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이 나에게 ‘찬란한 봄’으로 기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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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이 나에게 ‘찬란한 봄’으로 기억되길

평범한미디어 2026-04-16 02:56: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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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35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크루] 벚꽃이 만개한 봄의 계절인데 한낮 기온은 초여름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다. 2026년도 1학기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세월도, 계절도, 학사 일정도 모두 앞으로 속절 없이 흐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몸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마음은 한 곳에 고여 있다.

 

이번 학기 나는 다시 성균관대(법학)와 세종대(호텔관광경영학) 석박사 학위 과정을 동시에 병행하게 됐다. 시작할 때만 해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종로와 광진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이번만큼은 끝까지 버텨보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근데 처음의 각오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가혹한 현실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세종대는 이번 학기가 끝나면 박사과정을 수료할 수 있다. 하나의 고비를 넘긴 것 같지만 사실 수료는 끝이 시작에 가깝다. 박사학위 논문을 본격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길고 긴 심사의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석사 논문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미 겪어 봤다. 박사 논문은 2배 이상의 험난한 길이 예고돼 있다. 벌써부터 무거운 짐을 짊어진 듯 어깨가 짓눌리고 있다. 당장 학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박사 논문이라는 ‘높은 산’을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가빠지는 것 같다.

 

고단했던 올해 봄이 훗날 떠올려봤을 때 찬란했던 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래픽=제미나이 AI>

 

얼마 전 치른 박사과정 종합시험 역시 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왜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만 드는 건지 모르겠다. 원래는 학술지 논문 두 편을 게재해서 종합시험을 면제받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결국 한 편만 게재하게 되면서 혜택을 받지 못했다. 물론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했지만 지금 논문 두 편을 완성해서 심사를 받고 있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최선을 다한 만큼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싶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한 예감을 어떻게든 떨쳐내고 싶다. 부디 좋은 소식을 받아볼 수 있길 기도하는 마음 뿐이다.

 

학업 문제만으로도 충분히 버겁지만, 현실은 나의 처지를 봐주지 않고 항상 더 잔인하게 압박을 해온다. 지금 나에겐 돈 문제가 가장 날카로운 칼날이다. 장학금 반환액을 마련하지 못한 사이 장학재단은 보증보험을 통해 반환을 촉구했고, 보증보험은 경고장을 보냈다. 4월17일까지 반환을 해야 한다. 600만원에 이르는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하다. 그래서 대출도 다시 알아봤다. 1금융권과 2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문을 두드려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대출 불가! 카드 대금을 몇 차례 연체한 이력이 악영향을 미쳤다. 카드사들도 3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결제 한도를 대폭 줄였다. 숫자로 확인되는 현실은 언제나 냉혹하다. 숫자들로 인해 더욱더 작아진 내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인간관계도 갈수록 버겁다. 올해만 해도 모바일 청첩장들을 꽤 받았는데 짧은 축하 인사만 전하고 결혼식에 직접 참석하거나 축의금을 보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작년 부친상을 치를 때였는데 내가 보낸 부고 문자를 분명히 확인하고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내게 중요했던 것은 돈이 아니었다. 빈말이라도 좋으니 “힘내라”는 한 마디와 “괜찮아?”라는 짧은 위로라면 충분했다. 그 말을 기다렸던 시간만큼은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있다. 반대로 장례식장에 직접 오지 못했지만 진심 어린 위로 문자와 함께 조의금을 내준 해병대 부사관이 있었는데 그 부사관 동기의 결혼식에는 기꺼이 참석했다. 결국 사람의 기억에 남는 것은 형식보다 태도이고, 액수보다 진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라도 날 진심으로 챙겨줬는데 결혼식에 가지 않고 축의금을 전달하지 않아 서운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지인들이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모른 척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정들이 있어 그런 것이라고. 늦게라도 그들에게 미안함과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언젠가 그 고마움에 대한 빚을 꼭 갚고 싶다.

 

나도 자연스럽게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연애와 결혼을 포기했다고도 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가정사도 있고, 지금 형편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동기 대학원생이다. 자꾸 눈에 밟혔고 용기를 내보고 싶었는데 선뜻 그러지 못하고 있다. 부모님 배경도 넉넉하지 않고, 아버지도 없고, 빚도 많고, 대학 교수가 되겠다는 나의 꿈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누가 날 좋아해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이렇게 주저하게 되는 것은, 누군가에게 짐이 되지 않는 삶을 먼저 증명하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늦기 전에 연애와 결혼을 해보고 싶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손주를 안겨주지 못한 것은 살아가는 내내 아쉬움으로 남아 있을 것인데, 어머니에게 만큼은 손주를 안겨드리고 싶다.

 

주변에서는 어떻게든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원을 졸업하면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해준다. 나의 죽마고우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도 그런 위로를 건네주곤 한다. 그 말이 맞다. 다만 내게 졸업은 모든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현실의 시작에 가깝다. 졸업할 무렵이면 나는 마흔에 가까워질 것이고 그 나이 앞에는 또 다른 조건과 벽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주저 앉아 있을 수도 없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불안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불안을 안고 가더라도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학기가 끝나고 세종대 박사과정을 수료하면 곧바로 재취업에 나설 계획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성대 남은 학기와 세종대 연구 학기를 병행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물론 어려울 것이다. 무리하다가 또 건강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2023년에도 주경야독을 했는데 정말로 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게는 버티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돌이켜보면 <산전수전 山戰水戰> 연재에는 유난히 아픈 이야기와 무거운 고민 그리고 팍팍한 현실 이야기들로 가득했던 것 같다. 밝고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었지만 나의 삶은 늘 어두운 문장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반드시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다. 올해 하반기부턴 긍정적인 이슈로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이를테면 학자금 대출 반환금 문제를 해결했다거나, 짝사랑녀와 함께 야구장을 갔다는 에피소드, 스쿠버 다이빙 강사 자격을 갖춘 내가 그녀와 함께 다이빙 투어를 다녀왔다는 것 등등 상상만 해도 즐거운 소식들은 얼마든지 많이 있을 것이다. 행복한 일들이 날 기다리고 있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지금의 난관을 헤쳐가보도록 하겠다.

 

세월은 흐르고 계절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나의 삶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멈춰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저 오늘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언젠가 지금을 돌아봤을 때 이 봄이 단지 힘들었던 시절이 아니라 잘 극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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