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법] 한동훈의 부산행, 권력복귀의 포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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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법] 한동훈의 부산행, 권력복귀의 포석인가

투데이신문 2026-04-15 23:53:01 신고

3줄요약

정치, 겉보다 중요한 건 작동 방식이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움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법과 제도의 언어, 권력의 계산, 대중의 심리, 미디어 전략과 정치 언어 등이 어떤 타이밍에 움직이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지는 단순한 논쟁 너머의 작동 규칙을 따른다.

〈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부산 북구 만덕2동행정복지센터에서 전입신고를 마치고 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부산 북구 만덕2동행정복지센터에서 전입신고를 마치고 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 보궐선거는 빈자리를 메우는 선거처럼 보이지만, 실제 정치에서는 종종 한 인물의 재등판과 한 정당의 권력 재편을 동시에 시험하는 무대가 된다. 지금 부산 북갑을 둘러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출마 이슈가 바로 그런 장면이다.

한 전 대표가 부산 북구 만덕2동으로 전입신고를 마치며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복당론, 무공천론, 단일화론, 자객공천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당장 겉으로는 “누가 후보로 나설 것인가”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안의 본질은 전혀 다르다. 이것은 후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장동혁 지도부 체제를 유지할 것인가, 한동훈의 정치적 귀환을 허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정치의 문제다.

부산 북갑 보선은 아직 성립 여부 자체가 최종 확정된 선거는 아니다. 지방선거 후보로 확정된 현직 의원이 4월 30일까지 사퇴하면 지방선거와 동시에 보선이 치러지며, 전재수 의원은 그 이전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 선거가 실제로 열리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가 열릴 가능성만으로도 국민의힘 내부가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누군가는 복당을 말하고, 누군가는 무공천을 말하며, 또 누군가는 공천 강행을 말한다. 아직 투표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정치적 전투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부산 북갑, 보궐선거가 아니라 보수 재편의 시험대

한동훈 전 대표의 부산행은 단순한 지역구 선택으로 읽히지 않는다. 먼저 부산 북갑 보선 승리를 발판으로 복당하고, 이후 정치 행보를 이어가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만약 그가 원내 진입에 성공할 경우 복당과 당권 재도전, 더 나아가 차기 대권 행보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속내로 움직이는 것처럼 비친다. 다시 말해 이번 보선은 의석 수 한 석을 얻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중앙정치로 복귀하기 위한 승강기다. 그래서 부산 북갑은 한동훈 정치의 재개를 가늠하는 상징적 무대가 됐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출마가 국민의힘 전체에 던지는 파장이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북갑은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3선을 지낸 지역으로 인물 경쟁력이 크게 작용하는 곳으로 평가된다. 이 말은 보수 정당 간판만으로 자동 승리가 보장되는 곳이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한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뛰고 국민의힘이 별도 후보를 낸다면, 보수 표가 분산돼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출마가 단순히 “한동훈이 나오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보수가 하나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확장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문법으로 보면, 이번 부산행은 일종의 세력 시험이다. 한동훈은 자신이 여전히 보수 유권자를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인지 시험하려 하고, 국민의힘은 그를 배제하고도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조직인지 시험받고 있다. 결국 이 선거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이기 전에, 국민의힘 안에서 누가 보수의 다음 얼굴이 될 것인지를 둘러싼 예비전 성격을 띠고 있다.

복당론의 등장, 포용의 언어로 말하는 고도의 선제 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장면은 곽규택 의원의 공개 발언이다.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이자 공천관리위원인 그는 “지금 시점이 복당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한 전 대표가 복당해 다른 후보들과 경쟁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에서는 먼저 손을 내미는 쪽이 승자”라고 하며, 지도부가 먼저 복당을 제안하는 것이 더 큰 정치라고도 말했다. 친한계가 아닌 지도부 인사가 공개적으로 제명 철회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단순한 개인 의견 이상의 정치적 무게를 갖는다.

이 복당론은 표면적으로는 화해의 제안이다. 제명된 전 대표를 다시 당 안으로 들이자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문법으로 읽으면 복당론은 결코 감정적 화해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관리와 통제의 언어다. 지금의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당 밖의 한동훈이 독자적 명분을 얻어 선거판을 흔드는 것이다. 무소속 한동훈이 보수의 표심을 독자적으로 끌어당기면, 그는 당 밖에 있으면서도 당 안보다 더 큰 중심이 될 수 있다. 복당은 바로 이러한 위험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복당론은 “우리 틀 안에서 움직이라”는 뜻이다.

특히 곽 의원이 “복당해서 우리 후보로 나가자는 제안을 하는 쪽이 더 큰 정치”라고 말한 대목은 중요하다. 이 말은 승부의 기준을 명분으로 돌려놓는 효과를 갖는다. 즉 당이 복당을 허용하면 배제의 정치가 아니라 포용의 정치를 하는 것처럼 보이고, 동시에 한 전 대표는 무소속 고집을 부리기 어려워진다. 복당론은 겉으로는 큰 정치지만, 실제로는 주도권을 다시 당 지도부가 쥐기 위한 고도의 선제 수다.

