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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리즈의 연이은 흥행으로 버거 업계에 ‘셰프 협업’ 바람이 거세다. 롯데리아는 시즌1 우승자 권성준 셰프와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 버거’를 내놨고, 맘스터치는 에드워드 리에 이어 후덕죽 셰프까지 손을 잡았다. 쉐이크쉑은 손종원 셰프, 프랭크버거는 정호영 셰프를 택했다. 결국 버거킹까지 뛰어들었다. 상대는 흑백요리사2 출연 셰프 유용욱이다.
유 셰프는 ‘유용욱바베큐연구소’ 소장으로, 스모크 다이닝 ‘이목’을 운영한다. 참나무 훈연 노하우로 정평이 난 바비큐 전문가다. 이목은 올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6’에 이름을 올리며 ‘바비큐 성지’ 입지를 다졌다. 흑백요리사2에선 ‘바베큐연구소장’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버거킹은 최근 유 셰프 협업 신제품 3종을 출시했다. ‘스모크 비프립 와퍼’, ‘스모크 베이컨 와퍼’, ‘스모크 비프립 샌드위치 버거’다. 이 중 대표작은 ‘스모크 비프립 와퍼’다. 유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 ‘비프립’ 레시피를 와퍼에 접목한 제품이다. 한국식 소스로 숙성한 비프립 큐브 스테이크와 특제 스모크 BBQ 소스가 들어간다. 가격은 단품 9500원, 세트 1만 17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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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버거킹에서 직접 주문해서 먹어봤다. 두툼한 은색 고급 포장지에 싸여 나오는데, 아래를 만져보니 뜨거운 열기가 손에 전해질 정도다. 포장을 벗기자 훈연 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번(빵)을 들쳐 내용물을 살피니 향이 좀 더 진해진다. 바비큐 특유의 느낌이 와퍼에서 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패티 위에 얹힌 큐브 스테이크 조각이 빠져나오는 것도 눈에 띄었다.
한입 베어 물면 여러 맛이 한 번에 몰려온다. 바비큐 소스의 달큰함, 와퍼 패티의 불맛, 큐브 스테이크의 씹히는 질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바비큐를 버거로 먹는 듯한 경험이다. 다만 기대했던 훈연 향이 먹는 동안 또렷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포장을 열었을 때 이미 익숙해진 영향도 있겠지만, 소스 단맛이 전면에 나서면서 향은 상대적으로 옅게 남는 영향이 커 보였다.
문제는 이 단맛이 훈연 향만 덮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씹을수록 와퍼 고유의 불맛까지 희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입안에서 기존 와퍼 패티의 맛을 찾으려 애쓰게 되는 순간이 적지 않았다. 버거킹의 정체성과 유 셰프의 색이 서로 양보하지 않고 부딪히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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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스테이크는 새로운 시도다. 패티 위에 4조각 정도가 올라가 있어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묵직하게 먹는 만족감은 확실하다. 다만 큐브 스테이크도 소스에 묻혀 본연의 맛이 잘 드러나지 않는 느낌이다. 특히 힘줄처럼 느껴지는 조각도 있어 꽤 오래 씹어야 넘어간다. 패티와 빵은 금방 사라지는데 이 큐브 스테이크만 입에 남는 감각이 개인적으론 거슬렸다.
물론 묵직한 한 끼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와퍼를 바비큐로 풀어낸 시도 역시 신선했고, 유 셰프의 훈연 캐릭터와의 궁합도 납득이 간다. 다만 호기심을 해소한 뒤에도 다시 찾게 될지는 모르겠다. 평소라면 비슷한 포만감의 2100원 더 저렴한 와퍼를 먹었을 것이다.
셰프 협업은 이제 버거 업계의 성공 공식이다. 대표적으로 롯데리아의 나폴리맛피아 버거는 출시 3개월 만에 400만개가 팔려 정식 메뉴로 전환됐다. 셰프의 이력과 철학이 그 자체로 소비 포인트가 된다. 프랜차이즈는 일괄 운영 구조상 제품 스토리텔링이 쉽지 않은데, 셰프 협업은 이 공백을 메워주는 장치다. 버거도 이젠 누가 만들었는지가 소비자 선택을 가르는 시대다.
버거킹의 흑백요리사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거킹은 그간 외부 협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었다. 와퍼라는 강력한 시그니처가 있던 만큼 ‘우리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태도가 강했다. 그런데 트렌드가 변하기 시작하면서 버거킹도 방향을 튼 셈이다. 그만큼 내수 버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협업에는 이벤트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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