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산업생산이 시장 예상을 깨고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향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 통계청은 15일(현지시간) 유로화를 사용하는 21개국의 2026년 2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1% 감소를 뒤집는 ‘깜짝 반등’이다.
유로존 산업생산은 지난해 12월(-0.6%)과 올해 1월(-0.8%) 두 달 연속 감소한 뒤 2월 들어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여전히 0.6% 줄어 완전한 회복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품목별로 보면 비내구 소비재 생산이 2.6% 증가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고, 자본재(1.0%)와 중간재(0.5%)도 증가했다. 반면 에너지 생산은 2.1%, 내구 소비재는 1.3% 감소해 산업 내 온도차가 뚜렷했다. 이번 반등은 주로 비내구재와 자본재 생산 확대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별로는 주요 경제국의 부진이 이어졌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의 생산은 모두 감소했으며, 상위 5개 경제권 가운데 이탈리아만 증가세를 나타냈다. 유로존 제조업은 2025년 말 독일의 재정 부양책과 경기 심리 개선에 힘입어 안정 흐름을 보였지만, 본격적인 회복 국면 진입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문제는 3월 이후다.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산업 구조상 이러한 충격은 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금융기관인 ING는 “2026년 초 흐름은 고무적이지 않다”며 “인프라 및 국방 투자 확대 기대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쟁이 회복 기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간 내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에너지 충격은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 전반에 구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유로존의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1.1%로 하향 조정하며, 전쟁 장기화 시 ‘대규모 에너지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한 Ifo 연구소는 이번 중동 사태가 자동차, 화학, 제약, 기계 등 에너지 집약 산업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유로존 경제는 단기적으로는 예상 밖 반등에 성공했지만, 중동발 에너지 리스크라는 구조적 변수 앞에서 회복 모멘텀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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