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전국 정신의료기관 상당수가 다인실 중심의 고밀도·저면적 병동, 창문 없는 보호실, 허술한 위생·감염 관리 등 열악한 시설 환경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환경이 환자의 안전, 회복을 저해하고 있어 병동 설계와 설비 전반에 대한 최소 기준 마련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16일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다수 기관이 열악한 고밀도·저면적 구조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진정 및 직권·방문조사 과정에서 기관별 시설 격차가 크다는 점을 확인하고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전남대학교병원 김성완 교수를 책임연구원으로 한 연구진과 함께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는 전국 172개 정신의료기관 도면 분석과 17개 병원 현장 방문을 통해 이뤄졌다.
조사 결과 국내 정신의료 병동들은 전반적으로 다인실 중심의 고밀도·저면적 구조로 운영돼 인권과 안전 중심의 기준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특히 병동의 전체 보호실 10곳 중 4곳(44.6%)은 창문이 없어 외부와 차단된 상태였고 자연 채광과 환기가 어려운 ‘중복도형 구조’도 10곳 중 8곳(83.6%) 이상이었다.
또한 안전 및 위생 설비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어 집단 감염에 취약한 환경도 확인됐다. 공용샤워실의 경우 자해 방지를 이유로 병원마다 천장·벽 매립형 샤워기나 짧은 샤워기 줄 설치 등 제각각의 임시방편을 적용하고 있었지만 탈의 공간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화장실 안에 설치한 뒤 커튼만으로 차폐한 사례도 있었다.
일부 병원은 샤워실 안에 청소도구나 쓰레기 집하구역을 함께 둬 위생 문제를 키우고 있었고 간호스테이션에서 내부 관찰이 어려운 구조를 가진 곳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도구를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에 그대로 노출하는 등 감염예방측면에서 허술한 관리도 파악됐다.
현행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병실 최소 면적과 보호실 설치 개수만 규정하고 있어 구체적인 시설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인권위는 이 같은 열악한 환경이 그 자체로 비인도적 처우에 해당할 수 있으며 환자의 트라우마를 심화시키고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타해 및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한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은 외부인이 쉽게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이어서 실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이 열악한 실태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곳이 인권위 조사관들인데 너무 심각한데도 왜 계속 개선이 안 되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조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사 의미에 대해서는 “전국 정신의료기관 병동 도면을 대규모로 분석한 것은 사실상 첫 연구”라며 “건축 분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병동 구조 자체를 분석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권위는 17일 김윤·김선민 의원과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김성완 교수와 인권위 권미진 조사관이 각각 ‘2025년 실태조사 결과’와 ‘방문·직권조사로 본 정신병원 물리적 환경’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며 인권친화적·회복지향적 병동 환경 모델 구축과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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