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 장애인 고용률 34%…비장애인의 절반 수준
기업들 '고용 쿼터' 맞추기 급급…"양질의 일자리 기반 필요"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장애인의 날을 사흘 앞둔 지난 17일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굿윌스토어' 강남세움점에서 만난 중증 발달장애인 윤혜성(36)씨는 물품 분류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기증품을 상자에 포장하고 손질하느라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혔으나 윤씨는 외려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며 흥이 나는 듯했다. 이야기를 나누러 휴게실로 가는 마지막까지도 윤씨의 시선은 작업장에 머물렀다.
2020년부터 6년째 이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윤씨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가장 먼저 출근해 매장을 정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1시간 30분씩 걸리는 출근길에 지칠 법도 하지만 윤씨는 "출근할 때마다 마음이 가볍다"고 웃어 보였다.
윤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인 전남의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으나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기 일쑤였다. 출근길마다 '남들보다 열정적으로 노력하자'고 애써 다짐했으나 자신에게 일감을 주지 않으니 공염불이었다.
그는 "남들이 일하는 모습이 부럽고 미래가 걱정됐다"며 "공장에 출근해도 할 일이 없으니 외롭고 마음이 불안했다"고 떠올렸다.
찬거리를 사 들고 퇴근해 함께 살고 있는 발달장애인 동생의 저녁 식사를 차리는 건 윤씨에게 어느덧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얼마 전에는 차곡차곡 모은 월급으로 부모님께 금목걸이도 선물해드렸다.
윤씨는 "돈을 많이 벌어서 동생과 외식도 하고 인천으로 여행을 가서 바다도 보고 싶다"며 "동생이 자랑스러워하고 존경하고 의지하는 형이 됐다"고 뿌듯해했다.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기증품 판매점 굿윌스토어는 '장애인들의 삼성'이라 불린다.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 40시간 근무'를 준수하고 40분마다 10분씩 휴식 시간을 준다.
하지만 이 '꿈의 직장'에 다니는 장애인은 윤씨를 비롯해 500여명에 불과하다. 장애인 상당수가 세상에 당당히 나서길 원하나 높은 취업 문턱에 번번이 좌절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8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등록 장애인의 고용률은 34%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 고용률은 63.8%로 거의 두 배에 달했다.
고용노동부는 2029년 민간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3.5%로 높이기로 하고 실제 고용률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현실과는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이 업무 환경에 대한 고민 없이 '고용 쿼터' 맞추기에 급급하면서 윤씨의 경험처럼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장애인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4년 근로자 5명 이상의 기업체에서 장애인의 비자발적 퇴직 비율은 21.8%로 전체 근로자(13.5%)를 웃돌았다.
'지방 소멸'에 따른 일자리 양극화도 장애인의 취업 바늘구멍을 더 좁히고 있다. 굿윌스토어 매장 또한 공간 마련과 기증품 공급 문제 등으로 인해 전체 매장 47곳 중 28곳이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는 장애인들이 격리된 시설이나 집에서 벗어나 스스로 돈을 벌고 자아를 실현하는 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적 요소라고 제언한다.
인천대학교 전지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들이 국가에서 수급비를 받거나 취업하더라도 자리만 차지하는 듯한 사람으로 양분돼있는 게 현실"이라며 "의무고용률 상승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고용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했다.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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