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지고 유튜버·재취업 뜨고…불황·AI가 낳은 '인생 2막' 新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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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지고 유튜버·재취업 뜨고…불황·AI가 낳은 '인생 2막' 新풍속도

르데스크 2026-04-15 18:01: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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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직장인들의 퇴직 이후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퇴직금을 이용한 자영업 진출 비중이 높았던 과거와는 달리 재취업, 무자본 창업 등 수입이 적더라도 퇴직금을 고스란히 보전하는 방식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황으로 인한 내수경기 침체, AI 기술 발전에 따른 빨라진 퇴직 시기 등이 이유로 지목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퇴직 시기는 점차 빨라지는 데 반해 평균 수명은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장년층의 노후 전략은 더욱 복잡·다변화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제는 한물 간 '퇴직➞자영업' 공식…불황·고령화에 '퇴직금 사수' 올인

 

고용노동부의 '고령자 고용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5~64세 고용률은 전년(69.9%) 대비 0.6%p 상승한 70.5%를 기록했다. 해당 연령대의 고용률이 70%를 돌파한 것은 2007년 60%를 넘어선 이후 20년 만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3년 이후 최고치로 10명 중 7명이 일터에서 활동 중이라는 의미다. 또한 2024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용률도 38.2%나 됐다. 일본(25.6%)을 비롯한 OECD(13.78%)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 결과 지난해 고령자 경제활동 참가율(취업자와 구직자 합계)도 7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 퇴직금을 자영업 자금으로 활용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재취업이나 무자본 창업을 통해 노후 자금을 최대한 보전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중장년 구직자들. [사진=연합뉴스]

 

통상 55세 이상은 공공·민간 영역의 정년퇴직 이후의 시기와 맞물린다. 현행법 상 민간 기업의 법정 정년은 만 60세로 정해져 있으며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만 60세 생일이 도달하는 날을 퇴직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법에 따라 공무원 정년도 만 60세로 규정돼 있다. 다만 실제 퇴직 시점은 만 60세 보다 훨씬 빠르다. 국가데이터처 '2025 고령자 부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9세다. 주기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대기업이나 시중 금융사의 경우엔 임원 승진에 실패할 경우 50세 전·후로 퇴직하는 게 보편화 돼 있다.

 

결국 55세 이상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퇴직 후 재취업에 나선 이들이 '역대급' 수준이라는 의미다. '퇴직 후 자영업' 패턴이 공식처럼 받아들여지던 과거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앞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발표한 '중고령자의 주된 일자리 은퇴 후 경제활동 변화와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을 받던 근로자가 퇴직 후 자영업자로 전환한 경우는 2014년 9.9%에서 2022년 7.4%로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미취업과 재취업 비중은 과거에 비해 소폭 늘었다. 특히 서비스직 재취업 증가세(12%➞17%)가 두드러졌다.

 

자영업 외면의 결정적 이유는 막대한 초기 자본 대비 적은 수입, 폐업 가능성 등이 지목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자영업 창업비용은 1억400만~1억5900만원 수준이다. 반면 연평균 영업이익은 2500만 수준으로 직전 해 대비 600만원(약 20%) 가량 감소했다. 1억원을 넘게 쏟아 붓고도 월 208만원 밖에 못 버는 셈이다. 그 해 월 최저임금이 201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초기 투자금을 쓰나 안 쓰나 똑같이 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퇴직 후 자영업 대신 재취업이 공식이 돼버린 이유다.

