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한 번만 심어두면 서리가 내릴 때까지 매주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이 있다. 보통 텃밭 작물은 한두 차례 수확하면 끝나지만, 오늘 소개하는 작물들은 같은 자리에서 반복해서 거둘 수 있고 병충해 걱정도 거의 없어 텃밭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충분히 키울 수 있다. 지금 당장 텃밭에 심어야 할 작물 8가지를 소개한다.
대구 동구 미대동 논골농원에서 팔공산 미나리를 세척하고 있다. / 뉴스1
1. 평생 심는 작물, 부추
오늘 소개하는 8가지 작물 중 단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부추를 가장 먼저 권하고 싶다. 여러해살이 작물 중에서도 부추는 한 자리에서 10년 이상 재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작물과 차원이 다르다. 추위와 더위 모두 잘 견디고 병충해도 거의 없다.
울산시 북구 상안동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농민들이 산전부추를 수확하느라 바쁜 손길을 놀리고 있다. / 뉴스1
4월에 씨앗이나 모종으로 심어두면 그해 여름부터 수확을 시작할 수 있다. 수확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가위로 지면에서 3~4cm 높이를 남기고 잘라주면 된다. 너무 바짝 자르면 다음 수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반대로 너무 높이 남기면 억센 줄기가 남아 식감이 나빠진다. 잘라낸 자리에서 새 잎이 올라오는 데 보통 2~3주면 충분하다. 웃거름은 수확하고 난 직후에 한 번씩 뿌려주면 다음 수확까지 생장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한겨울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계절에 수확이 가능하고, 이듬해부터는 봄부터 가을까지 끊임없이 거둘 수 있다. 텃밭 한 귀퉁이에 자리만 마련해두면 마트에서 부추를 살 일이 사라진다.
2. 여름 내내 강한 잎채소, 깻잎
잎채소를 심을 때 상추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추는 추위에 강한 만큼 더위에 약해서 6월 전후로 추대가 올라오면 잎이 쓴맛을 내며 수확이 사실상 끝난다. 여름 내내 잎채소를 텃밭에서 뜯어 먹으려면 깻잎이 답이다.
경남 밀양시 산외면 노지에서 노부부가 깻잎을 수확하고 있다. / 뉴스1
깻잎은 더위에 강해서 기온이 오를수록 오히려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4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씨앗을 흙 위에 얇게 뿌리고 0.5cm 이하로 살짝 덮어주면 발아까지 1~2주 걸린다. 발아 후 솎아주면서 포기 간격을 20cm 이상 확보해야 잎이 크고 두껍게 자란다. 간격이 좁으면 잎이 얇고 작게 자라서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다. 이후 잎이 손바닥만 해지면 아래쪽부터 차례로 따주는데, 줄기 끝에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바로 잘라줘야 잎 수확이 계속 이어진다. 꽃대를 방치하면 잎이 작아지고 질겨지면서 수확이 끝나버린다.
단, 씨앗을 구입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품종이다. 깻잎용은 '잎들깨', 기름용은 '종실용 들깨'로 나뉘는데, 씨앗 봉투에 잎들깨라고 표기된 것을 사야 한다. 종실용을 심으면 잎이 작고 억세서 먹기 어렵다.
3. 딸수록 계속 달리는 고추
고추는 4월 말에 모종을 심으면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계속 열매를 맺는 작물이다. 열매를 따낼수록 새로운 꽃이 피고 다시 열매가 달리는 구조여서, 관리만 제대로 하면 한 그루에서 수십 번 수확이 가능하다.
