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강규 정치전문기자]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가공·왜곡하는 이른바 ‘여론조사 마사지’ 논란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특히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를 실제 ‘지지율’처럼 둔갑시키는 등 지표의 성격을 바꾸는 행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특정 정당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리한 수치만 선별해 강조하거나, 서로 다른 기준의 데이터를 혼용해 외연 확장성이 큰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고소·고발과 경선 갈등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본경선에서도 정원오 후보 측의 여론조사 홍보물을 두고 예비후보들 간의 난타전이 벌어졌었다. 정 후보 측은 여론조사 결과를 임의로 가공해 자신에게 유리한 카드뉴스를 제작·배포했다는 의혹으로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으로부터 고발당했으며,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민주당 내 경쟁 후보들이 역시 “여론조사 결과를 입맛에 맞게 편집해 배포하는 것은 당원과 시민의 판단을 흐리는 중대한 반칙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해당 사건은 서울경찰청에서 성동경찰서로 이관되는 과정에서도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며 뜨거운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 소속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서울 동작구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오차범위 ±4.4%포인트) 결과가 알려지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해당 조사는 ‘국민의힘 동작구청장 후보 인물 적합도’를 묻는 조사였지만, 고발인 측은 박 구청장 측이 이를 마치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지지율’처럼 보이게 홍보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 응답 결과를 활용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29.9% 지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실제보다 확장성이 큰 것처럼 왜곡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해당 적합도 조사에서는 박 구청장이 42.0%, 김정태 전 국립충북대학교병원 상임감사 7.1%, 이유원 전 춘천MBC 아나운서 5.5%의 격차를 보였고, 현재 문제가 됐던 기사 링크는 삭제된 상태다.
이처럼 여론조사 용어를 혼용하거나 수치를 부풀리는 행태가 반복되는 이유는 ‘밴드왜건 효과(우세한 후보를 따르는 현상)’를 노린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왜곡된 정보로 ‘대세론’을 형성하고 나면, 추후 선관위 경고나 사법 처리가 내려지더라도 이미 경선에서 승기를 잡은 뒤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여론조사 마사지’가 당선 무효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선거 범죄라고 경고한다. 한 선거법 전문 변호사는 “용어의 의도적 변경(적합도→지지율)이나 분모가 다른 수치의 혼용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조직적 유포 정황이 드러날 경우 가중 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접수된 위법 여론조사 조치 건수는 벌써 수십 건에 달한다. 선관위는 특히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임의 편집해 배포하는 행위에 대해 단속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정치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야 모두 공천 심사 과정에서 여론조사 왜곡이 확인될 경우 ‘경선 질서 교란’으로 보고 후보 자격 박탈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방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데이터 정치’의 신뢰가 흔들릴 경우 선거의 공정성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숫자가 민심을 반영하는 도구가 아니라 민심을 왜곡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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