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올림픽, 그리고 은퇴. 갑작스러운 결정에 주변은 놀랐지만 당사자인 최민정(28·성남시청)은 덤덤했다. 그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원래 선수 생활을 길게 할 생각은 없었고, 지금도 충분히 길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달려오며 체력적,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거듭된 부상과 슬럼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빙판을 지켜온 그는 결국 한국 스포츠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최민정은 한국 동계 올림픽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이로써 세 번의 올림픽에서 총 7개의 메달(금 4·은 3)을 목에 걸며 한국 동·하계 올림픽 통산 최다 메달 획득 기록을 새로 썼다.
세 번의 올림픽은 그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남았다. 처음 나섰던 2018 평창 대회는 "아무것도 모른 채 패기 넘치게 임해 좋은 결과를 냈던 무대"였다면, 2022 베이징 대회는 "준비 과정 자체가 너무 힘들고 부담도 컸지만, 이를 잘 이겨내 기억에 남는 대회"였다. 마지막 무대였던 2026 밀라노 대회에 대해서는 "정말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부으며 준비했고, 개인적으로 완벽한 마무리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최민정은 "쇼트트랙을 통해 인생을 배웠다"고 말한다. "1등을 못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과거를 회상한 그는 "2015년 세계선수권 데뷔 후 2연속 우승을 하다가 2017년 대회에서 넘어져 6등으로 대회를 마쳤다. 좌절이 컸지만 오히려 그것이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져보고 나니 마음속 부담감이 사라지고, 위를 다시 쳐다보며 도전할 수 있게 돼 결과적으로 더 좋았다. 그 이후로는 경기에서 지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경험은 숱한 위기를 넘기고 세 번의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오랜 기간 정상을 지켜온 배경에는 철저한 멘털 관리가 있었다. 그는 꾸준한 독서로 마음을 다잡고, 오랜 기간 상담해 온 스포츠 심리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타 종목 선수들과의 교류도 큰 힘이 됐다. "농구, 테니스, 수영 등 다른 종목 선수들과 교류하면서 시야도 넓히고 멘털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는 후문. 최근에는 배구 국가대표 출신 김연경을 만나 은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받기도 했다.
선수 생활의 막바지에 접어든 최민정은 "지금이 가장 고민이 많은 시기"라고 말했다. 선수 생활의 완벽한 마무리와 은퇴 이후의 행보를 두고 주변의 조언을 구하며 숙고 중이다.
최민정은 "이전까지는 올림픽을 바라보며 4년 주기의 장기 플랜을 짰다면, 이제는 바로 다음 시즌이라는 단기 목표만 세우고 준비하려 한다"며 "무조건 성적을 내겠다는 강박보다는 스스로 운동을 즐기고 회복에 집중하며 남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세계 최정상에 군림했던 최민정은 이제 성적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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