 

▲ 투자 대비 낮은 기대 수익과 경영 불안정성 탓에 퇴직 후 자영업 대신 안정적인 재취업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인근 상점가. [사진=연합뉴스]

 

한 대기업 계열사에 22년 가량 재직 후 최근 중소기업 관리직으로 재취업 했다는 박상훈 씨(57·남·가명)는 "작년에 희망퇴직 신청 후 회사를 나오면서 5억원 가량이 생겨 카페 창업을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재취업으로 노선을 바꿨다"며 "요즘 자영업 위기다 뭐다 한창 난리인데 지금 퇴직금을 써버리면 그 땐 정말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최소 20년 이상은 더 살아야 할텐데 일할 수 있을 때까진 최대한 월급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그 이후에 퇴직금으로 버틸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시니어 유튜버부터 개인 프리랜서까지…옛날 30·40과 흡사한 요즘 50·60

 

재취업과 더불어 유튜버, 온라인 위탁판매 등 무자본 혹은 적은 자본이 투입되는 '1인 창업'도 중·장년 퇴직자들의 생계 활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2000년대 한창 사회생활을 했던 지금의 50~60대는 과거와 달리 디지털 기기 활용이 비교적 익숙한데다 이해도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튜브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나라 50대와 60대의 이용률은 다른 세대나 외국의 같은 세대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연령대 별 유튜브 뉴스 이용률은 20대 44%, 30대 32%, 40대 48%, 50대 61%, 60대 이상은 53% 등이었다. 한국의 50대와 60대는 조사 대상국(48개국) 평균인 31%, 26% 등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유튜브 활용이 그만큼 익숙하다는 의미다.

 

유튜브 환경 역시 중·장년층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근 들어 자극적인 내용의 콘텐츠 대신 전문성과 진솔함을 주무기로 내건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오랜 기간 한 분야에 재직하며 쌓은 노하우와 전문성을 갖춘 중·장년층이 상대적으로 이러한 콘텐츠 제작에 유리하다는 게 콘텐츠 분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성공 사례도 여럿 존재한다. 일례로 1933년생인 이용만 전 재무부장관은 지난해부터 개인 채널을 개설하고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데 영상 조회수가 회 당 수십만건에 달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45년생인 배우 선우용녀 역시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데 10일 기준 구독자 수는 46만명이 훌쩍 넘는다. 영상 조회수 역시 회 당 수십만건을 기록 중이다.


▲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50·60 세대가 늘어나면서 유튜브, 온라인 위탁판매 등 '1인 창업'도 중·장년 퇴직자들의 새로운 생계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화면에 유튜브 로고가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EPA]

 

전문 기술 프리랜서로 나서기 위해 자격증을 따는 중·장년층들도 늘고 있다. 최근 소비자와 프리랜서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이 여럿 등장하면서 별도의 홍보·마케팅 없이도 일을 구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격증 획득 시 꼭 프리랜서로 활동하지 않아도 재취업에 유리하다 보니 중·장년층의 자격증 도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가기술자격 검정형 필기시험 및 과정평가형 자격의 응시자는 총 231만7887명으로 전년 대비 10.7%(22만3169명) 증가했다. 이 중 자격 취득자는 75만499명으로 전년 대비 1.5%(1만1401명) 늘었다. 자격 응시자는 전 연령대에서 전부 증가했는데 특히 50대 이상 수험자의 증가세(22.2%)가 두드러졌다.

 

한 중견기업에서 34년 재직 후 올해 초 퇴직한 김진석 씨(61·남·가명)는 "정년퇴직 시기 이후를 생각해 몇 해전부터 굴삭기운전기능사, 지게차운전기능사, 전기기능사, 노인요양보호사 등의 자격증을 하나하나 땄는데 지금은 용돈벌이용으로 쏠쏠하게 쓰고 있다"며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 구인 플랫폼에 가면 우리 같은 시니어 아르바이트를 많이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자격증 보유자를 찾고 있어 미리 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르바이트로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중·장년 세대는 청년세대 못지않은 신체나이를 갖춘 데다 조직 경험도 풍부하고 현실에 대한 이해도도 높기 때문에 퇴직 이후의 삶 역시 과거와는 크게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사회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신체적 나이가 높아지면서 은퇴 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생활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며 "여기에 자녀들의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하는 기간도 과거보다 훨씬 늘어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장년층은 조직 경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오랜 실무를 통해 다져진 위기 대처 능력이 탁월해 기업 입장에서도 인력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인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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