경남 거창군 위천면 무월마을 앞 고추밭에서 한 농민이 올여름 무더위를 이기고 빨갛게 잘 익은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 뉴스1
모종을 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첫 번째 꽃 제거다. 모종을 심자마자 달려 있는 꽃을 따줘야 뿌리가 땅에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 꽃을 그대로 두면 뿌리가 채 내리기도 전에 열매를 맺으려 해서 이후 생장이 더뎌진다. 뿌리가 안정되고 나면 Y자 모양으로 줄기가 갈라지는 첫 번째 분지점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곁순을 모두 제거해준다. 이 곁순을 방치하면 줄기가 무한정 늘어나 통풍이 나빠지고 탄저병이나 역병이 생기기 쉽다. 장마철에 고추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이유가 대부분 여기서 비롯된다. 모종을 구입할 때는 탄저병과 역병에 강한 내병성 품종을 고르는 것이 좋고, 줄기가 굵고 마디 간격이 짧은 것을 선택해야 이후 열매를 많이 맺는다.
4. 잎과 열매 두 가지 모두 거두는 호박
호박을 텃밭에 심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이 덩굴이다. 조선 애호박처럼 줄기가 3~4m씩 뻗는 품종은 작은 텃밭에서 키우기 어렵다. 하지만 마디호박처럼 덩굴이 1m 이내로 짧은 품종도 있고, 덩굴이 아예 없는 무덩굴 품종도 따로 있어서 텃밭 크기에 맞춰 고를 수 있다.
전북 완주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험 재배지에서 직원들이 연구용으로 재배한 늙은 호박을 수확하고 있다. / 뉴스1
호박이 반복 수확 작물로 꼽히는 이유는 열매뿐 아니라 잎도 함께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박잎은 줄기에서 계속 새로 나오기 때문에, 바깥쪽 잎부터 차례로 따주면 서리가 내릴 때까지 계속 수확할 수 있다. 애호박 열매 역시 관리만 잘 하면 장마 이후에도 계속 달린다. 호박은 줄기를 뻗으면서 지속적으로 꽃을 피우는 구조라서, 잎과 열매를 자주 수확할수록 통풍이 좋아지고 새 꽃이 더 잘 핀다. 반대로 수확을 미루면 묵은 잎이 쌓여 통풍이 막히고 흰가루병이 생기기 시작한다. 4월 말 이전에 씨앗으로 파종해두면 잎과 열매 두 가지를 가을 내내 거둘 수 있다.
5. 이른 봄 새순이 가장 빠른 미나리
미나리는 이름에서 왠지 추위에 약할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는 추위에 강한 편이다. 여러해살이 작물이어서 한 번 심어두면 매년 같은 자리에서 수확할 수 있고, 이른 봄 텃밭에서 새순을 가장 빠르게 올리는 작물 중 하나다.
대구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 수성스타일농원에서 봄기운을 가득 머금은 미나리를 수확해 손질하고 있다. / 뉴스1
미나리는 물기를 좋아하는 특성이 있어서 텃밭 한쪽에 물이 잘 고이는 낮은 자리를 골라 심는 것이 좋다. 별도로 미나리 구역을 만들어 심어두면 관리가 훨씬 편해진다. 4월에 모종을 심으면 초여름부터 첫 수확이 가능하고, 장마가 끝난 뒤에는 빗물을 흡수하며 급격히 성장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수확해줘야 웃자람 없이 잘 자란다. 수확할 때는 밑둥에서 5cm 이상 남기고 잘라야 다음 수확까지 빠르게 올라온다. 너무 바짝 자르면 재생 속도가 크게 느려진다.
6. 필요할 때마다 뽑아 쓰는 대파
대파는 재배 기간이 길고 추위에도 강해서 월동까지 가능한 작물이다. 4월에 씨앗이나 모종으로 심으면 여름부터 수확을 시작해 겨울에도 일부 수확이 가능할 만큼 긴 기간 텃밭을 채운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서 농부들이 대파를 수확하고 있다. / 뉴스1
대파는 품종 선택에 따라 수확 방식이 달라진다. 일반 외대파는 뿌리째 뽑아 수확하는 방식이라 한 번 뽑으면 그 자리가 비지만, 요술대파처럼 자구를 형성해 번식하는 품종은 수확 후 뿌리 하나만 다시 꽂아두면 그 자리에서 새로 자란다. 쪽파처럼 포기가 나뉘면서 불어나는 구조라 한 번 심어두면 포기 수가 점점 늘어난다. 어떤 품종을 심든 대파는 한꺼번에 뽑아 수확하기보다 매주 필요한 만큼만 뽑아 쓰는 것이 오래 활용하는 방법이다. 4월에 심을 때는 넉넉하게 심어두는 것을 권한다. 요리할 때마다 조금씩 뽑다 보면 생각보다 금세 줄어든다.
