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의료급여 재정이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예산이 남았다가 이듬해 부족해지는 비대칭 구조가 반복되는 가운데, 부족분을 다음 해 재원으로 메우는 ‘돌려막기’ 방식까지 이어지며 재정 운용의 예측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급자 증가 속도까지 예상치를 웃돌면서 하반기 재정 공백 가능성도 거론된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급여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9조8399억원에서 10조1228억원으로 2828억원 늘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약 1조2000억원이 불용 처리된 뒤 곧바로 약 2200억원의 미지급금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단순 증액만으로는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불일치는 회계 시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 기준으로 집행되지 못한 예산은 불용으로 남지만, 이후 진료비 정산 과정에서 뒤늦게 반영되는 비용이 다음 해 미지급금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상 잉여와 실제 부족이 동시에 발생하는 왜곡된 재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추경 전체 규모는 3461억원으로, 이 가운데 81.7%에 해당하는 2828억원이 의료급여에 집중됐다. 고유가·고물가 대응을 위한 민생 예산 비중이 10% 안팎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재정 보강의 상당 부분이 의료급여에 투입된 셈이다. 기존 재정 틀로는 지출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지출 압박은 올해 들어 더 빨라지는 분위기다. 연초 기준 의료급여 수급자는 예산 편성 당시 반영된 증가 흐름을 웃도는 속도로 확대, 일부 지출은 상반기부터 조기 집행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공무원 직권 신청을 통한 의료급여 지급은 2024년 256건에서 지난해 6월 기준 136건으로, 상반기만으로도 전년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와 직권 신청 확대 등 제도 변화가 일정 시기에 맞물리면서, 수급자 유입이 특정 시점에 집중. 지출 발생 시점도 함께 앞당겨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전년도 미지급분이 올해 예산에서 우선 반영되면서 실제 가용 재원이 줄어든 점까지 겹쳐, 상반기 조기 집행과 맞물린 재정 소진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변동성은 제도 설계와도 맞물려 있다. 의료급여는 이용량에 따라 지출이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로, 총지출을 사전에 통제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는다. 수가와 본인부담률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이용 건수와 진료량이 늘어날 경우 지출이 자동으로 확대. 예산 총량을 사전에 관리하기 어려운 구조로 볼 수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과정에서의 정책 변화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비급여의 급여화가 확대되며 진료 단가와 이용량이 동시에 증가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관리 체계는 충분히 정교화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급여 전환 이후 이용량 증가를 사전에 통제할 장치가 제한적이어서, 지출 확대 속도가 관리 체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재정 누수 요인 역시 누적되고 있다. 최근 11년간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은 40조원을 넘어섰고, 비급여 진료 확대에 따른 ‘풍선효과’까지 겹치면서 재원 배분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한정된 재원이 필수의료나 취약계층 지원보다 이용량이 많은 영역으로 쏠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재정 보강과 함께 제도 개선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수급자 증가와 진료비 상승 등 정책 변화로 확대된 수요를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예산 추계 정교화도 추진 과제로 제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 제도 변화가 맞물리며 발생한 재정–지출 간 괴리를 줄이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추경 투입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재정 변동성을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출이 발생한 이후 이를 보정하는 사후 대응 중심의 구조가 유지되는 한, 총지출 증가를 사전에 관리할 수 있는 장치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의료급여 재정 문제의 해법으로 ‘사전 관리’ 강화를 공통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본인부담이 낮은 구조에서는 의료 이용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기 어렵다”며 “필수 의료 보장은 유지하되, 필요성이 낮은 진료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해 이용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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