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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인터뷰에는 영화 '살목지'의 스포일러가 될 부분이 담겨있습니다.
물수제비를 던졌다. 짧게 끝날 줄 알았던 파장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영화 '살목지' 속에서 그 돌을 던진 배우 오동민이 그렇다.
영화 '살목지'는 과거 '심야괴담회'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공포 스팟인 저수지 살목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저수지 로드뷰에 찍힌 정체불명의 형상이 논란이 되자, 해당 로드뷰 회사는 재촬영을 위해 살목지로 향한다. 해군 해난구조전대 출신의 경준(오동민)은 형 경태(김영성)을 따라 촬영팀으로 그 일행에 합류했다.
'살목지'로 향한 인물들은 가족, 연인 등 각자의 관계성으로 얽혀 있다. 그 관계성이 '공포'라는 장르를 더 깊이 '공감'하게 한다. 특히, 형제인 촬영팀 경태와 경준은 툭툭 부딪히면서도 결국 서로를 의지하는 관계로 초반 몰입을 이끈다. 경준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사실 배우 오동민은 과거 귀신을 본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렇기에 더욱 두려운 마음이 크다고. 오동민은 두려움의 자리 대신 '살목지' 속 경준의 코어부터 집중했다. 그렇게 돌탑처럼 차근차근 쌓아 올려진 경준은 "귀신을 믿지 않는" 관객을 더 강하게 끌어당겨 점점 더 깊숙하게 '살목지'의 차디 찬 물 속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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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살목지'가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지난 15일 '귀신 분장하고 무대인사'라는 손익분기점 돌파 공약을 파격적인 처키의 모습으로 지켜내기도 했다.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스코어를 보는 것이 이렇게 짜릿한 거구나'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너무 감사하다. '살목지' 팀 분위기도 너무 좋다. 팀 모바일 단체 메시지 창 있는데, 관객분들 덕분에 다들 엄청나게 업되어서 어떤 귀신으로 분장하면 좋을지, 서로에게 어울릴 귀신 분장을 활발하게 이야기했다. 맏형 김준한 형부터 막내 장다아 배우까지 어쩜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모였는지 모르겠다. 배우 김혜윤, 장다아는 뭘 해도 예쁠 줄 알았다. 저는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라도 저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웃음)"
Q. 앞서 굉장히 겁이 많은 편으로 알려졌다. 영화 '살목지' 시나리오를 보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경준' 캐릭터에 어떻게 다가갔나.
"제가 2006년쯤엔가 극단에서 공연 연습하다가 실제로 귀신을 본 적 있다. 그래서 엄청나게 무서워한다. 그렇기에 '살목지'라는 괴담보다 '경준'이라는 인물에 집중했다. 특히 경준이가 귀신을 믿지 않는 인물이지 않나. 그렇기에 괴담에는 더 등을 돌렸다. 경준이는 해군 해난구조전대 출신이다. 경준이는 투덜거림이 많고,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어찌 보면 민폐일 수 있는 성격이다. 그렇기에 분명 전역하게 된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았다. 거기서부터 질문을 이어갔다. 군 생활도 순탄치 못했을 거고, 결핍이 있으니까 이를 숨기기 위해 더 허세스러운 모습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외모적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숙소 앞에 헬스장을 끊어놓고 매일 운동했다. 현장에도 덤벨을 들고 다녔다. '살목지' 속 캐릭터들은 원색적이고 직선인 인물들이다. 경준이도 '난 거침없어'를 외형부터 드러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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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형 경태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고운 성격의 형제가 아니기에, 이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닥쳤을 때의 반응이 '살목지'로 훅 들어가게 하는 요소가 된 것 같다.
"'살목지' 대본 리딩할 때, 김영성 형이 경태의 짜증을 만들어오셨다. 그런데 그 짜증이 딱 맞는 결이더라. 경준이도 짜증이 많은 인물인데, 그 결이 다르다. 사실 경준이는 촬영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형 경태 덕에 촬영팀으로 먹고살고 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저자세가 있을 것 같았다. 형이 던지는 뾰족한 짜증을 받아서 같이 가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한 경준이의 짜증이었다. 사실 김영성이라는 사람이 너무 좋다. 극 중에서도 형제인데, 실제로도 친형 같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지는 과정에서 마음의 정이 쌓였다. 그 마음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다. 저는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김영성이 아니었으면, 경준이도 없을 거라고. 진심이다."
Q. 사실 이번 '살목지'에서도 그렇지만, 영화 '옆집 사람', JTBC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 등의 작품에서도, 배우 오동민 특유의 말맛은 굉장히 많게 느껴질 수 있는 대사를 맛있게 느껴지게 했다. 자신만의 말맛 맛집 비결 같은 게 있을까.
