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OTT들은 단순한 영상 플랫폼을 넘어 스포츠·공연 등의 중계 방송으로 보폭을 넓히며 새로운 수익화에 도전하고 있다. 연령과 취향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실험이 이어지면서 OTT는 K 문화 소비의 가장 앞단에 섰다. 막대한 투자가 전제되는 OTT 산업은 본질적으로 긴 호흡을 요구한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지 5년, 이제는 그 시간의 무게가 재무제표 위에 또렷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내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 간 자본과 체력의 차이가 구조적으로 눈에 띈다. 본지는 각 사업자들의 위치와 역량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 OTT 업계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
|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쿠팡플레이는 미국 상장사 Coupang Inc. 산하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쿠팡의 3344만명 이용자(와이즈앱·리테일 3월 MAU 기준)를 잠재 고객으로 확보해 국내 2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올라섰다.
하지만 쿠팡플레이는 국내 상장된 별도 법인도 아닌 데다 지배구조상 미국 본사 체제 아래에 있다는 점은 적자에 시달리는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 역차별 논란과 회계와 과세 투명성 논란을 초래한다.
17일 쿠팡플레이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서비스 론칭 이후 월간활성자수(MAU)가 900만명을 돌파하며 넷플릭스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켜냈다. 모회사 쿠팡이 작년 말 3367만여건의 정보 유출 사고를 빚으며 대규모 회원 탈퇴로 이어졌으나 쿠팡과 그 자회사는 반년도 되지 않아 이를 회복했다. 쿠팡플레이는 자사 최대 MAU를 기록했다.
쿠팡의 실적 회복세가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등 멤버십 기반 ‘무료 서비스’ 확대에 힘입은 측면이 있지만 쿠팡플레이가 국내 OTT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과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충분히 이행하고 있는지 불투명하다.
▲ 국내 사업자는 공시...쿠팡플레이, 수익구조 '불투명'
쿠팡 주식회사 공시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독립적인 결제 체계를 두지 않고 쿠팡 회원의 멤버십 내 번들 서비스로 제공되면서 관련 수익은 ‘기타매출’ 항목에 포함되고 있다. 실제 쿠팡의 기타매출은 지난해 10조9000억원으로 전년(7조6000억원) 대비 43.1% 증가했는데 이는 멤버십 가격 인상과 유료 패스 도입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해당 증가분을 쿠팡플레이의 실질 수익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타매출에는 멤버십, 광고, 기타 서비스 수익이 혼재돼 있어 OTT 사업 단위의 성과를 별도로 분리해 확인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와우 멤버십에 결합된 쿠팡이츠는 서비스가 아닌 자회사로 운영되며 별도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돌파했고 당기순이익 614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이츠는 쿠팡플레이 및 멤버십과의 연계를 통해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는 ‘락인 효과’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플레이는 쿠팡 내부 사업부로 편입돼 있어 콘텐츠 투자비, 마케팅비, 인프라 비용 등 주요 재무 항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쿠팡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과 달리 재무적 실체는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는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사업자들이 별도 법인 형태로 매출과 영업손실, 비용 구조를 구분 공시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들 국내 기업은 콘텐츠 투자 확대에 따른 적자 구조가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며 실적 부담을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플레이 역시 스포츠 중계권 확보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등 대규모 선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독립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확보했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쿠팡플레이는 최근 멜로 흥행작 ‘만약에 우리’를 쿠플클럽 이벤트를 통해 무료로 공개하고 지드래곤의 월드투어 피날레 공연 실황 ‘위버맨쉬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더 파이널’을 4K 초고화질로 전 세계 최초 공개하는 등 이용자 유입 확대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이어가기도 했다.
▲ 무료 콘텐츠는 혜택...'소비자 선택권 제한' 논란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기업이 월 5500원에서 1만7000원 수준의 요금제를 부과하는 반면 쿠팡플레이는 와우 멤버십 가입자라면 별도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기준 OTT 구독료를 포함한 ‘방송 및 시청각 콘텐츠 이용료’가 월 평균 2만원을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무료’ 구조는 선택권 제한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용자가 OTT 서비스만 별도로 해지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 비용까지 함께 부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와우 멤버십 서비스 제공 방식이 ‘끼워팔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전원회의에 상정한 상태다. 공정위 심사관은 쿠팡이츠 알뜰 배달 서비스와 쿠팡플레이를 결합 제공한 구조를 문제 삼았다.
업계에서는 가격과 서비스 가치의 ‘비가시성’을 핵심 쟁점으로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OTT만 따로 해지할 수 없는 구조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뿐 아니라 가격이 분리 공시되지 않아 서비스 가치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2위 규모로 성장했음에도 미국 기업 산하 서비스라는 이유로 법인세 납부 규모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점 역시 형평성 논란을 키운다”고 했다.
과세 및 회계 투명성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돼 온 사안이다. 앞서 지난 2023년 박완주 전 과방위 의원은 “쿠팡플레이는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별도 법인이 아니어서 매출과 투자 규모가 식별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회계 구조의 불투명성과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플레이는 콘텐츠로 발생된 수익 일부를 제작자와 나누는 구조로 IP 수익을 독점하는 넷플릭스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며 "별도 재무제표는 없지만 쿠팡 신사업 구조 안에서 매출이 반영돼 과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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