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거점국립대 집중 투자를 확대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윤곽이 잡혀가고 있는 가운데 재정·구조적 한계 속에서 실효성과 교육 격차 심화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16일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거점국립대 3곳을 먼저 선정해 ‘성장엔진 브랜드 단과대학’과 ‘인공지능(AI) 거점대학’ 사업을 묶어 집중 지원하고 대학별로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추가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선정 대학에는 권역별 전략산업과 연계한 교육과정 개편, 기업 참여형 연구·인재양성 체계 구축, 특성화 융합연구원 조성 등이 함께 추진된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지역에서도 교육과 연구, 취업이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고 거점국립대를 국가균형성장의 핵심 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실행 단계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교육 분야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전국 9개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지역 인재 유출과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당초 전체 거점국립대를 대상으로 했던 지원 계획과 달리 이번에는 3개 대학을 우선 선정해 5년간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 채택되면서 일각에서는 정책 취지와의 괴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선정 대학에는 기존 평균 지원 예산에 더해 약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재정이 투입되지만 나머지 6개 대학에는 300억~400억원 수준의 추가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대학 간 재정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9개 거점국립대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아 평가를 거쳐 지원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주요 사업 역시 선정된 3개 대학에 집중된다. 이들 대학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5극 3특’ 권역별 전략산업과 연계한 브랜드 단과대학이 신설되고 기업이 교육과 연구에 직접 참여하는 산학협력 체계가 구축된다.
또한 기업과 과학기술원, 정부출연연구기관, 국내외 대학이 참여하는 특성화 융합연구원이 설치돼 공동연구와 기술개발을 수행하게 된다. 연구원 내에는 기업과의 공동연구소가 마련돼 장기적인 산학연 협력과 고급 인재 양성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반면 선정되지 않은 대학에는 계약학과 확대, 산학일체형 교육, AI 기초교육, 글로벌 프로그램, 창업 지원 등 상대적으로 제한된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업 초기부터 ‘선택과 집중’ 방식이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고 국립대 간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문제연구소 소장인 덕성여대 윤지관 명예교수는 관련 논평에서 “정부는 5년간 4조원의 예산 증액을 예고하고 올해 8733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이 정도 예산 증액으로 지방에 서울대 급의 일류대가 만들어지기는 어렵다”며 “현재의 교육재정 규모에서 서울대에 버금가는 지원을 통해 그만 한 인프라를 다수의 대학에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 보편화의 시대에 대다수 학생들이 사립대에 재학함에도 국고 지원이 소수의 국립대에 집중된다면 고등교육 체제 전반의 불균형은 더 심화할 것”이라며 “일류대 중심주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책을 일부 수정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육계 종사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교육개혁 과정에서 흔히 나오는 착각 중 하나가 대학 교육만 바꾸면 나머지 교육개혁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보는 것”이라며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교육개혁을 이루려면 유·초·중등 교육 개혁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논의에서 자주 인용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체제는 연구중심대학인 UC와 함께 교육중심대학,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 칼리지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 전체 고등교육 기능을 분담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상위권 대학 몇 곳을 키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와 교육, 직업훈련, 지역사회 연계 기능을 체계적으로 배분해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을 설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립대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이 같은 모델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 대신 거점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는 한편 지역의 군소 국립대와 사립대, 전문대를 교육 중심과 직업교육,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 기관 등으로 재편한다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한다.
교육부 최교진 장관은 전날 열린 세종정부청사 브리핑에서 “일차적으로 3개 대학에 모범사례를 만들고 확산해 나가는 것이 맞겠다는 결론을 맺어서 그렇게 하게 됐다"라며 "선정된 3개 대학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나머지 6개 대학도 그 다음을 위해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업이 후퇴하거나 축소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국가 균형 성장이라는 목표를 반드시 이루고 그 지역에서 자라난 인재들이 지역의 기업에 참여해서 지역을 살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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