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와 관련된 현장 사진 및 이미지 / 유튜브 'SBS 뉴스'
최근 대중교통 내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서울 지하철에서 임산부석 양보를 하지 않은 남성 승객이 심한 욕설을 퍼부어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방송된 SBS '뉴스헌터스'에 따르면 임신 4개월 차에 접어든 승객 A씨는 지난 2일 오후 3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열차에 탑승했다가 이 같은 끔찍한 일을 겪었다.
사건 당일 A씨가 탑승한 열차 내부는 승객들로 가득 찬 만석 상태였고, 해당 열차의 임산부석에는 한 중년 남성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A씨는 본인의 가방에 임산부임을 알리는 배지를 명확하게 부착하고 있었으나 해당 남성은 이를 보고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불편한 상황 속에서 다행히 주변에 있던 다른 승객이 A씨를 발견하고 자리를 양보하면서 A씨는 무사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 발생했다.
A씨에게 자리를 내어준 승객이 임산부석에 앉아 있던 남성을 향해 공개적으로 양보하지 않은 태도를 나무라기 시작하면서 열차 내에서는 거친 실랑이가 벌어졌다.
임산부석에 앉아 있던 남성은 자리를 양보한 승객이 "할아버지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 내가 양보한 것"이라고 지적하자 "똑똑하네 참 똑똑하다"며 비아냥거렸다.
이어 "임산부인지 어떻게 알아, 참 더럽다"고 불쾌감을 표출하며 적반하장격의 태도를 보였다.
남성의 폭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해당 승객을 향해 여러 차례 험악한 말을 쏟아내며 "어디 임산부라고 써있냐"는 거듭 막말을 내뱉었다.
이에 승객이 A씨의 가방에 달린 임산부 배지를 직접 가리키며 상황을 설명하려 했으나, 남성은 오히려 격분하며 입에 담기 힘든 심한 욕설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당시 상황에 대해 A씨는 "제가 입덧도 심하고 몸 상태가 안 좋아 외래 진료를 끊고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할아버지가 저를 한번 쳐다보시길래 비켜주실 줄 알았는데 그냥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제가 말한다고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괜히 감정 소비만 할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고 당시의 무력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자리를 비켜주셨는데 할아버지가 욕설을 해서 많이 무서웠다. 저한테 해코지할까 봐 걱정도 됐다"고 불안했던 마음을 전했다.
평소 대중교통 수단으로 1호선을 자주 이용한다는 A씨는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일을 여러 차례 겪었다고 고백했다. 한 번은 버스에 탑승했을 때 한 할머니 승객이 다가와 "내가 노약자니까 임산부석에 좀 앉겠다"고 일방적으로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켜준 적도 있다고 씁쓸한 경험을 호소했다.
서울시는 임산부가 대중교통을 조금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 2013년 임산부 배려석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현재 지하철 열차 한 칸당 임산부 배려석이 2개씩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임산부석은 제도 도입 13년째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서울교통공사 통계 자료에 따르면 '임산부석에 비임산부 승객이 앉아있다'는 취지의 민원은 연평균 7000건에 달하며 하루 평균 20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건을 두고 법률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경민 법무법인 LF 변호사는 "임산부석은 배려의 영역이지 법적으로 강제할 영역은 아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지금은 사람들 인식이 많이 달라져 임산부석을 비워둬야 한다는 걸 많이 알고 있다"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송지원 법무법인 사유 변호사는 "배려석 강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인 승객을 강제로 일으켜 다른 곳으로 보내는 건 행정 과잉"이라고 법적 제재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우리나라 노약자석에 대한 논쟁은 거의 없지 않냐. 어렸을 때부터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고 이게 문화가 됐다"면서 "노약자석에 비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임산부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임산부석 비워두기 운동으로 배려를 강화해야 한다"고 대안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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