이처럼 복당론의 등장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미 “배제만으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신호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동훈을 계속 당 밖에 둘 경우, 그는 징계의 희생자인 동시에 보수 결집의 상징으로 떠오를 수 있다. 그래서 복당론은 한동훈을 살리기 위한 안이기보다, 한동훈 변수로부터 당이 받는 타격을 줄이기 위한 현실론에 가깝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진행된 대장동 개발비리 항소포기 규탄 현장 간담회 도중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진행된 대장동 개발비리 항소포기 규탄 현장 간담회 도중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무공천론의 계산, 권위는 접고 효용은 취하자는 전략

복당론과 나란히 등장한 또 하나의 흐름은 무공천론이다. 김도읍 의원은 “후보를 내지 않고 범보수 세력인 한 전 대표와 연대해 선거에 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고,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면 3자 구도가 형성돼 당이 힘들고 부산시장 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 역시 무공천이 선거전략상 꼭 필요하며, 한동훈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진종오 의원도 무공천이 정답이라고 말하며, 한 전 대표의 등판을 보수진영의 마지막 심폐소생술 기회로 규정했다.

이 무공천론은 얼핏 보면 한동훈에게 유리한 주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질은 조금 더 냉정하다. 무공천론은 한동훈을 당 안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그의 동원력과 상징성은 선거에 활용하자는 계산이다. 즉 복당론이 “들여와서 관리하자”는 전략이라면, 무공천론은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득표 효과만 취하자”는 전략이다. 둘은 겉보기에 다르지만 공통점도 분명하다. 둘 다 한동훈이라는 변수를 부정하기보다, 어떻게든 선거용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문제는 무공천론이 당 지도부에게는 받아들이기 가장 어려운 카드라는 점이다. 공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패배주의처럼 보일 수 있다. 더구나 제명된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뛰는데, 당이 후보를 안 내고 사실상 기대는 모습은 조직의 권위를 스스로 허무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지도부가 무공천론을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단순한 오기가 아니다. 그것은 공천권을 중심으로 한 당의 형식적 주권을 지키려는 반응이기도 하다. 공천은 단순한 인선 절차가 아니라, 누가 당의 중심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정치 행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무공천론이 선거승리의 논리와 지도체제 비판의 논리가 결합돼 있다는 점이다. 친한계는 무공천을 통해 한동훈 지지층을 살리고 동시에 장동혁 지도부의 책임론을 부각하려 한다. 박정훈 의원은 “공천을 강행하겠다는 건 명백한 해당행위”라며, 세간의 “선거 승리가 아니라 한동훈 복귀를 막는 게 목표”라는 비아냥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전략 논쟁을 넘어, 지도부의 공천 고집 자체를 정략으로 몰아가는 프레임 전쟁이다. 결국 무공천론은 선거전략인 동시에 지도부 흔들기의 언어가 됐다.

공천 강행과 자객공천설, 국힘이 치르는 두 개의 전투

그러나 당 지도부의 메시지는 비교적 단호하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공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고, 지도부도 “후보는 무조건 낼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무소속 출마자를 지원하기 위해 유세하러 가는 의원이 있다면 중징계 대상이라는 언급까지 나온다. 이것은 단순한 원칙론이 아니다. 사실상 “한동훈 중심으로 선거판이 돌아가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 대목에서 자객공천설이 등장한다. 박민식 전 장관, 이영풍 전 KBS 기자 등이 북갑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일각에서는 장동혁 대표와 가까운 인사를 전략 공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소개돼 있다. 물론 실제 전략공천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관측 자체가 힘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재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를 단순한 보선이 아니라, 한동훈의 복귀를 막을 것인가 허용할 것인가의 권력게임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치문법으로 보면 자객공천은 선거 승리용 카드가 아니라 권력 수호용 카드다. 민주당 후보를 이기기 위한 최적의 후보가 아니라, 한동훈을 압박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후보가 중요해지는 순간 선거의 초점은 밖이 아니라 안으로 향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민의힘은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게 된다. 하나는 민주당과의 선거전이고, 다른 하나는 한동훈과 지도부 사이의 주도권 전쟁이다. 외부 전선보다 내부 전선이 더 커지는 순간, 정당은 선거를 치르면서도 스스로 분열을 증명하게 된다.

