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4월인데도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며 냉방가전 시장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일주일 새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뛰고, 홈쇼핑 채널에서는 주문액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조기 성수기’ 양상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수요가 앞당겨진 만큼 설치·전력 등 후방 인프라 부담도 동시에 당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초 에어컨 매출은 직전 주 대비 90% 증가했고, 선풍기 매출도 100% 늘었다. 같은 기간 CJ온스타일 행사에서는 에어컨 주문 금액이 전년 대비 약 250% 증가했다. 통상 5~6월에 본격화되던 수요가 4월로 이동한 셈이다.
기상청은 올해 4~5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60%로 제시하며, 9월까지 더위가 이어질 가능성도 내다봤다. 여름이 길어지고 더워지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냉방 수요가 구조적으로 앞당겨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전업계는 생산과 마케팅을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전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에어컨 생산라인을 사실상 풀가동하며 물량 확보에 나섰고, 할인 행사와 사전점검 서비스도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시작했다.
코웨이·귀뚜라미·오텍캐리어·쿠쿠 등 중견업체들도 신제품 출시와 렌탈·프로모션을 서두르며 시장 선점 경쟁에 가세했다. AI 기반 자동 냉방, 원격 진단 등 기능 고도화도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비스 대응도 선제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는 사전 점검 캠페인을 앞당기고, 성수기에는 기술 인력뿐 아니라 사무직까지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에어컨 공장 가동률이 100%를 웃돌았던 사례가 등장할 만큼 생산·서비스 전반이 ‘풀가동 체제’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수요가 빨라질수록 설치·서비스 부담도 함께 앞당겨진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성수기에 구매할 경우 설치가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이 ‘조기 구매’에 나서는 구조가 형성, 다시 수요를 더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설치 기사 인력과 물량 처리 능력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설치 업무가 숙련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단기간 인력 확충이 쉽지 않은 데다, 지역별 수요 편차까지 겹치며 일부 지역에서는 일정 지연이 구조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에너지 비용 변수도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 생산 단가 상승 압박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LNG 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돼 움직이는데, 최근 열량 단위당 가격이 8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도매가격이 LNG 발전 단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과 맞물려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게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LNG는 통상 수개월 전에 물량을 계약하는 특성상, 이미 오른 가격이 한여름 전력 공급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여기에 냉방 수요 증가로 전력 소비가 급증할 경우,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LNG 발전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있다. 단순한 전력 수급 문제를 넘어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계와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과거 에너지 가격 급등기에도 요금 인상 억제 과정에서 공기업 재무 부담이 크게 늘어난 사례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며 대응, 한국전력의 부채가 200조원을 넘긴 바 있다. 이 같은 전례를 고려하면 정책적 선택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에서는 수요 조기화에 맞춰 설치 인력 운영과 서비스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력 수요 분산을 위한 대응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냉방 수요 증가가 상수화된 만큼, 에너지 비용 구조와 요금 체계까지 포함한 중장기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구매해 설치를 받으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며 “수요가 앞당겨지면서 설치 일정과 서비스 대응도 함께 압박받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냉방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단기적인 판매 대응을 넘어 인력·에너지 인프라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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