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무인점포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보안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절도와 기물 파손, 방화 등 범죄 유형은 다양해졌지만 출입 통제와 신원 확인 같은 기본 안전장치는 여전히 점주 자율에 맡겨진 상태다. 보안을 강화하면 손님이 줄고, 방치하면 범죄와 공권력 소모가 반복된다. 무인점포의 효율이 과연 누구의 비용 위에 서 있는지 묻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18일 경찰청 범죄 통계 자료에 따르면, 무인점포 내 절도 사건 발생 건수는 2021년 3514건에서 2023년 1만847건으로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는 1만1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5년 사이 3배 이상 폭증한 셈이다.
단순 수치보다 심각한 것은 범죄의 질적 변화다. 초기 무인점포 범죄가 생계형 소액 절도나 결제 실수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키오스크 강제 개방 및 현금 탈취 ▲심야 시간대 매장 점거 및 난동 ▲지능적 상습 절도 ▲방화 등 조직적이고 대담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치안 현장의 피로도 역시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서울 한 지구대 관계자는 “출동 요청의 상당수가 무인점포 소액 절도나 방화, 주취자 관련 신고”라며 “점주가 상주하지 않아 생기는 관리 공백을 경찰이 사실상 메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편의성과 보안의 제로섬...카드 인증은 ‘장벽’
무인점포 내 범죄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온라인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출입 시 카드 인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출입 단계에서 이용 기록을 남기면 최소한 범죄 억제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장 점주들이 체감하는 인증 장벽은 적지 않다. 안양시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설치비도 부담이지만 더 걱정되는 건 손님이 발길을 돌리는 것”이라며 “무인점포는 편하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인데 입구에서 카드를 꺼내 인증해야 하는 순간 그 자체가 장벽이 된다. 그럴 바엔 열려 있는 옆 점포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인증 절차가 생기면 단순 구경이나 충동 구매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소액 결제가 많은 무인점포 특성상 작은 불편도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실무적 한계도 있다. 박씨는 “문제 이용자가 생겨도 점주가 카드사에 직접 출입자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결국 CCTV를 확보해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기관 협조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기록이 남더라도 점주가 즉시 활용하기 어렵다면 기대한 보안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미성년자 배제 우려…전화 인증 등 우회 대안도
무인점포 보안 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또 다른 쟁점은 미성년자 이용자다. 무인 아이스크림점과 문구점의 주요 고객층에는 어린 학생들이 적지 않다. 카드 인증을 전면 도입할 경우 신용카드는 물론 체크카드도 늘 소지하지 않는 이용자를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은 최근 미성년자 명의 체크카드 발급 연령을 낮추고 간편결제 연계를 확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를 곧바로 무인점포 보안의 현실적 대안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금융 접근성과 본인 확인 체계를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움직이는 것은 맞다”면서도 “모든 청소년이 본인 명의 결제 수단을 상시 보유하고 이를 출입 인증에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카드 인증 외 다른 방식도 거론된다. 대표적인 것이 전화 발신 기반 출입 방식이다. 매장 앞 번호로 전화를 걸면 문이 열리고 점주는 발신번호와 출입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별도 카드 없이도 이용할 수 있어 어린이와 고령층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최소한의 출입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 역시 한계는 있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전화 인증은 실제 출입자와 휴대전화 명의자가 다를 수 있고, 수집된 전화번호를 어떻게 저장·보관할지 기준도 필요하다”며 “점포 특성에 맞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책임 없는 무인은 지속 불가…소비자 안전도 챙겨야
전문가들은 무인점포 보안을 단순한 절도 대응을 넘어 소비자 안전과 영업 지속 가능성, 사회적 비용의 문제로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무인점포라 하더라도 운영자는 소비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절도나 방화 같은 사건이 반복되면 점주 개인의 손실을 넘어 소비자들도 해당 점포를 불안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출입 인증이나 전화번호 기록 같은 절차에 일부 불편함이 따를 수는 있지만 운영자 입장에서는 안전하게 관리되는 매장이라는 신뢰를 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며 “무인 경영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효율성과 책임 사이의 균형 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제학과 교수도 “무인점포는 인건비를 줄여 수익성을 높이는 구조지만 보안 비용까지 충분히 내부화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결국 경찰력과 지역사회 불안 같은 사회적 비용으로 넘어간다”며 “치안 공백을 사실상 공공이 메우는 구조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매장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추도록 하는 기준은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전적으로 점주 자율에만 맡겨둘 경우 비용 압박이 큰 영세 점포일수록 기본적인 보안조치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