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의무소각·EB 발행금지' 상법 개정 효과…자금조달 자취 감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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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의무소각·EB 발행금지' 상법 개정 효과…자금조달 자취 감춰

이데일리 2026-04-19 13:16: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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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3차 상법 개정으로 자기주식(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된 뒤로 상장사들이 보유 자사주를 자금조달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개정법에 따라 자사주를 경영상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선 특별결의로 정관을 변경하고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진 탓이다. 대신 상장사들은 임직원 보상 혹은 RSU(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지급을 위주로 자사주 처분에 나서는 상황이다.

지난 2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가결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자사주 처분해 자금 조달, 단 2곳

3차 상법 개정안은 신규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안에, 기존 보유 자사주는 1년 6개월 내 소각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예외적인 경우에만 처분을 허용하고 있다. 또 자사주를 교환·상환할 수 있는 사채(교환사채)의 발행도 금지했다.

19일 이데일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공시를 조사한 결과, 지난달 6일 3차 상법 개정안이 공포·시행된 이후부터 이달 17일까지 자사주 처분 공시를 낸 기업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기업 25곳, 코스닥 기업 37곳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자사주를 경영상 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시한 기업은 코스피 기업인 더블유게임즈(192080)와 코스닥 기업인 하이드로리튬(101670), 옵투스제약(131030) 총 3곳에 불과했다.

더블유게임즈는 터키 소재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잔여 지분 40%에 대한 인수대가를 지난 16일 자사주(약 87억원 규모)로 지급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하고 주주들의 승인도 받았다.

하이드로리튬의 경우 운영 및 시설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약 11억원 규모(보통주 56만 620주)의 자사주를 처분하기로 지난 16일 결정했다. 옵투스제약은 지난달 30~31일에 걸쳐 약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분했다. 제2공장 운용 자금 및 연구개발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차원에서다.

이 기간 임직원 지급,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RSU 지급이 자사주 처분 공시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이외에는 이마트(139480)가 신세계푸드(031440)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추진 중인 포괄적 주식교환, 대성산업(128820)·애니플러스(310200)·유비벨록스(089850)의 결산배당 지급용도 등이 있었다.

자사주를 담보로 한 교환사채(EB) 발행은 아예 사라졌다. 그간 EB 발행은 자사주를 우호 지분·자금조달 수단으로 쓰면서 지분희석 및 소각의무 회피를 초래하는 ‘꼼수 처분’으로 불려왔다.

◇“주주들 인식 차이 고려한 처분 결과

지난해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신규 상장사를 제외한 47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사주 처분 규모는 108곳(3조 12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임직원 보상은 64.7%(2조 245억원)였으며 특히 자금 조달 목적도 23.3%(7295억원)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3차 상법 개정안도 △임직원 보상 △경영상 목적 △주식의 포괄적 교환 △우리사주제도 실시 등은 자사주 소각 의무에서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회사가 주주총회에서 승인만 받으면 원칙적으로 처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최근의 처분 행렬은 유독 임직원 지급 등에 쏠려있다. 이는 주주들의 인식 차이와 정관 변경 유무에 따른 결과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임직원 보상용 물량은 통상 규모가 크지 않고 주식을 분산해 부여하기 때문에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주주들이 비교적 덜 공격적으로 바라본다”면서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과 같은 경영상 목적으로 처분할 땐 정관을 바꿔야 하며 제3자 배정방식 등에 따라 주가 희석 및 지배구조 왜곡 논란이 발생하기 쉽다. 주주들이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임직원에 보상하는 경우 당장의 핵심 인재 유출을 막는 장기 인센티브라는 명분이 있기에 주가 상승에 반하지 않는다”면서 “경영상 목적을 두고는 법리적 분쟁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그나마 남은 자사주 소각 예외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상장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장사의 자사주 의무 소각 예외 사유 중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한 경우’를 제거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난 14일 발의했다. 상장사들이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정관에 경영상 목적을 폭넓게 넣어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자사주 소각 의무화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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