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대하는 법의 잣대…한국은 물건 취급, 외국은 생명체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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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대하는 법의 잣대…한국은 물건 취급, 외국은 생명체 대접

르데스크 2026-04-15 16:49: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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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처벌 수위와 재발 방지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법원 양형기준이 새롭게 제정됐지만 해외의 강한 처벌사례와는 여전히 대비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추진을 언급하고 나서 여론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동물학대는 반사회성"…끔찍한 한국의 동물학대 사건, 만약 미국이었다면?

 

지난달 뉴저지주 법원(Cape May County Superior Court)은 한 놀이공원에서 딸의 감자튀김을 훔쳐 먹으려는 갈매기를 잔인하게 살해한 남성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동물권리옹호단체(IDA)의 수석활동가 돌 스탠리는 "수사 당국이 가해자의 가정폭력성향과 동물학대 간 연관성을 인지했으면서도 형량을 너무 가볍게 선고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놀이공원에 있는) 아이들 앞에서 대낮에 자행된 잔혹한 고문행위로부터 사회구성원을 보호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동물학대를 개인의 반사회성과 동일하게 인식해 '중범죄(felony)'로 격상시켜 관리하고 있다. FBI는 동물학대를 살인, 강도 등와 같은 'A그룹 중범죄'로 분류하고 그 통계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 역시 마찬가지다. 2007년 NFL(National Football League) 최고의 스타였던 마이클 빅은 투견 도박장을 운영하고 패배한 개들을 잔인하게 도살한 사실이 드러나 결국 법정에 섰다. 당시 재판부는 그에게 13억의 벌금과 21개월의 징역 및 NFL 무기한 출장 정지를 명했다.

 

▲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 전경. [사진=연합뉴스]

 

또 2013년 메사추세츠주에서 발생한 동물학대 사건의 가해자는 징역 8~10년을, 2021년 네바다주에서 있었던 허스키 고문영상 사건의 가해자는 징역 28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미국은 단순히 처벌과 벌금에서 끝나지 않고 보호관찰과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집중적으로 감독하고 반사회성을 치료한 뒤 사회로 돌려보낸다는 취지다.

 

반면 한국의 분위기는 미국과 딴판이다. 국회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동물학대 신고 접수는 하루 평균 약 18건에 달하는데 이 중 기소율은 약 1%, 그 마저도 실형률은 1%에도 못 미친다. 형량 역시 솜방망이 수준에 가깝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 새로 양형기준을 설정했지만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대법원이 설정한 양형 기준은 동물을 죽인 경우 기본 4개월~1년, 잔혹한 수법 등 가중요소가 있을 경우 최대 징역 3년이다.

 

법원의 판단 역시 국민 정서와는 크게 괴리돼 있다. 지난해 10월 의정부지방법원은 약 4개월간 강아지 5마리와 고양이 6마리를 잔혹하게 죽인 20대 남성에게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만약 같은 사건이 미국 네바다주에 발생했다면 가중처벌법(Aggravated Cruelty)에 따라 최소 11년에서 최대 55년형을 받게 된다. 네바다주 법은 각 생명(마리)마다 독립된 범죄로 보고 형량을 합산하는 '연속 선고(Consecutive Sentencing)'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20대 청년 항소심 법원 앞에서 시위 중인 동물보호시민단체 회원들. [사진=연합뉴스]

 

앞서 포천에서도 다수의 고양이를 오물에 방치해 죽게 내버려둔 사건이 벌어졌는데 법원은 가해자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 역시 미국 네바다주였다면 '돌봄의 의무'를 저버린 방임(neglect) 혐의가 적용돼 중범죄로 다뤄진다. 일반적으로 징역 5~10년이 선고되며 재범 예방 차원의 평생동물사육금지령과 가해자의 반사회성 치유를 위한 정신과 치료 명령이 함께 부과된다.

 

반려동물도 누군가에겐 똑같은 가족인데…한국선 물건 취급, 해외는 생명체 대접

 

우리나라에선 동물학대 가해자는 입건되더라도 벌금을 내고 자신이 학대한 동물을 다시 데려가는 것이 허용된다. 우리 민법은 동물을 형체가 있는 '물건'이자 소유권의 대상인 '동산(動産)'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경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법에 명시돼 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동물의 부상이나 사망에 대한 배상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동물의 '교환 가치(입양비)'를 기준으로 배상액을 결정하지만 그 결정 논리는 사실상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 중고물건의 배상액 결정과 동일하다. 반면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는 해외 법원에서는 위자료 명목으로 교환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 자주 선고된다.

 

▲ 2021년 7월 반려동물 관련 민법 개정안 브리핑을 듣고 있는 박범계 당시 법무부장관. [사진=연합뉴스]

 

심지어 스위스는 반려동물 배상 기준을 법전에 명시해 놨다. 반려동물이 갖는 특별한 정서적 가치를 위자료에서 청구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50만원에 입양한 반려동물의 배상액으로 1000만원이 넘게 선고되는 사례도 나온다. 반면 한국에서는 10년 넘게 기른 노견이 타인에 의해 죽었을 때 그 시장가치가 0원이라면 배상액은 동일한 품종의 새끼 강아지 한 마리를 살 수 있는 가격이 나올 확률이 높은 편이다. 반려동물의 치료비가 시장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수준인 교환가치 혹은 최대 2~3배 정도 금액으로 조율되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5년 전 법무부를 중심으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조항의 입법 논의가 시작됐으나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다만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15일, 지난해 있었던 강아지 비비탄 난사 사건을 언급하며 "동물의 비물건화 민법 개정을 국민적 합의를 거쳐 다시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한 만큼 입법 작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강아지 비비탄 난사 사건은 지난해 경남 거제의 피의자들이 식당에 있던 반려견 4마리에게 약 1시간 동안 비비탄 수백 발을 난사한 사안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동물이 물건이라는 인식 때문에 법원에서 형량을 높이 선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는데 동물의 비물건화가 법에 규정돼 사회의 인식이 바뀐다면 법원에도 점차 높은 형을 선고하게 될 것이다"면서도 "강한 형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해자가 같은 학대 행위를 반복할 수 없도록 동물사육금지명령을 함께 부과해 재범을 막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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