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를 비롯한 축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이른바 ‘미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급 감소와 비용 상승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식용 닭인 육계의 유통가격은 ㎏당 255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6% 오른 수준으로, 불과 4개월 전인 지난해 12월과 비교해도 약 30%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오리고기 가격 역시 크게 올랐다. 3월 기준 오리 산지가격은 3.5㎏ 기준 1만2614원으로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 계란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이 같은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겨울철 확산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어진 AI 확산으로 대규모 살처분이 진행되면서 공급 자체가 크게 줄었다. 해당 기간 살처분된 육계와 육용 종계는 총 80만6000마리에 달한다. 특히 육용 종계의 경우 약 44만 마리가 살처분되며 전년 대비 3.7배 증가해 향후 생산 기반에도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닭과 오리뿐만 아니라 산란계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 약 1121만 마리가 살처분되며 전체 사육 규모의 14% 수준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 역시 약 112만 마리가 살처분되며 사육 마릿수의 16%가 감소했다. 이처럼 생산 기반이 흔들리면서 축산물 가격 상승 압력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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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한우 도매가격은 ㎏당 2만1762원으로 전년 대비 20.7% 올랐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 감소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2023년 이후 암소 사육 마릿수가 줄어들면서 도축 물량이 감소했고, 한우는 사육부터 출하까지 수년이 걸리는 특성상 가격 안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제 정세 불안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출렁이면서 사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축산업은 사료 곡물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상승과 곡물 가격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사료비가 오르면 생산비가 증가하고, 이는 곧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문제는 이러한 상승세가 단순히 축산물 가격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외식업계 전반으로 부담이 확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치킨 가격이다. 닭고기 가격 상승에 더해 식용유 가격까지 오르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포장재 가격까지 불안정한 상황이다. 국제 유가 상승은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봉지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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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소비자 체감 물가는 더욱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배달비까지 포함할 경우 ‘치킨 한 마리 3만원 시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식 물가가 오르면 가계 부담이 커지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 확대와 할인 지원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급 기반 회복과 생산비 안정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트플레이션 현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가축 전염병 대응 체계 강화와 함께 사료 수급 구조 개선, 축산업 생산성 향상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가격 억제 정책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유사한 가격 급등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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