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개싱은 물질 내부에 포함된 기체나 화학물질이 외부로 빠져나오는 현상이다. 특히 진공 환경에서는 이 과정이 크게 증폭된다. 방출된 물질이 장비 표면에 달라붙으면 전기적 이상을 유발하고, 센서 오작동이나 통신 성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간 현장에서는 이를 오랜 기간 “피하기 어려운 물리 현상” 정도로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이 문제를 끝까지 파고든 엔지니어가 있다. SK하이닉스(000660)에서 약 10년간 장비 엔지니어로 근무한 김양호(36)베큐멕스 대표다. 그는 사내벤처로 시작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2년간 겸직 연구를 이어오다 최근 회사를 퇴사하고 본격 창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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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개싱 때문입니다”… 그리고 멈춰버린 분석
김 대표가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은 설명은 단순했다. “문제를 파고들어가면 결국 항상 ‘아웃개싱 때문입니다’라는 말로 끝납니다. 그런데 거기서 더 이상 분석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에게 이 답은 납득되지 않았다.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정작 그 정체를 규명하려는 시도는 부족했다고 했다.
그는 “저는 그런 걸 못 참는 성격이다. 정확히 뭔지 알아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아웃개싱이 그냥 설명을 끝내는 ‘카드’처럼 쓰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문제의식은 사내벤처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개인 연구를 넘어 독립적인 기술 개발로 확장됐다. 결국 그는 조직 내부 해결의 한계를 느끼고 창업을 선택했다. 그는 “계속 파고들다 보니 이건 끝까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아웃개싱은 소재 내부에 있던 물질이 외부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진공 환경에서는 이 현상이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방출된 미세 물질이 장비 표면에 쌓이면 전기적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챔버 내부 압력 변화에 따라 ‘파셴 커브(Paschen curve)’ 조건이 달라지면서 절연이 깨지고, 전류가 공기를 따라 순간적으로 방전되는 ‘아킹(Arcing)’ 현상이 발생한다. 사실상 진공 환경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번개’다.
김 대표는 “이 현상 하나만으로도 고가 장비나 시스템 전체가 순간적으로 멈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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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정 80%가 진공… 기준은 여전히 ‘대기’
아웃개싱이 중요한 이유는 산업 구조와 맞물려 있다. 그는 “반도체 공정의 약 80%가 진공 환경이다. 그런데 데이터 기준은 여전히 대기압 환경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신뢰성 분석은 TGA(열중량분석) 등 대기 기준 시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공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김 대표는 “패키징 과정에서 미세 기포가 생기면 전기 신호가 약해지고, 결국 수율과 성능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극한 환경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그는 “압력이 급격히 변하는 환경에서는 아웃개싱 물질이 센서나 모듈 표면을 덮어 정상 동작을 방해할 수 있다. 실제로 우주 환경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세 오염이 통신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광학 센서나 통신 모듈 표면에 극미량의 오염만 쌓여도 신호 감쇠와 데이터 오류가 발생한다. 지상에서는 정상 작동하던 장비가 실제 우주 환경에서는 실패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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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확산… “엔비디아, 성적서 없으면 납품 불가”
김 대표는 아웃개싱 관리가 이제 공급망 전반의 요구 조건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주 기업과 반도체 기업이 주요 고객입니다.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업체들은 아웃개싱 시험 성적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미세 오염은 곧 성능 문제로 직결된다. 아웃개싱 데이터는 더 이상 참고 자료가 아니라 납품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베큐멕스는 시험 데이터의 신뢰성과 재현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그는 “시험 분석은 데이터의 신뢰성과 소급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베큐맥스는 여러 시료 간 교차 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했다. 그는 “영향도를 1% 미만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ASTM E595 기반 진공 시험 시스템을 구현해 글로벌 수준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공인시험기관(KOLAS ISO/IEC 17025) 인정 취득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시장을 “기준이 만들어지는 초기 단계”로 진단했다.
그는 “온도나 대기 조건만으로는 진공 환경을 설명할 수 없다. 잘못된 측정은 실제 환경에서 더 큰 리스크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베큐멕스는 향후 시험 장비를 넘어 센서 기반 솔루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김양호 대표는 “아웃개싱 센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센서가 완성되면 반도체 장비를 열지 않아도 내부 오염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순 시험을 넘어 측정과 대응이 동시에 가능한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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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보다 문제 해결”… 창업 2년 만에 흑자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 사내벤처에서 출발해 창업으로 이어진 선택이 마냥 쉽지는 않았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그는 “재미있는 일을 하면 기회는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자본금 2000만원으로 시작한 베큐멕스는 외부 투자 없이 창업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아웃개싱은 반드시 이해하고 관리해야 할 핵심 변수”라며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내벤처에서 시작해 독립 창업까지 이어진 그의 집요한 문제의식이 반도체와 우주 산업의 기준을 다시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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