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입장에선 조세불복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임에도 심판 결정이 하염없이 늘어지는 데 따른 시간과 비용 부담 증가에 불만이 높고, 과세당국으로선 심판원의 공정성·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해왔다.
조세심판원도 그간 개혁 노력을 지속해왔지만 공염불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으로, 올해 추진하는 고강도 개혁에 대한 세부적인 이행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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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미결사건 비율 13%…“늑장처리가 심판원 본연의 목적 훼손”
납세자는 조세 부과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여겨지면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국세청·관세청 심사청구, 감사원 심사청구 중 하나를 선택해 불복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조세심판원엔 전체 불복제기의 90% 이상이 집중된다.
15일 조세심판원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1~2025년 연평균 1만 1443건의 심판청구가 이뤄졌으며 청구금액은 연평균 6조 2436억원이다. 올해 3월 기준 미처리 상태로 계류 중인 사건은 3634건, 청구가액은 8조 1376억원에 달한다. 청구일부터 1년이 지나도록 처리되지 않은 장기미결사건 비율도 2024년 말 기준 13%를 기록했다.
구글이 2020년 상반기에 조세심판원에 제기한 법인세 등 4000억원대 조세불복 사건은 3년이 지난 2023년 상반기에 종결됐다. 넷플릭스가 2021년 하반기에 청구한 법인세 등 800억원대 불복 건은 1년 반이 흘러서야 결론났다.
늑장처리는 납세자의 권리 구제라는 심판원 본연의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원용 변호사·세무사는 “연 8%인 납부불성실 가산세가 부담스러워 일단 대출을 받거나 재산을 처분해 세금을 납부하고 심판청구하는 납세자들이 많다”며 “불복해서 승소하면 납부했던 세금엔 3.1% 이자만 붙여 환급해주고, 패소하면 세무대리인 비용만 오래 들인 셈이라 결정이 늦어질수록 납세자로선 손해”라고 지적했다.
조세심판원은 이달 말 발표할 개혁안에 ‘청구가액 5000만원 미만 소액사건 6개월, 이외 사건은 1년 내 처리’ 방침을 담을 예정이다. 장기미결사건 355건 중 절반인 177건은 오는 6월까지 모두 처리한단 목표도 제시할 방침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조세심판원이 2019년에도 유사한 내용의 개혁안을 내놨지만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 이행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 ‘로비 창구’ 차단…공정성 제고될지 주목
이번 개혁안의 또다른 핵심은 ‘부정부패 예방’이다. 조세심판원은 현재 정원 36명인 민간 비상임심판관을 단계적으로 10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심판관실 소속 비상임심판관 운영제도 대신 인력 풀 전체를 사건마다 ‘랜덤 배정’하는 방식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 어떤 심판관이 사건을 맡게 될지,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로비’ 가능성을 차단하고 공정성을 높인단 방침이다.
이는 ‘부정부패로 조세정의가 저해되고 있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심판원 개혁을 주문한 출발점도 이 지점이란 해석이 있다.
실제로 세무업계 관계자는 “조세심판관회의에서 절반의 결정 권한을 가진 비상임심판관들은 명단을 비공개에 부쳐도 업계에선 쉽게 알아내 포섭 시도를 해왔다”며 “비상임심판관은 상당수 학자인데 이분들 중 세무대리인인 대형로펌에 유리한 의견을 내주고 6개월~1년 뒤에 로펌의 연구용역을 발주 받는 식의 대가성 유착 사례들이 있다더라”고 했다.
과세당국 안팎에선 심판청구 사건조사서의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과세당국 한 관계자는 “심판관 판단의 기초자료가 되는 사건조사서는 작성자의 의도가 문맥과 행간에 담길 수밖에 없어 사건의 유불리에 영향을 미쳐왔다”고 주장했다. ‘30여 년간 국세청에 몸담은 현직 직원’이라고 밝힌 이가 ‘청원24’에 “조세심판원 일부 직원의 권위적이고 위법적인 행태를 겪어왔다”며 국세청의 불복제기권을 허용해달라는 글을 남긴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다만 비상임심판관 확대의 실효성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전직 조세공무원, 조세 분야 교수, 변호사 등 자격요건을 갖춘 비상임심판관 풀이 넓지 않다”며 “전문지식과 책임감이 없는 이들이 늘면 로비가 더 극성을 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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