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입법에도 스테이블코인 도입 위해 달리는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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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입법에도 스테이블코인 도입 위해 달리는 금융권

투데이신문 2026-04-19 10:33: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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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투데이신문 편집]
[사진=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투데이신문 편집]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한국은행(이하 한은) 차기 총재 후보인 신현송 후보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금융권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규제 설계와 발행 구조를 둘러싼 이견이 커 제도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지난 1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은 미래 통화 생태계 내에서 충분히 역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도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도입 초기에는 은행권 중심 우선 발행, 관계기관 간 법정 협의체 마련 등 제도적 안전장치가 반드시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재임 시절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안정의 위협 요인으로 일관되게 비판해 온 기존의 기조를 선회한 것이다.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 재직 시절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인 화폐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적절한 규제가 뒷받침되지 않아 금융 안정성과 통화 주권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ESWC)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외환거래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지름길”이라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한은 총재 지명 이후 첫 공식 서면답변에서 찬성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를 계기로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던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논의에도 새로운 국면이 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후보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다. 디페깅(가치 이탈) 발생 시 코인런 가능성, 규제 우회를 통한 자본 유출 위험, 예금자보호 공백 등 한은이 제시한 ‘7대 리스크’에 공감한다고 밝히며 “명확한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통화 생태계의 중심은 여전히 CBDC와 예금토큰이 돼야 한다는 원칙론도 유지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예금토큰과 보완·경쟁적으로 공존할 것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은행·빅테크 총출동…스테이블코인 판 키운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법제화에 앞서 상당한 수준의 준비를 진행 중이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금융지주사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기업들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기술 검증(PoC)을 완료했다. 시장 선점을 위한 물밑 경쟁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은 USDC 발행사 서클(Circle)과 MOU를 체결하고,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는 해외 송금 시장 협력을 맺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 커스터디 기업 비트고와 합작법인 ‘비트고코리아’를 설립, 디지털자산 수탁업 인허가 절차까지 밟고 있다. BNK금융·iM금융·SC제일은행·OK저축은행·JB금융 등과도 잇달아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이 신년사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완결된 생태계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스테이블코인 시장 활성화에 선제적인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그룹은 서클과의 파트너십을 기술 검증(PoC) 단계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하반기 서클의 플랫폼 ‘서클 민트(Circle Mint)’를 활용해 법정화폐 입금부터 USDC 발행·송금·인출·교환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구현하며 실질적인 운영 노하우를 쌓았다. 또한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KBKRW’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 17건을 등록해 이름표 선점에도 나섰다. 

신한은행은 블록체인 기반 국제결제 ‘프로젝트 팍스’를 통해 한국과 일본 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교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 일본 금융사들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송금 시간을 크게 단축하는 기술 검증을 마치기도 했다.

우리금융그룹은 디지털자산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빅테크와 핀테크도 이 흐름에 편승했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전담 TF를 꾸리고 빗썸과 지급결제 시스템 연계 방안을 협의 중이다. 빗썸은 약 300억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전용 펀드를 조성해 프로젝트·파트너를 발굴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를 포함한 그룹 차원 TF를 구성하고, 카카오뱅크 계좌 기반의 ‘슈퍼월렛’ 전략을 제시했다. 

쟁점은 발행권…51%룰 둘러싼 갈등

금융권의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제도 마련은 업권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초 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올해 1분기 중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을 완료하기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결국 불발됐다. ‘발행 주체’를 핵심 쟁점으로 두고 갈등이 이어진 까닭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은행 지분 50%+1주 이상을 의무화하는 ‘51%룰’ 컨소시엄 구조를 주장하는 반면, 블록체인·핀테크 업계와 민주당 디지털자산 TF 일각에서는 이 구조가 혁신 동력을 가로막는 은행 기득권 보호책이라는 반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인터넷기업협회 조영기 사무총장은 “전통 금융권의 수수료 수입을 보존하기 위해 혁신가들의 경영권을 축소시키고 사업권을 가로막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혁신기업이 자유롭게 기술 경쟁을 펼칠 때 국민들이 저렴하고 안전한 디지털 금융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처럼 비은행권의 반발과 국회 내 이견이 여전한 만큼, 최종 합의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될지 모호한 상황이다. 

한 스테이블코인 업계 관계자는 “준비자산 100%, 온체인 공시, 상시 유동성 요건 등 리스크 기준 인가제가 필요하다”며 “현재의 51%룰이나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 등은 글로벌에 선례 없는 소유 구조 규제”라고 토로했다. 

한편 신 후보자는 오는 15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20일 이창용 총재 임기 만료 이후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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