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정에서 가장 큰 경제적 부담으로 의료비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양육 가구당 평균 치료비는 146만3천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도 78만7천원에서 두 배 가까이 뛴 수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이 같은 현황을 공개하며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서 펫보험 인지도는 91.7%에 달했으나, 실제 가입률은 1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추산으로는 올해 기준 실질 가입률이 1∼3%대 수준이다. 스웨덴의 40%대, 일본과 영국의 20%대와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가입을 망설이게 하는 핵심 요인은 높은 보험료와 갱신 거절에 대한 불안감이다. 노령기에 접어들수록 보장 범위가 축소되고 가입 문턱은 높아지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8세 반려견 보호자인 직장인 A씨는 매년 반복되는 재가입 심사와 늘어나는 자기부담금 때문에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고 전했다. 노령견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환마저 보장에서 제외되면서 실익을 느끼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13세 몰티즈와 생활하는 B씨 역시 최근 가입 연령이 10세까지 확대됐지만 이미 그 나이를 넘겨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정작 진료가 잦아지는 시기에 혜택은 사라지는 모순을 지적했다.
동물병원 진료비의 천차만별 격차도 문제로 부각된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전국 3천950개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진료는 지역에 따라 1천원에서 6만1천원까지 최대 61배 차이가 났다. 초음파 등 영상검사 비용도 최대 32.5배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공익형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과 가격 정보 공개 확대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병원 간 가격 편차를 완화해 펫보험 활성화의 토대를 놓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수의업계로부터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수의업계 관계자는 병원마다 임대료와 인건비, 장비 수준 등 원가 구조가 상이한데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 서비스 질의 하향 평준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경고다.
반면 보험업계는 진료비 표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상품 설계와 손해율 관리에 한계가 있어 시장 확장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진료비의 변동성과 불투명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보험료 인하와 보장 확대 모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수의업계는 비급여 영역 중심의 상품 개발 등 보험사 자체 노력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으며,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적 지원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장 강화를 통해 가입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지난달 수술 당일 의료비 최대 500만원, 연간 최대 4천만원까지 보장하는 신상품을 선보였다.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도 올해 초 MRI·CT 검사비와 항암 치료 보장을 각각 확대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유기동물 보험료를 지원하는 공익형 모델을 시범 운영 중이다. 마이브라운반려동물전문보험은 강남구청이 이달 시작한 '유기동물 안심보험' 사업에 참여해 한 마리당 16만원 상당의 연간 보험료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해관계자 간 조율을 넘어 소비자 관점의 근본적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진홍 건국대 스마트동물보건융합전공 교수는 펫보험 상품이 늘어나고 있지만 보장 제한이 많아 소비자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고 진단했다. 사람의 건강보험처럼 체계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그는 반려동물 기대수명 연장과 고령화 가속으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진입했다며, 소비자를 포함한 '4자 논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식품부는 수의계와 보험업계, 반려인 등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험업계와 협의를 통해 연령별 상품 체계 등을 고려한 펫보험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제도 개선을 신속히 진전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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