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노조인데 행동·인식 딴판…해외는 세상 걱정, 한국은 처우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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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노조인데 행동·인식 딴판…해외는 세상 걱정, 한국은 처우 욕심

르데스크 2026-04-17 16:52: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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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동조합의 행태가 해외 빅테크들의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동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히는 쟁의 행위의 목적부터가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노조의 절대 다수는 쟁의 행위의 목적이 처우, 복지 등 개인의 이익에 치우친 반면 글로벌 기업 노조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나 책임 강화를 목적으로 쟁의 행위를 벌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분석은 대기업 노조의 크고 작은 쟁의 행위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우려하는 여론과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됐다.

 

처우·복지 '톱 클래스' 삼성전자 노조 "임금·성과급 더 달라" 총파업 엄포

 

재계 등에 따르면 재계서열 1위의 삼성그룹은 창업주 시절부터 무려 50년간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 배경에는 노조 결성 자체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파격적인 대우'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어느 기업도 삼성그룹의 기본 연봉은 물론 파격적인 인센티브 체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삼성그룹의 보상 수준을 넘어서는 기업들이 하나 둘 등장했다. 결국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노조 결성 움직임이 생겨났고 2020년 마침내 노조가 탄생하며 삼성그룹의 무노조 시대는 막을 내렸다.

 

▲ 지난해 말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처음 12만원을 돌파했을 당시의 주식 시황판. [사진=연합모습]

 

그런데 당시 묻어뒀던 갈등의 불씨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성과급 이슈가 불거지면서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국내 최고 대우'를 빼앗긴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달 사측과의 교섭이 결렬됐음을 알린 뒤 ▲성과급(OPI) 상한 폐지 ▲임금 7% 인상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또한 사측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5월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노조 측은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이 이미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선 것을 근거로 "요구를 거절한 명분이 없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차 노조도 임금 인상이나 성과급을 이유로 빈번한 파업을 단행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노조 중 하나다. 국내 제조업 중 최고 수준 연봉을 받는 '귀족노조'지만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와의 상생을 외면하고 정규직 처우에만 집중하는 등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이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 2011년에는 단체협약 내용에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선채용하는 이른바 '현대판 음서제' 조항을 포함시켜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결국 해당 조항은 8년만에 삭제됐다.

 

'세상을 움직이는 기술인력' 자부심 큰 빅테크 노조, 쟁의 행위 목적도 "사회·세상을 위해"

 

구글, 아마존 등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 노조 쟁의 행위의 목적은 국내 노조와 확연히 다른 색깔을 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뭉치는 계기는 각자의 계산에 따른 이익보다는 사회적 가치와 시대적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서일 때가 많았다. 해외 글로벌 기업 소속 직원들 중 대다수가 '이미 충분히 고액연봉자'라는 인식과 '세상을 움직이는 기술인력'이라는 자부심이 유독 높다는 점이 이유로 지목됐다.

 

▲ 구글 독일 베를린 사무소. [사진=EPA/연합]

 

일례로 2018년 구글이 미국 국방부와 협력해 드론 영상을 분석하는 AI 신기술을 개발한다는 사실('Project Maven')이 알려지자 소속 직원 약 4000명이 반대 서명을 냈다. 심지어 핵심 개발자 10명 가량은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당시 구글 직원들은 "구글의 기술이 살상 무기 개발에 쓰이고 전쟁의 도구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사회적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구글은 국방부와의 계약 연장을 포기하고 'AI 개발원칙'을 수립해 살상 무기와 관련된 AI개발을 금지하는 내부 방침을 수립했다.

 

2019년에 발생한 '기후를 위한 아마존(Amazon) 직원들의 워크아웃(Walk-out)' 역시 유명한 사건 중 하나다. 당시 전 세계 아마존 오피스 직원 3000여명은 아마존이 막대한 물류 배송으로 탄소를 배출하면서도 구체적인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며 업무를 중단하고 거리로 나왔다. 거리로 나온 아마존 직원들은 "세계 최대 기업인 아마존이 지구 온난화 문제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노동은 가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아마존 경영을 이끌던 제프 베이조스 CEO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기후 서약'을 발표하며 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해외 글로벌 기업 노조는 쟁의 행위의 방식에서도 국내 대기업 노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국내 노조들은 연차 투쟁이나 공장의 생산 라인 중단 등과 같은 '공멸'의 방식을 택하는 반면 해외 글로벌 빅테크 노조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필요한 입법을 위해 정치권 로비나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사회적 지지를 동원하기 위한 여론전을 펴는 데 중점을 둔다. 회사의 변화는 유도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잃는 것은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2026년 3월 23일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서 건설 중인 아마존 데이터센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페이스북 직원들의 가상 파업(Virtual Walkout)이 대표적 사례다. 2020년 'Black Lives Matter(흑인인권운동)' 시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 투입과 무력 진압을 정당화하는 선동적인 게시물을 올렸는데도 마크 저커버그 CEO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소속 직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당시 수백 명의 직원들이 선택한 항의 방식은 물리적 수단이 아닌 SNS를 활용한 여론전이었다. 대중이 움직이면 회사도 변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그들은 SNS 프로필을 '부재 중'으로 수정하고 "회사의 수익보다 사회적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항의성 메시지를 남겼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의 서명운동도 비슷한 케이스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에 안면인식기술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속 직원들은 "우리가 만든 기술이 이민자 가족을 갈라놓는 비인도적인 행위에 쓰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ICE와의 계약 해지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결국 사티아 나델라 CEO가 "기술의 책임 있는 사용에 관한 내부 검토를 강화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나서야 사태가 진정됐다.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노조의 쟁의 행위의 목적이나 방식이 해외와 판이하게 다른 근본적인 이유로 '노동경직성'을 꼽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용유연성이 낮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직장의 근로조건과 지위에 대한 절실함이 매우 높고 근로자별 차등 대우와 이직이 일반적인 미국은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은 각자 해결할 문제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과 같은 분위리라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 외부 요인에 의한 기업의 어려움이 커지더라도 노조는 이에 아랑곳 않고 자신들의 근로 조건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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