더구나 부산 북갑이 인물 경쟁력이 중요한 지역이라는 평가까지 감안하면, 이른바 ‘막는 공천’은 더 위험해질 수 있다. 당이 강경하게 자기 사람을 내세울수록, 오히려 한동훈은 피해자이자 도전자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강경한 공천 방침이 반드시 지도부에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3자 구도 ‘필패론’, 표 계산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3자 구도’다. 곽규택 의원은 3자 구도로 가면 부산이 보수 분열의 현장이 될 수 있다고 했고, 김도읍 의원은 3자 구도가 되면 당이 힘들다고 우려했다. 또 이성권 의원이 “3자 구도가 되면 필패”라며 일정 시점에는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당 내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한동훈의 무소속 출마와 국민의힘 후보 공천이 병행될 경우 표 분산에 대한 공포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필패론’은 단순한 수학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보수 유권자들이 과연 누구를 ‘진짜 보수’ 혹은 ‘차기 권력’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불안의 표현이기도 하다. 만약 국민의힘 간판보다 한동훈 개인이 더 큰 흡인력을 보인다면, 그것은 한 번의 보선 패배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당의 브랜드보다 개인의 정치적 상징성이 더 강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도부는 3자 구도를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한동훈 단일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표를 합쳐야 이길 수 있지만, 표를 합치는 순간 상징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부산 북갑은 선거공학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무대가 됐다. 누군가는 “민주당에 의석을 내주지 않는 것”이 대의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공당은 후보를 내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운다. 하나는 승리를 위한 실리의 언어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을 위한 형식의 언어다. 그런데 정치에서는 종종 형식과 실리가 충돌한다. 국민의힘이 지금 맞닥뜨린 딜레마도 정확히 여기에 있다. 선거를 이기기 위한 최선의 선택과, 당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같지 않다는 점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부산 북구 만덕2동행정복지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부산 북구 만덕2동행정복지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동훈의 승부수,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커

한동훈 전 대표에게 이번 선거는 단순한 재기의 시도가 아니다. 그가 당선될 경우 정치적 존재감을 단숨에 키우고, 복당과 당권 재도전, 차기 대권 행보의 기반까지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정치인 한동훈의 선거 시작이자 끝은 여기서 하겠다”고 언급하며 상징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이것은 지역구 하나를 얻겠다는 언어라기보다, 자신의 정치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또 다른 변수는 법적 대응 가능성이다. 친한계 인사들이 낸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잇달아 인용된 점을 감안할 때, 한 전 대표 역시 제명 처분 무효를 요구하는 카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단순히 법률 문제를 넘어 정치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즉 한 전 대표가 원내에 진입하고도 지도부 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는 선거 승리의 정치적 명분에 법적 쟁점까지 더해 지도부를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

반대로 패배의 위험도 분명하다. 이번 보선에서 낙선할 경우 보수 분열 책임론과 함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완전한 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상당한 지지율이 확인되면 차기 총선 재도전의 명분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훈의 셈법은 다소 공격적이다. 이기면 단숨에 복귀하고, 지더라도 일정 지분을 확인하면 다음 승부를 위한 기반을 남길 수 있다. 잃을 것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크다고 보는 계산이 깔려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부의장실에서 주호영 의원과 대구시장 공천 관련 비공개 면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부의장실에서 주호영 의원과 대구시장 공천 관련 비공개 면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장동혁 지도부의 셈법, 선거 져도 체제 지킬 수 있느냐

이번 사안에서 가장 복잡한 이해관계를 안고 있는 쪽은 장동혁 지도부다. 장예찬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장동혁 체제로 조금 더 당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전당원 재신임 투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는 적어도 당권파 시각에서는 한동훈 출마 여부와 별개로 지도체제 유지의 명분을 아직 놓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지도부는 보선 한 판의 승패보다, 그 선거 결과가 곧장 자신들의 퇴진 요구로 이어지는 구조를 차단하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도부 입장에서 한동훈의 승리는 매우 복합적인 결과를 낳는다. 겉으로는 보수 진영의 의석 확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당 밖에서 제명된 인물이 스스로 선거를 돌파해 돌아오는 그림이 된다. 그렇게 되면 한동훈은 ‘당이 살린 인물’이 아니라 ‘당을 넘어 살아 돌아온 인물’이 된다. 그 순간 그는 복당 대상이 아니라 권력 재편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장동혁 지도부가 선거 승리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한동훈 중심의 판짜기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지도부는 지금 매우 불편한 선택지들을 마주한다. 복당을 허용하면 주도권이 약해질 수 있고, 무공천을 택하면 공당의 형식 권위를 잃을 수 있으며, 공천을 강행하면 3자 구도로 인한 패배와 보수 분열의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 어느 선택도 깔끔하지 않다. 그래서 이번 선거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모습은 결단의 정치보다 망설임의 정치에 더 가깝다. 이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한동훈에게는 오히려 공간이 넓어진다.

부산 북갑 보선은 아직 절차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선거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드러냈다. 복당론은 포용처럼 보이지만 통제의 언어이고, 무공천론은 양보처럼 보이지만 효용 계산의 언어이며, 공천 강행은 원칙처럼 보이지만 권력 방어의 언어다. 부산 북갑은 이제 보수의 다음 얼굴과 국민의힘의 다음 질서를 가늠하는 정치적 실험장이 됐다. 선거가 실제로 열리든, 막판 변수로 흔들리든, 이미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주도권 경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경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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