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안전 인프라와 고객 서비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글로벌 항공사 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비 자립도와 훈련 체계, 프리미엄 서비스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해 대형 항공사로서의 체질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15일 대한항공 인천 지역 주요 사업장 견학을 통해 ‘안전 표준’과 ‘서비스 경험’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안을 점검했다.
|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2030년까지 글로벌 엔진 항공정비(MRO) 매출 5조원을 만들겠습니다.”
대한항공이 엔진 정비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글로벌 MRO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통합 항공사 출범을 계기로 정비 역량을 대폭 확장하고 공급망 병목으로 발생한 구조적 수요 공백을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은 15일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 위치한 제2 엔진 테스트 셀(Engine Test Cell·ETC)을 공개하며 엔진 정비 사업 확대 계획을 밝혔다.
이날 만난 김광은 엔진정비공장장은 “올해 엔진 정비 매출은 약 1조3000억원 수준”이라며 “2030년에는 연간 500대 정비를 기반으로 최소 5조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MRO 사업의 청사진을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항공 MRO 시장은 엔진·기체·부품으로 구분되며 이 가운데 엔진이 약 50%를 차지하는 핵심 영역이다. 대한항공은 운영 중인 상용 엔진의 50% 수준을 정비할 수 있는 수준을 갖췄다. 글로벌 항공업계가 공급망 병목을 직면함에 따라 대한항공은 이 고부가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 제2 ETC 건설, 한진그룹 300대 항공기 커버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세계적 수준의 항공기 MRO 경쟁력을 가진 항공사다. 현재 대한항공은 부천 공장에서 항공기 엔진을 정비하고 영종도 운북지구 ETC1에서 정비를 마친 항공기 엔진을 최종으로 시험해 출고한다.
지난 2016년 대한항공과 자회사 아이에이티(IAT)가 운영중인 ETC1는 세로 14m의 높은 천고를 가지고 있고 15만파운드급의 초대형 엔진을 정비한다. 최근에는 최첨단 항공 엔진 테스트 시설 제2 ETC가 추가 증설됐다. 가로 10m, 세로10m로 제1 ETC보다 다소 작은 제2 ETC는 최대 6만2000파운드급 엔진까지 테스트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소속 항공기가 300여대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관련 정비 인프라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제2 ETC는 제1 ETC의 기능을 보완·확장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해당 시설에서는 대한항공의 신형 기종인 에어버스 A321neo에 장착된 프랫앤드휘트니(PW)의 PW1100G 엔진 시험을 주력으로 수행한다. 제1 ETC가 초대형 엔진 시험에 특화된 반면, 제2 ETC는 차세대 고효율 엔진을 시험할 수 있는 최신 설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다양해질 엔진 기종을 유연하게 소화해 내는 핵심 기반이 될 전망이다.
ETC 인근에서는 신규 엔진 정비 공장 증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공장은 총 5780억원이 투입되며 축구장 20개 규모(연면적 14만211.73㎡)로 조성된다. 이는 아시아 최대 수준의 항공 정비 단지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대한항공은 항공기 엔진 정비의 시작부터 최종 시험까지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수행하는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 2030년 '10위권' 진입…항공사에서 MRO 플레이어로
이를 통해 대한항공이 자체적으로 정비 가능한 연간 엔진 대수는 연 134대(올해 기준)에서 2030년엔 500대까지 늘어나며 다룰 수 있는 엔진 모델 수는 현 6종에서 12종으로 확대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PW4000, CFM56, GE90 등 주요 엔진에 대한 오버홀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2027년부터는 차세대 주력 엔진인 GEnx 시리즈와 LEAP-1B를, 2029년 이후에는 Trent XWB 등 대형 기종 엔진까지 정비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다.
현재 글로벌 MRO 시장에서 대한항공의 위상은 아직 제한적이다. 회사 측도 “순위를 논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2030년 목표가 현실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글로벌 MRO 시장은 신형 엔진의 도입 지연과 구형 엔진의 운영 연장으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비 병목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시장 환경을 기회로 삼아 자사 물량뿐만 아니라 국내외 저비용항공사(LCC) 및 글로벌 항공사의 엔진 수주를 적극 확대할 방침이다.
김 공장장은 "부품 공급망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과거 90일이던 엔진 정비 기간이 현재는 150~180일까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주요 자재 공급 지연으로 생산이 멈추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정비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생산 계획에 따르면 2026년 116대 수준이었던 정비 물량은 통합 항공사 물량과 제3자 수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합쳐지는 2030년에는 500대까지 4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 1조 투자·500대 정비…외부 수주로 승부
사업 모델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존 자사 항공기 중심 정비에서 벗어나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제3자 수주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현재 약 20% 수준인 제3자 수주 비중은 2030년 6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엔진 정비 매출은 약 1조3000억원 수준이다.
투자 규모도 공격적이다. 엔진 정비 능력 확보에는 엔진 타입당 약 700억~800억원이 소요되며 향후 6개 엔진 확대 기준 약 4200억원이 투입된다. 신공장 건설까지 포함하면 전체 투자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인프라 고도화도 추진된다. LG CNS와 협력해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적용하고 엔진 MRO 전용 IT 시스템인 ‘RAMCO’를 도입해 실시간 공정 관리와 물류 자동화를 실현한다. 현재 약 450명 수준인 전문 인력은 2030년까지 1300명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연간 150~200명 규모의 정비사를 신규 채용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안전을 지키는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사가 신뢰할 수 있는 엔진 MRO 리더로 도약할 것"이라며 "영종도 신규 공장 준공을 기점으로 매출 5조원 달성을 위한 핵심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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