실"이라며 "제발 정신 차리고 조속히 제자리로 복귀해 여권세력에 맞서 싸워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신지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세계 자유의 최전선인 워싱턴에 처절한 마음으로 간다', 출국의 변은 그랬는데 그렇게 웃으면서 희희낙락하면서 화보 찍듯이 하는 그건 정말 괴기스러운 장면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호영 의원 역시 지난 15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마치 상주가 상가를 지키지 않고 어디 노래방에 간 것 같다는 표현을 쓰는 사람조차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힘 후보들은 피눈물 나는데 해외여행 화보찍느냐"라며 "꼭 이런걸 공개해 민주당한테는 조롱받고 국힘 당원들 억장 무너지게 해야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얼굴 표정도 좋고 의사당 배경도 멋지다"라고 비꼬며 "거기 오래 계시라"는 말을 덧붙였다.
민주당 "도피성 외유" 총공세…입국 정지까지 거론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르는 집에 불이 나도 걱정이 되어 행인들도 들여다본다. 하다못해 집 나간 어미 개도 새끼가 걱정되어 돌아온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은 풍비박산인데 깜깜이 외유, 인증샷 찍고 이제 입국하시겠다는 야당 대표, 입국 정지가 답이다"라고 했다.
박 의원은 또 16일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서는 "차기 당권을 위해 일단 미국 가서 6·3 지방선거 현장을 피했다가 '지방선거 참패한 것은 내 책임 아니다'라고 호도하기 위해 미국을 간 걸로 본다"고 진단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1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장동혁 대표의 방미는 의문만 남긴 채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국익과 민생을 위한 실질적 성과가 없다면 이는 명백한 도피성 외유"라며 "무엇을 했고 무엇을 얻었는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힘 후보들도 '장동혁 패싱'·각자도생 움직임
지방선거 출마자들 사이에서 장 대표를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공천이 마무리되면 지도부의 시대는 마무리가 되고 후보자들의 시간이 도래하게 된다"며 장 대표와의 거리 두기를 시사했다. 19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공천 마무리 단계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지도부 역할이 줄어들면서 후보 중심의 선거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장 대표를 빼고 독자적인 선대위를 꾸리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1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중앙 이슈로 다 몰려가게 되면 부산 말로 지역에서 '쎄빠지게' 일해도 중앙에서 실점하면 잘못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이철우 경북지사의 TK 통합 선대위 제안과 추경호 의원의 15일 공감을 표하는 화답 역시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장 대표에 대한 냉랭한 TK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모두 확정될 경우 이들이 일제히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편 장 대표는 귀국 직후 강원도 일정으로 현장 행보를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후보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김진태 강원지사도 15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강원도에 한번 오신다고 하니 직접 쓴소리도 할 생각"이라고 예고했다.
[폴리뉴스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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