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김현재 씨 가족들에게 수용 사실을 통보하기 원하십니까? 통보를 원하지 않으시면 무인(拇印, 지문에 인주 묻혀 찍는 것) 찍으시면 됩니다.”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 위치한 안양교도소. 1963년 개소한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다. 기자는 이 곳에 하루 동안 수용자의 삶을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신원 확인 후 사회에서 사용한 영치 물품을 제출한 후 속옷과 양말, 수용복과 고무신을 지급받았다. 기결수 신분으로 입소한 기자는 암청회색 수용복을 입었다. 수형번호는 1541. 수용복으로 갈아입은 뒤에는 옷을 벗긴 후 신체 검사를 받는 ‘의체검사’를 받는다. 교도관들은 수용자가 허가되지 않은 물품을 소지하고 있진 않은지 꼼꼼하게 살핀다. 신체검사 과정에서 이따금 마약을 반입하려다 적발되는 수용자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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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절차를 마치고 수용동으로 향했다. 수용동 내 복도 바닥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콘크리트 맨살이 드러난 상태였다. 먼지가 쌓이기 쉬운 탓에 수시로 바닥에 물을 뿌린다고 했다. 천장에는 수도관과 가스관 등 각종 배관과 전선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누전과 합선으로 화재 위험이 있지만 지역 주민 반대로 재건축에 어려움을 겪어 땜질 처방에 그치고 있다.
교도소 내 수용실은 독거실(독방)과 혼거실(다인방)로 나뉜다. 안양교도소에는 모두 406개(혼거실 222개·독거실 184개)의 수용거실이 있다. 이날 기자가 수용 체험을 한 혼거실은 24.61㎡(약 7.4평) 크기로 재소자 15명이 함께 지내던 곳이다. 본래 정원은 9명이다. 몸을 누이기도 어려운 환경, 흔히 말하는 테트리스 게임을 해야 잠을 잘 수 있다. 방에 붙어있는 화장실은 한 사람이 겨우 쪼그려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좁고 길다. 수용자들은 이 화장실에서 샤워와 설거지, 용변을 모두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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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 상태가 과밀하다보니 방에 들어서자마자 퀴퀴한 체취가 뒤섞여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쉽사리 빠질 것 같지 않은 냄새가 방에 들러붙은 듯했다. 한 교도관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니 방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며 “무더운 여름에는 더욱 심해 근무자들도 코를 막을 정도”라고 했다.
열악한 시설 탓에 급수가 원활하지 않아 물이 나오지 않는 일도 잦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설거지를 하던 중 물이 끊기는 일이 발생했다. 당황한 기자와 달리 박건규 교도관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이럴 때는 교도관들이 직접 1층에서 물을 받아 수용자들에게 지급한다”고 했다.
수용거실 안은 선풍기 2대와 관물대, 빼곡하게 들어찬 침구류와 책상 등이 전부다. 시계는 없다. 재소자 간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시 흉기로 사용될 우려가 있어서다. 벽에는 수용 생활시 지켜야 할 기초질서 18개 항목이 적혀 있다. 이를 3번 위반할 시 조사·징벌 대상자로 분류돼 독거실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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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교도소의 독거실은 4.13㎡(약 1.25평)이다. 그러나 과밀 수용 탓에 독거실도 2명이 생활하는 경우가 흔하다. 잠시 들어가 본 독거실 벽엔 이곳을 거쳐간 수용자들의 낙서가 가득했다. 벽지도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안양교도소 관계자는 “환경 개선을 위해 계속 벽지 도배를 하고 있지만 정신질환이 있는 수용자가 들어오면 금세 낙서로 뒤덮인다”고 했다.
안양교도소의 수용률은 135%로 전국 교정시설 수용률보다 약 10%포인트 높다. 과밀 수용은 수용자 간 마찰과 충돌을 야기한다.
법무부 교정본부 통계에 따르면 교정 사고와 수용자 간 폭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수용률이 100%였던 2022년 당시 212건 수준이었던 폭행사건은 지난해(수용률 132%) 463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더욱이 교정 사고의 증가는 수용자의 수감 기간을 늘려 과밀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해결되지 않는 과밀 수용 환경 속에서 교도관들의 업무도 자연히 교화보다는 교정 사고 예방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쏟아져 들어오는 수용자를 감당할 교도관 인력은 늘 부족하다. 안양교도소의 주간 근무 교도관은 1인당 평균 60~100명의 수용자를 관리한다. 교도관들은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근무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정신질환 수용자가 증가하며 근무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토로한다. 한 교도관은 “그저께 난동을 부리는 수용자를 제압하다 허리를 다쳤다”며 “그러려니 하면서 넘기려고 하지만 점점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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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이날 안양교도소를 찾아 수용복을 착용하고 수용자의 하루 일과를 직접 체험했다. 정 장관은 “20여년 전 찾았던 안양교도소의 모습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과밀 수용 해소와 시설 개선을 통해 교정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민이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15년째 안양교도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동수 교위는 “교정 업무는 우리 사회 안전의 최후 보루이자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지탱하는 한 축이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수용자들의 교화를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교정공무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교정시설 개선과 근무 여건의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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