"사실 말맛이나 말의 리듬으로 캐릭터에 접근해 본 적은 없다. 제가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 캐릭터의 코어다. 저의 자아를 구성하는 방 하나를 언제라도 캐릭터가 들어올 수 있도록 늘 비워두려고 한다. 그 캐릭터가 그 방에 완전하게 존재하면, 제가 애드리브를 해도 그 인물이 나오는 거라 믿는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말해야지'라는 접근보다 그 캐릭터의 코어를 고민한다. 이 인물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 인물이 현재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튀어나오는 감정들이 어떤 모양인지 등을 고민하고 그 방 속에 단단하게 담아놓으려 하면, 자연스럽게 그 인물이 하는 말의 리듬도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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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기한 접근법이면서 동시에 그 코어가 만드는 힘이 놀랍다. 모든 캐릭터가 잘 들어오고, 잘 나가는 편인가.
"매번 그렇지는 않다. 최대한 인물의 본질이라는 씨앗을 가지고 가지를 뻗어나가는데, 그 가지들이 말의 표현까지 이어진 작품들인 것 같다. 신기하게 누가 들어와야 그 방에서 잘 빠져나가는 것 같다. (웃음)"
Q. '살목지'를 보면서 처음 어깨를 움츠린 장면이 돌 던지는 장면이었다. 정말 아무런 긴장 없이 보고 있다가 돌을 한 대 딱 맞은 느낌이었다.
"그 장면은 시나리오에서부터 정확한 묘사가 있었다. 감독님마다 다양한 분위기의 시나리오가 있는데, 이상민 감독님의 시나리오는 '구글맵 같은 시나리오'다. 정말 장르물에 특화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속에 매우 정확하게, 콘티와 컷이 느껴지게 글이 쓰여있었다."
Q. 그리고 경준이의 마지막 표정에서, '아, 지금 나도 물속에 발을 담갔구나' 싶었다. 그 촬영 당시 이야기도 궁금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제 배우 생활 중 인간적으로 가장 힘든 촬영이었다. 날씨가 힘들었다. 낮에는 30도가 넘는데, 밤에는 영하로 떨어져서 너무 추웠다. '이러다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아마 극한의 그 마음이 표정에 담긴 것 같다. 상황의 도움을 받았다. (웃음) 경준이는 처음부터 귀신이 있을 확률을 0%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 장면에서 100%를 넘어 200%까지 치솟는 충격을 보여줘야 했다. 그 수치를 생각하긴 했지만, 의식적으로 임하지는 않았다. 설윤지 배우의 귀신 분장에도 도움받았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설윤지 배우의 리얼한 분장 때문에 놀랐고, 촬영이 끝날 때쯤에는 귀신과도 전우애가 생겼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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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성균관대에서 행정학과를 전공했다. 그리고 동아리로 극단 경험을 거쳐, 배우로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 정말 수많은 독립영화, 단편영화, 대중 영화, 그리고 드라마 등 매체 연기를 통해 이제는 어엿한 '배우 오동민'의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을 것 같다.
"의심하지 마. 걱정하지 마. 최근까지도 계속 생각한 건데, 불과 한 5~6년 전의 제가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의 제 모습을 본다면,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불안하지만, 그 불안을 증식시켜 줄 만큼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만약에 5~6년 전의 제가 저를 몰래 보고 간다면, 또 하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더 큰 마음의 고통도 있다'라고. 걱정하지 마, 불안해하지 마, 그런데 힘들 거야. 이 말을 해주고 싶다."
Q. 지금도 불안하다고 했다. 사실 배우는 늘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존재할 수 있는 직업이지 않나. 그런 지점에서 오는 불안이 있을 것 같다. 그런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것들이 있을까.
"제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려고 하는 것 같다.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일어나면 이불을 정리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정리한다, 이런 말이 있지 않나. 그리고 운동이 참 도움이 많이 된다. 매일매일 꾸준히 하면서 몸의 변화가 시각적으로 보이고, 체력적인 변화가 느껴진다. 직접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게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하는 것 같다."
결국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나를 가장 두렵게 만들고, 무섭게 만드는 것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결핍과 불안,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순간 앞에서 무너지는 마음. 영화 '살목지' 속 오동민의 표정이 그렇게도 각인 되었던 건, 아마도 자신의 결핍을 허세로 감추다가 끝내 두려움과 마주하게 된 경준, 그대로의 표정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던진 돌에 퍼져가는 파장처럼, 배우 오동민 역시 매 작품 그렇게, 보는 이들의 마음에 오래 이어지는 파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 조명현 객원기자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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