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펫보험 시장이 최근 수년 간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업계에서 느끼는 실제 성장 체감도는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률은 여전히 2% 안팎에 머물며 '알맹이 없는 성장'이라는 평가다.
15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펫보험 시장은 최근 5년 간 연평균 약 5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전체 반려동물 대비 보험 가입률은 약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시장 성장률만 보면 빠르게 커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가입자는 극히 제한적"이라며 "아직은 시장 형성 초기 단계에 가깝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이미 60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가구의 약 26%를 차지한다. 그러나 보험 가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동물등록제 미흡'이 꼽힌다. 등록되지 않은 반려동물이 많아 전체 모수와 위험 데이터를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보험상품 설계 자체가 보수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모수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손해율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가입 저조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라고 지적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핵심 장애물이다. 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커 보험금 지급 예측이 어렵고, 이는 곧 보험료 상승으로 연결된다. 실제 일부 반려동물 치료비는 수백만 원에 달하지만, 사전 예측이 어려워 보험 설계 리스크가 큰 구조다.
펫보험 업계 점유율 1위인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펫보험은 사람으로 치면 건강보험인데, 아직 가입자가 거의 없다"며 "몇 백만 원 치료비가 나와도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체 반려동물 대비 가입률이 1%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인식도 장벽이다. 자동차보험과 달리 의무 가입이 아닌 선택재 성격이 강해, 실제 고액 치료를 경험하기 전까지 필요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있으면 좋은 상품'일뿐 '반드시 필요한 상품'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며 "경험 기반 소비가 강해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가입이 미뤄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펫보험 상품을 출시한 주요 손해보험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약 6~7개사 수준이다.
보험사들은 상품 다양화와 마케팅 확대를 이어 가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커지지 않으면서 경쟁 효과도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나 상품 경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인프라 문제"라며 "지금은 점유율 싸움보다 시장을 키우는 게 먼저인 단계"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정책 방향이 '치료비 보장' 중심 펫보험보다 '책임보험' 중심으로 먼저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개 물림 사고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로 인한 타인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펫보험보다 먼저 제도화될 가능성이 높은 건 책임보험"이라며 "반려동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부분에 대한 관리가 우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펫보험 시장은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동물등록제 미비 △진료비 표준 부재 △소비자 인식 부족이라는 3중 장애물에 막혀 있다.
업계에서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동물 등록 의무화, 진료비 표준화, 책임보험 도입 등 제도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상품 경쟁 단계가 아니라 시장 기반을 만드는 단계"라며 "제도가 갖춰져야 가입률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연호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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