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연 경희대 융합·바이오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석유계 플라스틱을 무조건 줄이자는 접근이 아니라, 순환경제 관점에서 재활용과 생분해를 함께 활용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석유계 플라스틱은 탄소 결합 구조가 안정적이어서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어렵다. 반면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은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설계된 소재다. 다만 자연 상태에서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 조건에서 분해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용도에 맞는 적용이 중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국제 정세 변화는 이러한 소재 전략 논의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전쟁이나 분쟁은 원유 가격과 석유화학 원료 수급을 동시에 흔들며, 결과적으로 일상적인 플라스틱 제품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실제로 ‘쓰레기 봉투 대란’과 같은 공급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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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지속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 고민 필요
플라스틱 정책 환경도 변화의 필요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1992년 자원재활용법 도입 이후 ‘재활용 우선’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기존 체계의 한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음식물에 오염된 포장재나 복합 소재 제품은 재활용이 사실상 어려워 소각되거나 환경으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
2017년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 역시 전 세계 재활용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후 각국은 자체 처리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생분해성 및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을 대안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됐다.
황 교수는 “모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겠다는 접근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은 재활용하고, 회수가 어렵거나 오염도가 높은 제품은 생분해성 소재로 전환하는 식의 정책적 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논의의 초점이 ‘바이오플라스틱이 석유계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용도에 어떤 소재가 가장 적합한가’로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농업용 멀칭 필름, 일회용 포장재, 위생용품 등은 회수 비용이 높고 환경 유출 가능성이 커 생분해성 소재가 적합한 영역으로 꼽힌다. 반면 내구성과 내열성이 요구되는 산업용 제품은 재활용 가능한 구조를 유지하되 바이오 기반 원료를 적용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국내에 잘못된 바이오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도 봤다.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은 미생물이 분해하는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일부 화학첨가제를 넣은뒤 독성이 검출된다고 하는가 하면 빨리 썩지 않는다고 하는 무리한 비판도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내구성이 부족하다는 것도 이제는 기술적으로 극복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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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속 상용화 추진···정부 지원 더하면 승산
국내 기술 수준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황 교수는 한국화학연구원 재직 시절 개발한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제조 기술을 SK리비오에 이전했으며, 베트남 생산기지에서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이 시작될 전망이다.
다만 시장 확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바이오플라스틱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1% 수준에 불과하다. 생산 규모가 작아 가격 경쟁력이 낮고, 이는 다시 수요 정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여기에 정책 지원의 일관성 부족도 산업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황 교수는 “중국과 인도 등은 낮은 가격을 앞세워 시장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플라스틱은 농업용 필름과 어망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며 “재활용과 생분해를 대립시키기보다, 용도에 따라 최적의 소재를 선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황 교수는 미래 후손과 물질순환 관점에서 바이오플라스틱을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의 상호 보완 개념으로 육성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중국, 일본 등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에 대해 전략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입법 움직임도 있다.
황 교수는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잘못된 인식이 있거나 기존 산업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비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가 공급망 안전화, 소재 자립 등을 위해 바이오플라스틱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황성연 경희대 교수는
△한양대 고분자공학과 박사 △현 경희대 융합·바이오신소재공학과 교수 △현 한국바이오플라스틱협회 이사 △국제 ESG협회 이사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센터장 및 연구단장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UST) 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2021년) △한국화학연구원 연구대상(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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