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포스코가 원·하청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사내 협력사 직원 70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공식 채용 절차를 진행하기도 전에 ‘노노 갈등’이 점화되는 분위기다. 노동 전문가는 직고용 전환 자체보다 이후의 숙제가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포스코의 결단이 긍정적 효과를 보인다면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겠지만, 양보 없이 갈등이 이어지면 진통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16일 대법원은 포스코 포항·광양 제철소 내 협력사 근로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에서 일부 각하 및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를 불법 파견으로 인정하고 포스코가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포스코는 2011년부터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제기해 온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등 사내 하청 직고용 문제를 두고 오랜 갈등을 겪었다. 2022년 대법원이 처음으로 불법파견을 인정하며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고, 이번에도 하청 근로자들이 승소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대규모 직고용 추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의 판단 결과를 존중한다”면서 “소송 승소 원고 215명에 한정하지 않고 유사 공정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철강 생산 공정에서 조업과 직접 연관된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사 소속 현장 직원 약 7000명에 대해 직고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근로자 지위 소송 갈등을 대승적으로 해결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기 위해 직접 고용에 나선 것으로 본다. 노란봉투법 도입 등 강화된 노동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동시다발적인 파업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포스코의 원하청 구조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했어야 하는 이슈였다”며 “정부의 정책 방향이 명확한 만큼 포스코도 선제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섞인 전망도 내놨다. 전문가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산업계 노사가 서로를 노심초사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대표 철강 기업인 포스코가 먼저 나섰다”며 “다른 산업에서도 예의주시할 것이고,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면 우리 사회의 방향도 ‘이게 맞다’고 인식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측의 채용 절차나 임금, 처우 등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기도 전부터 현장의 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가 제각각 목소리를 키우며 갈등 구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포스코 하청노조는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는 사내 협력사 직원들과 접촉하며 직영과 다른 별도 직군으로 채용하고, 임금은 직영 대비 65%를 적용한다는 등 일방적 주장을 퍼트리고 있다”며 “불법파견 사실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직고용의 과정과 절차를 포스코하청노조와 대화하기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하청노조가 반발하는 건 포스코가 7000명을 기존 정규직(E·P) 직군이 아닌 새로 만든 ‘시너지(S) 직군’으로 채용하겠다고 한 데서 비롯됐다. 포스코는 기존 정규직과 복지를 거의 동일하게 제공하되, 임금에서는 일부 차이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협력사 직원들 사이에선 S직군 임금이 ‘정규직 대비 65% 수준’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임금 수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정규직 노조인 한국노총 포스코노조 역시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기존 조합원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규직화가 진행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포스코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협력사 직원을 기존 정규직과 똑같이 대우하면 인건비가 급등하는 데다 기존 직원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우려가 있고, 차이를 두면 ‘무늬만 다를 뿐 차별은 똑같다’며 하청 노조가 반발한다.
포스코의 딜레마는 과거 인천국제공항공사나 한국도로공사 등의 사례에서도 반복됐던 문제다. 노동 전문가는 한국의 심각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오계택 본부장은 “한국은 60~70년대 산업화 과정부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굳어져 있었고, 임금 체계를 ‘신분제’처럼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며 “젊은 정규직 근로자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에서 해법은 대화다. 포스코의 직고용 결단이 바람직한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 간의 양보가 필요하다. 오 본부장은 “노조는 자기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단체지만,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이 있듯 대기업 노조도 사회적 책임이 있다”면서 “기여할 부분은 함께 나서고 양보할 부분은 양보해야 한다. 한쪽만 잘 살겠다고 하면 이익집단과 차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다자협의체 구성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오 본부장은 “원청과 하청 관계에 있던 인원들이 대규모로 통합되는 만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보다 이후 숙제가 훨씬 클 것”이라며 “인사제도를 포함한 조직문화가 정착되기까지 짧으면 5년, 길면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포스코의 미래 방향성을 우선 정립하고, 이후 어떤 부분을 양보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안을 정해 나가야 한다”며 “테이블을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겠지만, 정리할 부분은 정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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