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플랫폼 ‘실손24’가 외연 확장에 나섰다. 보험사 앱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으로 접점을 넓히고, 실손보험 외 다른 보험 조회 기능까지 붙이면서 이용 편의성 강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서비스 확대 속도와 달리, 정작 현장 확산은 기대를 밑돌고 있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실손24와 연계가 완료된 요양기관은 총 2만9849곳으로, 전체 대비 연계율은 28.4%에 그쳤다.
상급종합병원·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이 포함된 1단계 연계율은 56.1%였지만, 실제 청구 수요가 몰리는 의원·약국 중심의 2단계 연계율은 26.2%에 머물렀다. 누적 청구 건수 역시 180만건 수준으로, 전체 실손보험 계약 건수 3915만건과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지난 2023년 10월 보험업법 개정으로 법적 기반을 마련한 뒤, 2024년 10월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를 시작으로 시행됐다. 이어 2025년 10월부터는 의원과 약국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제도적 틀은 갖춰졌지만, 현장에서는 법 시행과 실제 이용 확산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MR, 왜 실손24 확산의 발목을 잡나
겉으로는 앱이 늘고 여러 기능이 붙고 있지만, 실손24가 실제 생활 속 서비스로 자리 잡으려면 넘어야 할 문턱이 남아 있다. 업계가 지목하는 핵심 변수는 EMR, 즉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이다.
실손 청구 전산화는 병원에서 생성된 진료 서류가 전산 시스템을 통해 보험사로 전달돼야 작동하는 구조다. 아무리 보험사 앱이나 플랫폼 앱이 잘 갖춰져 있어도, 정작 병원 쪽 시스템이 연결돼 있지 않으면 청구는 출발조차 어렵다. 결국 소비자가 체감하는 편의도 의료기관 전산망 연계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EMR 업체와 요양기관의 더딘 참여를 실손24 확산의 핵심 병목으로 꼽는다. 병·의원이 사용하는 시스템마다 구조가 다르고, 연동 과정에서 추가 작업이 필요한 데다, 중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기술적 부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일부 치과처럼 실손 청구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거나 별도 시스템 도입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은 곳에서는 참여 유인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해 앱 확대와 함께 현장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보험개발원이 요양기관의 기술 연계 작업을 직접 지원하고, 참여 기관에는 소개 문구 게시나 청구 건수 노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SSL 인증서 발급이나 고정 IP 설정 등 중소 의료기관이 부담을 느끼는 기술 절차도 일부 완화하거나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결국 실손24의 성패는 청구 앱이 몇 개 더 늘어나느냐보다, 실제 청구가 이뤄지는 병·의원과 약국을 얼마나 빠르게 전산망 안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앱으로 청구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방문한 병원과 약국이 실제로 연결돼 있는지 여부”라며 “실손24가 일상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으려면 앱 확장보다 EMR 연동과 의료기관 참여 확대가 먼저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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