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K-조선, 이란전쟁 따른 에틸렌 수급난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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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K-조선, 이란전쟁 따른 에틸렌 수급난 '기우'”

한스경제 2026-04-17 19: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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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5차 해운·조선·물류 안정화 포럼’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포럼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임준혁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5차 해운·조선·물류 안정화 포럼’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포럼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임준혁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같은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망 붕괴로 시장 일각에서 제기해 온 에틸렌 수급난, 인도 지연, 발주 취소 등 K-조선 위기설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조선업계 관계자의 발언이 나왔다.

안광헌 HD현대 고문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5차 해운·조선·물류 안정화 포럼’에 주제 발표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히며 “일선 현장에서는 에틸렌 수급난, 공기 연장, 인도 지연 등 전쟁으로 인한 위협이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고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던 지난달 말부터 시장과 일부 언론에서는 조선소에서 강재를 절단하는 연료 가스인 에틸렌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공급 차단 여파와 맞물리며 한국 조선산업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는 ‘K-조선 위기설’을 제기했다.

▲ 강재 절단 연료, 에틸렌 공급 차질 위기설 제기

이러한 위기설은 에틸렌이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하는 나프타 분해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국내 에틸렌 공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여천NCC가 지난달 나프타 원료 수급 불능을 이유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다른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도 잇따라 공급 지연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에틸렌 수급난으로 조선3사의 도크가 멈출 위험에 처했다는 위기설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에틸렌 재고가 소진되면 주요 조선소의 강재 절단 단계부터 선체 조립, 의장, 진수에 이르는 전 공정 일정이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안 고문은 “HD현대 조선 계열사들은 이 같은 돌발변수에 미리 대비해 그룹 내 HD현대오일뱅크를 통해 나프타 및 에틸렌을 비축해 왔다”며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뿐 아니라 협력사들도 최대 2년치의 에틸렌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자재 국산화·원자재 선제적 재고 확보 '대비'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로 중동에 위치한 선주, 에너지 회사들이 발주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LNG운반선 등 에너지 운송 선박의 인도 지연 우려도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안 고문의 주장이다.

17일 열린 ‘제15차 해운·조선·물류 안정화 포럼’에 참석한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임준혁 기자
17일 열린 ‘제15차 해운·조선·물류 안정화 포럼’에 참석한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임준혁 기자

안 고문은 “조선3사는 선주와의 건조계약 체결 시 에스컬레이션 조항 삽입 및 해비테일 방식의 계약금 납입과 같은 △판매자 우위 시장을 활용한 선가 협상력과 △기자재 국산화율 제고 및 핵심 원자재의 선제적 재고 확보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을 통한 기술적 우위 △저가 수주 물량을 털어내고 2023~2024년 수주한 고선가 선박의 본격 인도를 통한 실적 개선 등 4가지 핵심 대응 전략을 이미 취해 왔다”고 강조했다.

에스컬레이션 조항이란 계약 후 건조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를 경우 선가를 사후에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 조건을 뜻한다. 이 같은 계약 조건은 현재와 같은 선박 공급이 부족한 ‘판매자 우위의 시장’에서 조선사의 협상력이 높아져 원자잿값·인건비에 연동돼 계약 수정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 “판매자 우위 시장 형성...슈퍼 사이클 더욱 공고”

이번 전쟁으로 오히려 조선산업은 최근 기운 것으로 여겨지던 ‘슈퍼 사이클’이 본격화되고 더 나아가 업데이트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안 고문은 “전쟁 이전부터 LNG운반선을 꾸준히 수주해 왔고 VLCC,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까지 포함하면 조선3사는 올해 연간 수주 목표의 25%가량을 1분기에 달성한 상태”라며 “2029년까지 일감 확보도 마친 상태이며 독보적인 친환경 선박 기술, 납기 경쟁력,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증대까지 가세하며 조선3사는 호재가 겹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전쟁으로 그간 정체됐던 VLCC의 신조선가 급등과 LNG선의 가격 방어도 국내 조선산업에 유리하단 해석을 내놨다.

실제 상반기 기준 VLCC의 신조선가는 1억2950만달러로 전년 대비 5.5% 올랐다. 17만4000㎥급 LNG운반선은 북미 LNG 프로젝트 발주로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동형 LNG운반선의 신조선가는 2억6500만달러다.

▲ MRO 사업, 이란 전쟁으로 수요 증가 예상

안 고문은 “물론 원자잿값과 물류비 상승 등 위협 요인이 전혀 없다고 말한 순 없지만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의 실제 수주 점유율은 한국이 60%, 중국과 일본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며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유지하는 한편 이란 전쟁의 확전 혹은 장기화에도 대비해 실시간 전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포럼 참석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이 밖에도 조선3사는 경쟁적으로 ‘스마트 야드’로의 전환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특수선(방산)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군수지원함 위주로 일부 수주 및 작업이 진행 중인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이 신규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쟁으로 MRO 사업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5차 해운·조선·물류 안정화 포럼’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포럼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임준혁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5차 해운·조선·물류 안정화 포럼’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포럼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임준혁

이날 포럼의 주제발표 후 속개된 종합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국내 조선산업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수주, 건조 측면에서 지장이 없다”면서도 “탱커와 LNG운반선 수요 증가와 발주량 증가 등 시장의 호재는 중국, 일본도 동일하게 주어질 것이다. 일본은 이번 기회에 LNG운반선 건조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 “FLNG 중요성 부각·대체항로인 ‘북극항로’ 주목해야”

옛 대우조선해양 기술본부장을 역임한 권오익 KMTEC 대표는 “이번 전쟁으로 중동에 의존하는 LNG 공급망 구조를 단기간 대체하기 위해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에 매우 취약한 항로임에 전 세계에 각인된 만큼 경제성이 있다면 대체항로로 북극항로를 다시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와 바다최고위 총원우회가 공동 주관하고 이헌승, 어기구, 조승환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이날 포럼은 이란 전쟁의 장기화가 국내 해운·조선·선박금융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운 산업에 대한 주제 발표를 맡은 김인현 해상법연구센터 소장은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국적 선박들이 감당할 전쟁 추가보험료를 재난 상황으로 인식해 농업수산분야 재난 시 적용하는 정책보험과 동일 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국가 전략 차원에서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을 포함한 전략 상선대 구축과 전략 해기사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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