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5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사진이 공개되자 당내에서는 "해외여행 화보 찍느냐"며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도부를 향한 불만은 '지역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서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장동혁 지도부와 거리를 두고 독자 생존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피눈물 나는데 화보 찍나"…국힘 내 비판 확산
전날 미국을 방문 중인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이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 속 장 대표는 김 최고위원에게 기댄 채 환히 웃고 있고 김 최고위원도 오른손으로 브이(V)자를 만들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국 소식을 알리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코 외면할 수 없기에 나아간다"며 "제가 처절한 마음으로 싸우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이 길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방선거를 약 50일 앞둔 시점에 당 지도부의 갑작스런 방미 소식에 당내에서는 한차례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 당 지도부의 밝은 모습이 공개되자 성난 당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평가다.
주호영 의원은 1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장 대표의 미국행을 겨냥해 "마치 상주가 상가를 지키지 않고 가요방에 간 것 같다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다"면서 "당이 상가는 아니지만 이런 엄중한 시기에 거기에 가서 희희낙락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은 채널A 유튜브 방송에서 "지금 누구를 만나고, 그분이 어떤 의미가 있고 이런 걸 국민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돌아올 때 어떤 성과를 가지고 올 수 있겠나"라며 "이 성과를 가지고 득표에 어떤 도움이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박정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이재명 죄를 덮기 위해 국정조사까지 하는 낯 두꺼운 일을 벌이는 데도 민심이 달라지지 않는다"며 "이번 지방선거가 '장동혁 심판론'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장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면서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피눈물 나는데 해외여행 화보 찍으십니까. 꼭 이런 걸 공개해 민주당한테는 조롱받고 당원들 억장 무너지게 해야겠습니까"라고 했다.
배현진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들이 굉장히 절박한 심정으로 서울 각지에서 굉장히 고난의 심정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는데 과연 이 모든 사달의 원인이 됐던 당의 가장께서 미국에 가서 의사당 앞에서 그렇게 최고위원과 손가락 브이(V)를 하고 사진 찍어 올리실 일인가"라며 "조금 더 이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본인의 책임감을 크게 느끼셔야 되지 않나라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혹시 선거를 포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된다. 만일 그런 일이라면 용기 있게 2선 후퇴든 완전 사퇴든 결단을 하셔서 후보들이 당선될 길을 열어주셔야 한다고 서울시당의 선거를 함께 하는 동지의 한 사람으로서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비판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16일 KBS 라디오에서 "한마디로 좀 그로테스크한 사진들을 이렇게 공개한 것 같다"며 "'세계 자유의 최전선인 워싱턴에 처절한 마음으로 간다', 출국의 변은 그랬는데 그렇게 웃으면서 희희낙락하면서 화보 찍듯이 하는 그건 정말 괴기스러운 장면이었다"고 비판했다.
국힘 '장동혁 패싱' 가시화…TK·서울·부산 '독자 선대위' 요구
이처럼 당 지도부가 지방선거와 무관한 행보를 보이자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일제히 '지역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시장 예비후보인 추경호 의원은 15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대구·경북(TK) 공동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제안에 적극 공감한다"며 "대구·경북의 승리가 곧 보수 재건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14일 경북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이 지사는 "대구·경북의 민심과 조직, 메시지와 전략을 하나로 묶는 통합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대구·경북 공동 선대위 구성을 중앙당에 요구한 바 있다. 당내에선 대구시장 공천 내홍이 불거진 가운데 민주당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하면서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 민심도 싸늘해지고 있는 만큼 지역 중심의 독자적 선대위 활동을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지방선거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과 부산에서도 지역 선대위 구성이 추진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4일 한 라디오에서 "선대위라는 건 원래 다 독자적으로 구성이 된다"며 "이런저런 방법론이 지금 많이 나오고 있는데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공천 신청을 두 차례 보이콧하면서 '혁신형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구성 등을 장 대표에게 요구했지만, 장 대표는 수용하지 않았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별도의 권역·지역별선거관리위원회 출범을 촉구했다.
박 시장은 1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에 출연해 "(선거를) 선거답게 치를 수 있는 선대위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건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중앙선대위가 전체적으로 이끌고 가기보다는 각 지역별, 권역별 전략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그래서 권역·지역별로 선대위를 제대로 구성해서 그 힘으로 함께 선거를 치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이슈로 다 몰려가서 (선거를) 하게 되면, 부산 말로 지역에서 '쎄(혀)빠지게' 일해도 중앙에서 실점하면 잘못될 수 있다"고 했다.
장동혁, 미 싱크탱크·공화당 의원 등 연쇄접촉…"외교안보 전반 논의"
"美측 '韓, 이란전쟁서 美와 다른 목소리' 우려"
장동혁 대표는 당내 비판을 의식한듯 이번 방미 성과를 알리는데 힘쓰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에 "오늘 트럼프 정권과 미국 보수 진영의 주요 정책을 연구하는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및 헤리티지 재단 등 핵심 싱크탱크와 간담회를 가졌다"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국민의힘의 신(新) 안보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동맹의 방향성, 안보와 경제, 에너지 문제, 중국의 위협, 미국 보조함 건조에 대한 우리 조선업의 수급 능력 등 외교 안보 전반에 걸친 논의가 있었다"면서 "위기 속에는 늘 새로운 기회가 있다. 오늘의 심도 깊은 논의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더욱 튼튼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장 대표는 미국에서 우편투표 제한을 지지해 온 조 그루터스 미국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과 공화당 소속 대럴 아이사 캘리포니아주 하원 의원 등과 만났다. 아이사 의원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두고 한국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해온 인물이다.
장 대표는 15일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장 대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및 국무부 관계자들, 의원, 싱크탱크 관계자 등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 국면과 관련해 "우방은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 언급이라고 전하면서 "미국 측은 동맹이나 우방인 나라들은 이란 전쟁에서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역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지금 이란 전쟁에 대해 목소리를 낼 때는 미국과 결이 같은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일정에 동행한 조정훈 의원은 "미국 측에서 이란 전쟁에 대한 메시지가 혼선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몇 번 강조했는데, 미 의회와의 만남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멘트에 대해서는 반복적인 언급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조 의원은 이란 전쟁과 관련한 한국 측의 목소리와 관련, 미 의회 관계자들이 '주의 깊게 주시하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고 밝혔다.
김장겸 의원은 "미국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그간 이스라엘과 이슬람 국가 간에 상당히 균형적인 외교를 취해 왔는데,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는 굉장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김장겸 의원은 이어 "그것이 단순 실수인 것 같냐, 아니면 계산된 의도가 있는 것 같으냐는 질문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이번 방미 기간 미국우선정책연구소와 헤리티지재단, 국제공화연구소(IRI) 등 미국 보수 진영 주요 싱크탱크를 만났다.
이와 관련해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의 이스라엘 발언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질문까지 해 온 것"이라면서 "'당신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실수라고 보느냐, 아니면 고도로 계획된 것으로 보느냐고 물어왔고 저는 '알 수 없다'라고 답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 의원은 "(야당으로서) 정부에 대해 아무리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익을 해하거나 혼란을 일으키는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왔고, 몇 가지는 해명을 한 경우도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장 대표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5박 7일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과 관련해선 "일부 비공식 일정과 추가 면담 조율을 위해 개인적으로 일정을 앞당겨 입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귀국 후 미국 방문 성과와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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