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정부가 차량 2·5부제 시행과 연계한 자동차보험료 인하 방안을 예고하면서 손해보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손해율 악화와 원가 상승으로 올해 초 5년 만에 보험료를 올렸지만,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인하 압박에 직면하면서 정책 취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차량 2·5부제 시행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인하 방안을 이르면 다음 주 내 발표할 예정이다. 차량 운행이 줄면 사고 발생 가능성도 낮아지는 만큼 보험료 인하 요인이 생긴다는 논리다.
다만 보험업계는 이번 논의를 단순한 가격 조정 문제가 아니라 손익 구조, 요율 원칙, 가입자 형평성이 얽힌 복합 이슈로 보고 있다.
5년 만에 올렸는데…두 달 만에 다시 인하 압박
손보업계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자동차보험 수익 구조가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어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보험손익은 708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손해율은 87.5%로 전년보다 3.7%포인트 상승했고, 합산비율은 103.7%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보험료를 받아도 보험금과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주요 손보사들은 지난 2월 1.3~1.4% 수준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나섰다.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1.4%, 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는 1.3% 인상을 적용했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2021년 이후 5년 만이었다. 업계가 당초 2%대 중반 수준의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실제 반영 폭은 1%대에 그쳤다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문제는 인상 효과가 현장에 충분히 반영되기도 전에 다시 인하 카드가 나왔다는 점이다. 자동차보험은 가입자 수가 많고 민생 체감도가 높은 상품인 만큼 정책 변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보험료가 오를 때는 소비자 부담 논란이, 내릴 때는 수익성 악화 우려가 뒤따르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업계 내부에서는 “자동차보험이 사실상 정책 대응 수단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최근 사고 건수보다 사고 한 건당 지급 비용이 커지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정비 원가와 부품비, 치료비 부담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 할인까지 현실화할 경우, 올해 단행한 보험료 인상의 의미 자체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에도 자동차보험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누가 지켰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실효성·형평성 모두 숙제
업계가 우려하는 핵심은 인하 방식의 실효성이다. 차량 5부제에 실제 참여한 운전자에게만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지만, 이를 검증할 현실적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과거 요일제 특약처럼 운행정보확인장치(OBD)를 부착하는 방식이 거론되지만, 장치 가격과 설치 부담이 적지 않은 데다 가입자 불편도 크다. 할인 폭이 크지 않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할인보다 장치 설치 비용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결국 제도를 설계하더라도 실제 가입 유인이 약해 ‘반쪽짜리 특약’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반면 자율 참여를 전제로 서약서를 받는 방식은 사후 검증이 불가능해 도덕적 해이를 자극할 수 있다. 보험료는 할인받으면서 차량은 그대로 운행하는 사례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기준의 불투명성도 문제다. 운행 횟수와 주행거리 중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지, 사고율 변화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보험사들은 특약 설계와 시스템 구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입자 간 형평성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깎아주는 ‘마일리지 특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2·5부제 할인을 추가할 경우, 중복 수혜 혹은 제도권 밖 가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보험업계는 차량 운행 감소가 실제 사고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 효과가 통계적으로 충분히 검증된다면 보험료 조정 논의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다만 기준과 검증 방식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하부터 서두를 경우 시장 혼선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우세하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소비자 체감도가 높아 정책 논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지금은 적자 구조와 할인 실효성, 가입자 형평성을 함께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손해보험사 관계자 또한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누가 실제로 5부제를 지켰는지 확인할 방법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보험료를 또 내리라고 하면 업계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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