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전국 평균 휘발윳값이 ℓ당 2천원을 돌파한 가운데, 주유업계와 카드업계 간 카드 수수료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주유소들은 유가 급등으로 카드 결제액이 커진 만큼 수수료율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카드사들은 주유 업종이 이미 ‘팔수록 적자’인 역마진 구조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19일 주유업계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최근 정부와 카드업계에 공문을 보내 고유가가 지속되는 기간에 한해 주유 업종 카드수수료율을 현행 매출액 대비 1.5%에서 0.8~1.2% 수준으로 인하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유가 급등으로 카드 결제액이 늘면서 카드사는 반사이익을 얻는 반면, 주유소는 판매 금액이 커질수록 수수료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유업계가 특히 문제 삼는 부분은 수수료 부과 기준이다. 주유소가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는 유류세를 포함한 전체 판매 금액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현재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유류세(ℓ당 휘발유 698원, 경유 436원)와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있는데, 카드수수료는 이 세금까지 포함된 총매출액에 일정 비율로 부과된다. 세금을 제외한 실제 영업이익에 비해 수수료 부담이 과도하다는 게 주유소들의 논리다.
한 주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최고가격제 시행에 맞춰 주유소들도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름값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며 “카드사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수수료를 일부 인하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카드업계는 주유업계의 요구가 카드사의 비용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카드수수료는 조달비용, 대손비용, 마케팅비용 등 결제금액에 비례해 늘어나는 ‘적격비용’을 토대로 산정되기 때문에 매출이 증가하면 수익뿐 아니라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주유 업종이 이미 구조적인 적자 업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주유 업종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1.5%지만, 이를 감당하기 위해 카드사가 부담하는 실질 원가는 2.1%를 웃도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주유 특화 카드의 경우 결제금액의 5~10%에 달하는 할인 혜택이 제공되는 데다, 주유소 매출 증대를 위한 각종 프로모션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원가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여신금융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주유 업종 카드 매출은 1월(2월은 영업일수 감소와 설 연휴 영향으로 제외) 대비 약 5천3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가 얻은 수수료 수익은 약 80억원(5천300억원×1.5%)에 그친 반면, 비용은 약 112억원(5천300억원×2.1%)으로 추산돼, 한 달 새 약 32억원의 추가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카드업계는 주유 업종이 이미 다른 업종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는 점도 내세운다. 현재 주유소 수수료율 1.5%는 일반 가맹점 평균(약 2.08%)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주유 업종에 대해 최상위 수준의 우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구조적 적자 상황에서도 중동 사태 극복을 돕기 위해 주유 특화 카드 혜택을 늘리는 등 상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주유업계의 추가 수수료 인하 요구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유소는 특수가맹점으로 분류돼 이미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특정 업종에만 추가 인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당국은 주유 업종에 대해 예외적으로 수수료를 더 내리면 담배, 주류, 대형병원 등 다른 민생 관련 업종에서도 연쇄적인 인하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카드수수료 인하가 결국 카드 혜택 축소나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다만 고유가 장기화로 서민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치권이 민생 지원 차원에서 카드 수수료 문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이 ‘추가 인하 불가’ 입장을 밝힌 가운데, 향후 국회 논의 방향에 따라 주유소와 카드사, 소비자 간 부담 분담의 새로운 해법이 모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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