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복잡성 창조하는 촉매"…신간 '자연에서 인간까지 속임수의 진화'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인간 사회에서 흔히 속임수는 도덕적 일탈로, 정직은 명예로운 가치로 여겨진다. 그러나 생물의 세계에서 속임수는 흔하게 발견되는 보편적인 생존 전략이다.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심리학자인 리싱 선 센트럴워싱턴대학교 생물과학부 석좌 연구교수는 신간 '자연에서 인간까지 속임수의 진화'에서 속임수라는 행동의 진화와 자연사를 폭넓고 흥미롭게 다룬다.
속임수와 부정행위는 동물과 식물은 물론 균류, 박테리아, 바이러스, 염색체, 유전자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적 세계 모든 영역에서 발견된다. 자연이 속임수를 쓰는 이유는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는 일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진화는 윤리적인 선호, 명예로운 규범, 가치 체계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직 실용적으로 진행되는 비도덕적이고 무자비한 과정이다. 진화는 친사회적인 협력과 반사회적인 술수를 구분 짓지 않는다. 생존과 번식률을 높이는 것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 교미하려고 상대에게 몰래 다가가는 원숭이, 포식자에게 쫓기면 죽은 척하는 주머니쥐, 경쟁자들을 쫓아내려고 거짓 경보음을 내는 조류, 독을 가진 나비와 닮은 독 없는 나비 등 풍부한 사례를 통해 생명체가 어떻게 속임수를 생존 전략으로 만들어왔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자연이 속임수를 쓰는 방식을 두 가지 규칙으로 정리한다.
제1법칙인 거짓말은 정보를 위조하는 것이다. 많은 동물이 싸울 때 사납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처럼 속이며 허세를 부린다. 개, 늑대, 사자의 경우 외부 공격이 있을 때 소극적으로 방어하거나 자기 무리를 돕지 않으며 무임 승차하기도 한다.
제2법칙인 기만은 표적이 지닌 인지적 허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많은 동물이 포식자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거짓으로 다친 척하거나 죽은 척한다. 색깔과 모양을 바꿔 다른 종을 모방하거나 배경에 녹아드는 행동도 한다.
저자는 특히 자연 선택의 결과인 속임수가 진화를 이끄는 힘으로도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속임수는 감시와 처벌 등 대응 전략이 등장하도록 촉진하고, 다시 그 속임수 대응 전략에 대항하는 전략이 생겨난다. 이 과정에서 생명은 더욱 복잡하고 정교해지며 끝없는 진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속임수는 진화적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다양성과 복잡성, 심지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강력한 촉매가 될 수 있다."
자연 세계에서 정직성은 같은 종이나 다른 종의 구성원에 의해 악용되곤 한다. 그렇다면 위험과 비용이 따르는 정직성은 애초에 왜 존재하고,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저자는 정직이 속임수와 마찬가지로 생존과 번식에 있어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직은 사기꾼이 많을 때 특히 성공적인 전략으로, 속임수와의 경쟁 속에서 선택된 전략이란 것이다.
책은 자연을 넘어 인간 사회로까지 시선을 확장한다.
인간의 거짓말과 자기기만, 허위 정보 확산 등을 진화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생물학적 세계에서 작동해온 속임수와 방어의 메커니즘이 사회적, 문화적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도 짚는다.
세종서적. 김아림 옮김.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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