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위기에 책임준공 완화…대형사 정비사업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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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위기에 책임준공 완화…대형사 정비사업엔 ‘그림의 떡’

투데이신문 2026-04-16 13:26: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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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해 7월 9일 서울 시내의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근무 중인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정부가 중동전쟁 상황을 불가항력 상황으로 유권해석하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책임준공 기한 연장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반신반의의 반응이 나온다. 자재비 수급 불안정에 대응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된 점에 대해선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정비사업 현장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부가 내건 개정 모범규준 적용 PF를 충족하는 사업장이 매우 적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10대 건설사가 진행하는 단독 정비사업 중 PF 책임준공 약정을 체결한 사업장은 총 16곳이다. 컨소시엄 정비사업은 3건이 책임준공 약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중 정부가 유권해석 적용의 기준으로 제시한 ‘책임준공확약 PF 대출 관련 업무처리 모범규준’을 기반으로 체결된 대출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선 정비사업 PF에 해당 모범규준을 적용한 사례 자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중동전쟁 여파에 따른 자재 수급 불균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 지적이 새어 나오는 이유다. 

정비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조합이 사업 주체가 되고, 사업비·이주비 등 자금 조달 시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정비사업자금대출보증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HUG는 보증 심사 과정에서 시공자의 책임준공능력을 자체 기준으로 평가하며, 시공사에 HUG 기준의 책임준공확약을 요구한다. 반면 금융투자협회가 제정한 모범규준은 증권사·캐피탈 등이 주관하는 일반 PF 대출계약에 적용되는 규준으로, 정비사업과는 자금 조달 구조 자체가 다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2025년 5월 제정된 ‘책임준공확약 PF 대출 관련 업무처리 모범규준’에 따라 체결된 PF건에 대해서만 유권해석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책임준공은 HUG 보증에 의한 책임준공확약으로 진행한다”며 “해당 모범규준은 기타사업 PF에 주로 적용되고, 정비사업에 적용된 케이스는 업계 전반을 봐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5년 5월 이후 대출이 체결된 대우건설의 과천주공5단지(2025년 7월~2030년 7월, 4500억원)·영통1구역(2025년 7월~2030년 1월, 1970억원)도 모범규준이 아닌 HUG 기준의 책임준공 문구로만 계약이 체결됐다. 

적용 대상도 제한적이다. 업계에선 이번 유권해석이 적용될 수 있는 사업지는 최소한 시공사 선정 공고가 나오지 않은 단계의 사업장부터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입찰이 마감됐거나 입찰서를 제출한 사업장엔 소급 적용이 불가하다”며 “시공사 입찰 공고가 아직 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선 새로운 조건을 검토해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통상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 이후 이주·철거·착공·준공까지 5~7년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현재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은 인허가 절차의 사업지가 본PF를 체결하고 착공에 이르려면 수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과 시공사 간 계약 이후 인허가와 준공 절차를 거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며 “전쟁이 그 전에 끝나고 자재비가 조정받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중동발 피해가 집중되는 곳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이다. 만기를 앞둔 사업지가 대표적이다. 대우건설의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2022년 5월~2026년 5월, 3000억원)은 올해 5월 만기다. GS건설은 과천주공4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2022년 10월~2027년 1월, 236억원)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국토부도 한계를 인정했다. 국토부 건설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포함하면 건설업계에 더 큰 도움이 되겠지만, 개정 모범규준 이전에 체결된 계약까지 정부가 강제하기에는 민간 계약이란 특성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유권해석의 취지 중 하나는 정비사업뿐 아니라 일반 민간 건설공사에 대해서도 중동전쟁 여파를 반영해 공기 연장이나 공사비 조정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며 “한계가 있지만 비상상황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건설사들도 이번 조치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건설사의 연간 매출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정비사업인 만큼, 기존 PF에 대한 별도 연장 가이드라인 마련 등 추가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지연 상황에서 시공사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시행사나 조합 같은 발주처는 반발할 수 있어, 모든 사업 주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치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전요셉 금융정책국장은 “유권해석을 통해 모범규준상 책임준공 연장 사유를 인정하는 첫 사례”라며 “금융협회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건설업계의 금융 애로를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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