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제약 업계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비만 인구 증가와 시장 성장 전망에 따라 토종 업체는 물론 글로벌 제약사들도 관련 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놓고 한미, 중외, 대웅 등 토종 업체는 물론 글로벌 제약사들도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 한미약품, 국산 첫 GLP-1 신약 하반기 출시 예고
한미약품은 올 하반기 국산 첫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또한 근육 증가형 비만치료제(LA-UCN2, HM17321)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LA-GLP·GIP·GCG, HM15275) 등이 연내 비만약 관련 기술수출을 할 전망이다.
이중 HM15275는 GLP-1과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각각의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한 차세대 '멀티호르몬' 비만 치료제다. 부수적으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 효력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한미약품은 '계열 내 최고 신약'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미국 FDA로부터 임상 2상 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아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 임상 2상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 JW중외제약, 2주 1회 투여 보팡글루타이드로 편의성 승부
JW중외제약은 '보팡글루타이드'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JW중외제약은 최근 중국 간앤리 파마슈티컬스(Gan & Lee Pharmaceuticals)와 GLP-1 수용체 작용제 신약후보물질 보팡글루타이드에 대한 국내 독점 라이선스-인 계약을 체결했다.
보팡글루타이드는 2주 1회 피하주사(SC) 방식의 GLP-1 수용체 작용제로 개발 중인 합성 펩타이드 신약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JW중외제약은 대한민국 내에서 보팡글루타이드에 대한 개발, 허가, 마케팅, 상업화에 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간앤리는 한국 내 임상시험계획(IND) 승인과 품목허가에 필요한 규제 자료를 제공하고 관련 업무에 협력한다.
보팡글루타이드는 미국 FDA로부터 만성 체중관리 적응증에 대한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으며, 현재 미국에서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 터제파타이드와 직접 비교하는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JW중외제약은 보팡글루타이드가 주 1회 투여가 주류인 현재 GLP-1 시장에서 2주 1회 투여로 편의성 면에서 차별화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대웅제약, 마이크로니들 패치 접목 비만치료제 개발 박차
대웅제약은 패치를 접목한 치료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세마글루타이드 등 GLP-1 계열 약물을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접목한 비만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세마글루타이드 패치'는 감량된 체중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유지요법'까지 적응증을 확장해 비만 치료 전주기를 포괄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4중 작용제·경구제로 투트랙 전략
여기에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 기업들의 참전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셀트리온은 기존 치료제의 대상 타깃을 확대해 효능을 극대화한 '4중 작용 주사제(개발명: CT-G32)'와 기존 주사제 대비 복용 편의성을 크게 높인 '다중 작용 경구제(먹는 약)'를 동시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차세대 비만 치료제 'CT-G32'는 현재 시장의 주류인 GLP-1 기반 2중, 3중 작용제를 넘어 4중 타깃에 동시에 작용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CT-G32는 주요 후보물질에 대한 질환모델 동물 효능 평가를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승인계획(IND) 제출을 통해 본격적인 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동시에 개발 중인 다중 작용 경구제는 주사제 대비 상대적으로 투약 편의성이 높아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손쉬운 보관, 유통으로 인한 지속적인 치료가 용이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또한 기존 경구용 치료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접근성이 낮거나 체중감량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데 반해, 셀트리온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를 기반으로 약물을 설계, '베스트 인 클래스' 신약을 지향점으로 삼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투지바이오와 장기 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비만치료제를 포함한 후보물질 2종에 대한 독점적 개발권을 갖고 계약금 및 마일스톤을 지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에피스넥스랩과는 장기 약효 지속형 약물전달 기술 플랫폼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맺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지투지바이오는 이후 신약 후보물질을 포함한 3종을 추가로 개발할 수 있는 우선협상권 보유 조건에도 합의했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나오는 호르몬인 GLP-1의 작용을 흉내 내는 약이다. 체내 흡수되면 뇌에 "배부르다"는 신호를 전달해 식욕을 감소시켜 덜 먹게 하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춰 오랫동안 포만감을 유지한다.
◇ 글로벌 기업 국내 시장 진출 '가속화'
글로벌 기업의 국내 시장 공략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위고비(4725억원)와 마운자로(2155억원)의 매출을 합산하면 7000억원에 육박한다.
현재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GLP-1 계열 약물을 개발한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주도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는 주 1회 투여 GLP-1 계열 주사제 방식으로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시장을 선도한다.
◇ 2033년 1250억달러 시장…차세대 제형 경쟁 본격화
이처럼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이 가열되는 이유는 비만 인구 증가와 관련 시장의 빠른 성장세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비만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과체중 인구는 30억명이 넘고 비만 인구는 12억명을 넘겼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고열량 식습관과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비만 유병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비만 인구 다수를 관련 치료제 잠재 수요로 보고 있다.
시장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글로벌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GLP-1 계열 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약 300억달러에서 오는 2033년까지 연평균 15%씩 성장해 125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에는 기존 '주 1회 주사'조차 불편하다는 환자 수요에 맞춰, 월 1회 또는 분기 1회 투여만으로 약효를 유지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Long-Acting Injectable)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새로운 제형은 복약 순응도와 치료 지속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다양한 적응증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있어 향후 비만 치료 시장의 판도를 바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향후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25%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와 빠른 효과 발현 및 지속성, 위장관계 부작용 개선, 투여 편의성 향상, 비용 효율성 등이 핵심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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