7. 장마 이후 폭발적으로 자라는 공심채
공심채는 시금치나 상추처럼 생긴 잎채소로, 볶아 먹거나 데쳐 먹는 동남아 채소다. 국내에서도 텃밭에서 많이 키우는데, 더위에 강하고 추위에 약한 특성 때문에 여름철 잎채소가 귀한 시기에 텃밭을 채워주는 작물이다.
충남도 농업기술원 내 포장에 식재된 공심채. / 뉴스1
4월 중순 이후 씨앗을 직접 뿌려 키울 수 있다. 씨앗 껍질이 단단한 편이라 파종 전날 물에 하루 정도 불려두면 발아 속도가 빨라진다. 싹이 올라와 줄기가 한 뼘 이상 자랐을 때 수확 방법이 중요하다. 뿌리째 뽑거나 밑둥을 자르면 그 자리에서 다시 자라지 않는다. 아래쪽 잎 다섯 장 이상을 반드시 남겨두고 위쪽 줄기만 잘라내야 남은 잎과 줄기 사이에서 곁순이 돋아나 수확이 계속 이어진다. 이 방법으로 수확하면 한 자리에서 가을까지 반복해서 거둘 수 있다. 장마 기간에는 성장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기 때문에 거의 매주 수확해야 할 만큼 왕성하게 자란다.
8. 곁가지에서 계속 달리는 가지
가지는 4월 말에 모종을 심으면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계속 열매가 달리는 작물이다. 한 번 열매를 따내면 그 자리 바로 옆 곁가지에서 새 꽃이 피고 다시 열매를 맺는 구조여서, 관리만 잘 하면 가을까지 수확이 끊기지 않는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 묵곡마을에서 한 농민이 탐스럽게 열린 보랏빛 가지를 수확하고 있다. / 뉴스1
가지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초반 가지치기다. 모종을 심은 뒤 Y자로 갈라지는 첫 번째 분지점을 기준으로 주지 세 가지만 남기고 나머지 곁순은 모두 제거한다. 주지를 세 개로 유지하면 열매에 영양이 집중돼 크고 윤기 있는 가지를 꾸준히 수확할 수 있다. 주지가 4개 이상으로 늘어나면 열매 하나하나가 작아지고 수확 간격도 길어진다. 냉해에 약한 편이라 4월 말 이후에 심는 것이 안전하고, 모종을 고를 때는 줄기가 굵고 마디 간격이 짧은 것을 선택해야 이후 열매를 많이 맺는다.
4월이 가기 전에 심어야 하는 이유
이 8가지 작물의 공통점은 단 한 번의 파종이나 모종 정식으로 가을까지 반복 수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확할수록 더 잘 자라거나 곁순과 곁가지를 통해 계속 생장하는 구조여서, 관리만 꾸준히 하면 텃밭을 비울 이유가 없다.
작물마다 심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부추와 미나리는 4월 중순부터 심을 수 있고, 깻잎과 공심채는 씨앗 파종 타이밍을 4월 말 안으로 맞추는 것이 좋다. 고추와 가지는 냉해 피해를 피하려면 4월 말 이후 모종을 심는 것이 안전하다. 호박과 대파는 씨앗과 모종 모두 4월 말 안에 심어두면 여름 전에 첫 수확까지 가능하다.
텃밭을 얼마나 알차게 활용하느냐는 결국 무엇을 언제 심느냐에서 결정된다. 4월이 가기 전에 이 8가지를 심어두면 가을까지 텃밭이 쉬는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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