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둘레산길 12구간에서 만난 늑구
"오늘 아니면 못 잡는다. '마지막이다' 생각했습니다."
17일 대전시 등 수색당국에 따르면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잇달아 접수된 것은 전날 오후 5시 30분께부터다.
생태원, 야생생물관리협회 등 관계기관이 드론을 띄워 일대를 수색하던 오후 6시 18분께 만성산 정상 정자에서도 비슷한 신고가 들어왔다.
이후 침산교에서도 유사한 신고가 들어왔다.
#1. 더 쌩쌩해졌다
늑구 탈출 초기부터 수색에 참여했던 최진호 야생생물관리협회 전무이사는 이 신고를 받자마자 "늑구가 지난 14일 포획 때보다 더 쌩쌩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밤 10시 43분께 대전시민 강준수 씨가 촬영한 늑구.
늑구가 수 킬로미터 내 지역을 빠르게 다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오전 수색당국과 늑구는 5시간 넘게 대치했지만, 늑구는 민첩하게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수색당국은 늑구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소방 인력을 배치했다. 대전도시공사 관계자들도 반경 2㎞를 에워쌌다.
신고 지점을 중심으로 드론 수색에 나섰으나 늑구는 쉽게 포착되지 않았다.
최 전무는 속으로 말했다. "아, 오늘도 포기해야 하나."
#2. 밤 11시 45분
늑구가 이 지역을 빠져나갔을 것으로 판단하고 마지막으로 드론 수색을 하던 때 안영동에서 늑구가 드론에 포착됐다.
인근에서 대기하던 수의사인 진세림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차장은 늑구가 발견된 곳으로 출동했다.
날을 넘긴 17일 오전 0시 17분께 수색당국이 안영 IC인근에서 늑구를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포획 작전이 시작됐다.
최 전무는 열화상 카메라를, 진 수의사는 마취총을 들었고, 두 사람은 이어폰 양쪽을 한 개씩 나눠 꼈다.
최 전무와 진 수의사가 조심스럽게 늑구를 향해 접근해 가면, 드론 기사는 이어폰을 나눠 낀 이들에게 이동할 위치를 알려줬다.
드론기사 한 명이 근거리에서 늑구의 자세한 동태를 관찰하면 다른 한 명은 원거리에서 전체적인 늑구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마취총을 쏠 수 있는 자리도 알려줬다.
"즐거웠어요, 열흘간의 숨바꼭질."
#3. 마취총 한 발
늑구는 사흘 전보다 더 빠르고 민첩했다.
최 전무가 천천히 움직이는 사이 늑구가 먼저 수색팀의 존재를 알아챘다.
늑구가 사람을 발견하고 퇴로로 빠지려던 순간, 나무숲에 숨어있던 진 수의사가 약 20m 거리에서 마취총을 한 발 쏴 늑구 허벅지에 명중시켰다.
본격적인 포획작전을 시작한 지 30분 만인 0시 39분께 늑구 마취에 성공했다. 이어 5분 뒤 포획을 완료했다.
전 국민의 애를 태웠던 '국민 늑대' 늑구가 탈출 9일 만에 안전하게 생포되는 순간이었다.
진 수의사는 "늑구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허벅지를 향해 쏘면 휘어나가서 빗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흉강이랑 목을 노리고 쐈는데 아주 다행히 허벅지에 맞았다"고 말했다.
오월드 내 동물병원으로 응급 이송된 늑구는 전국 각지 동물원과 국립생태원에서 파견된 수의사들의 보호 속에 오전 4시께 마취에서 안전하게 깼다.
혈액 검사상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엑스레이 검사 결과 위에서 길이 2.6㎝의 낚싯바늘이 발견돼 인근 2차 병원으로 옮겨져 제거 시술을 받았다.
위 속에서는 나뭇잎과 생선 가시도 있었다. 늑구는 지난 10일간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주린 배를 채웠던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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