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최근 원데이 클래스와 각종 박람회 현장에서 종신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불완전판매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종신보험이 예·적금이나 목돈 마련 수단처럼 소개되는 방식이다. 10여 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저축성 오인 판매’가 판매 채널만 바꾼 채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민원 사례를 분석한 결과, 베이킹 클래스와 웨딩박람회, 베이비페어 등 각종 행사장에서 종신보험을 저축성 상품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권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 무료 체험 행사에 참여한 소비자가 “은행 적금보다 수익률이 높고 목돈 마련에 유리하다”는 설명을 듣고 종신보험에 가입했다가, 뒤늦게 해지환급금 손실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도 확인됐다.
‘두쫀쿠’는 단면…일상 파고든 체험형 영업
이번 논란의 핵심은 보험 영업의 무대가 금융기관 창구를 넘어 소비자의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지인 영업이나 전화 마케팅이 주된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소비자가 거부감 없이 찾는 원데이 클래스나 박람회가 새로운 접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공간이 소비자의 경계심을 낮추기 쉽다는 데 있다. 쿠키 만들기나 결혼 준비, 육아 정보 탐색처럼 특정 목적에 집중한 상황에서 “지금만 가능한 혜택”이나 “예·적금보다 유리한 상품”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지면, 복잡한 보험 구조를 차분히 따져볼 여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종신보험은 가입자 사망 시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장성보험이다. 가입자 본인의 저축이나 자금 활용, 노후 대비를 주된 목적으로 설계된 상품이 아니다. 중도 해지할 경우 납입보험료보다 해지환급금이 적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연금 전환 기능이 있더라도 처음부터 연금 목적 상품에 가입한 경우보다 수령액이 적을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상품의 구조나 위험보다는 ‘특판’, ‘목돈 마련’, ‘재테크’ 같은 표현이 앞세워지며 소비자의 오인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해묵은 논란...달라진 것은 포장지 뿐
종신보험을 저축성 상품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판매 방식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당국이 수년째 소비자 경보를 내리고 단속을 강화해왔지만, 비슷한 민원은 형태만 달리한 채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행태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영업 방식이 시대 흐름에 맞춰 끊임없이 변주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내 교육이나 재테크 세미나를 빙자한 영업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원데이 클래스나 대형 박람회, 유명 개그맨이나 가수의 작은 콘서트 등으로 무대를 옮겼다. 상품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외피만 더 세련되고 친숙하게 바뀌고 있는 셈이다.
서울 소재 대학 한 경제학과 교수는 “체험형 행사장에서 이뤄지는 금융상품 권유는 소비자의 정보처리 환경을 불완전하게 만들 수 있다”며 “보험의 구조와 비용을 충분히 이해하기보다 현장의 분위기와 즉시성에 기대 의사결정을 내리게 한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장성인지 저축성인지, 목적부터 따져봐야”
금융당국은 종신보험 가입 전 자산 수준과 부양가족 유무, 장기 유지 가능성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신보험은 고액의 사망 보장을 전제로 하는 만큼 총 납입 보험료가 수천만 원에 이를 수 있고,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현장에서 “예·적금보다 낫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즉시 가입하기보다 상품설명서와 약관을 통해 중도해지 시 손실 가능성, 보장 내용, 연금 전환 조건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완전판매가 의심될 경우 문자메시지, 녹취, 안내문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두는 것도 추후 피해 구제 과정에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종신보험 관련 논란은 오래전부터 반복돼 왔지만 최근에는 판매 채널이 더 다양해지고, 소비자 일상에 더 가까이 들어왔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소비자가 금융상품을 충분히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실제 현장에서 보장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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