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쇼크 2.0…"중국산 첨단 제품, 세계 제조업 덮친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차이나쇼크 2.0…"중국산 첨단 제품, 세계 제조업 덮친다"

연합뉴스 2026-04-15 14:52:43 신고

3줄요약

FT 진단…과거 저가 소비재로 세계시장 공략

이젠 전기차·로봇 등 첨단 제품 물량 공세

서구 제조업 위기 직면

과잉생산·제살깎아먹기 경쟁 등도 문제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자료사진]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자료사진]

[신화=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좋은 품질, 믿을 수 없는 가격, 물량 공세.

지금 세계 시장을 장악한 중국산 제품의 본질을 요약하는 키워드다. 중국산은 2000년대 초반엔 저가 소비재의 대명사였지만 이제 위상이 달라졌다. 전기차(EV), 재생에너지, 배터리,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 분야의 주요 부품과 완제품 시장을 장악하며 서구 제조업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평가다.

반감도 치솟는다. 중국 제조사들이 과잉 생산, 제살깎아먹기 경쟁, 과도한 공적 자금 조달 등 행태를 일삼아 부실화 위험이 크고 결국 세계 경제의 근간까지 위협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FT는 14일(현지시간) '차이나 쇼크 2.0: 세계를 바꿀 하이테크 제품의 홍수'란 제목의 기사에서 글로벌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중국 제조업의 현황을 진단했다.

FT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소재 '메가-센웨이 전자기술'(MSET)의 센서는 하이테크 중국산의 대표적 사례다.

성인 남성 주먹의 절반 크기에 불과한 이 기기는 전기차 충전기에 탑재돼 충전 단계에서 새어 나오는 전류(누설 전류)를 감지해 과전류로 인한 화재나 기기 고장 등을 막는 역할을 한다.

MSET는 해당 센서의 출하량이 1천만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2019년 제품 출시 당시 판매량인 2만여개와 비교하면 무려 500배 급등한 수준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누설 전류 감지 센서는 독일과 스위스 등의 소수 기업이 독차지하던 '틈새시장'이었다. 당시 유럽산 센서의 단가는 개당 200위안(약 4만3천원)이 넘었는데, MSET는 이의 절반인 100위안에 제품을 내놔 시장 판도를 뒤집었다.

중국 공장에서 나오는 기판 중국 공장에서 나오는 기판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금지]

◇ "무한 경쟁이 수출 엔진"

그러나 누설 전류 센서 수요가 치솟자 다른 중국 업체들도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며 가격 인하 압박이 너무 세졌다. MSET는 이제 일부 판로에선 제품을 개당 10위안까지 낮춰 판다.

MSET의 황시안 대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가격 하락이 이 정도로까지 빨리 진행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중국산 하이테크 제품들은 자국 시장에서 엄청난 경쟁을 겪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에선 거대 제조업 기반, 풍부한 기술 인력, 중앙·지방 정부의 자금 지원 덕에 신제품이 '과잉 생산' 수준으로 쏟아진다. 이 때문에 기업은 이윤을 포기할 정도의 가격 출혈 경쟁을 거듭하다 해외 시장 수출이라는 최후의 탈출구를 찾게 된다.

FT는 중국에서 이런 상황과 관련해 '제살깎아먹기'(內卷)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초 이 단어는 사회학 용어였지만, 지금은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도 보상이나 이윤은 자꾸 줄어드는 악순환을 뜻하는 말이 됐다.

애지봇 상하이 공장 애지봇 상하이 공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MSET도 이런 흐름의 예외가 아니다.

이 회사는 최근 수년 동안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자 생산공장 인수와 공정 개선 등 조처에 안간힘을 쏟았다. 완제품 테스트 공정은 애초 직원 1명당 한 번에 1개를 검수했지만, 연구 끝에 8개를 단숨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꿨고 이어 산업용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데 이르렀다.

황 대표는 "1년에 생산 공정을 2∼3번씩 바꾼다. 압박이 너무 빠르게 와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무한 경쟁 속에 중국의 수출 공세는 계속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작년 상품 무역에서 1조달러(약 1천481조원)라는 사상 초유의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증가했다.

체리 자동차의 SUV [자료사진] 체리 자동차의 SUV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의 '차이나 쇼크 2.0'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전기차다.

예컨대 중국 체리 자동차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제이쿠7'은 2만9천파운드(약 5천700만원)부터 시작하는 파격적 가격을 앞세워 지난 달 영국에서 월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고품질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의 파상 공세는 유럽 대륙의 제조업에 있어 단순 경쟁 차원을 넘어선 생사와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받는 보조금 규모는 다른 선진국 경쟁사들보다 최소 3배에서 최대 9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조금의 형태는 직접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에 그치지 않는다. OECD는 가장 비중이 큰 지원 수단은 중국 국영은행을 통한 저금리 대출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차 중국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중국이란 증기롤러 속도 늦춰야""

이런 중국 제조업의 행태를 두고 대내외적으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들이 생산 원가를 밑도는 출혈 가격으로 제품을 팔고 공적 자금 지원으로 연명하고, 내수가 침체하면서 해외 시장에만 목을 매는 상황이 자칫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친환경 에너지 분야 등에서 발생하는 가격 전쟁을 막고자 '제살깎아먹기'식 경쟁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종전의 제조업 정책을 포기할 의향이 없다는 평가도 적잖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26-2030년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은 바이오, 로봇 등 여러 첨단 산업 분야에 국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대량의 정부 보조금이 다시 과잉 생산과 '가격 후려치기' 수출 경쟁을 촉발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역임한 델립 싱 PGIM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도부 최상층부에는 소비보다 생산을 우선시하는 이데올로기적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위안화 중국 위안화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은 위안화 저평가다.

중국은 최근 3년 동안 주요 무역 상대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실질적 환율을 하락시켜 중국 제품을 해외 시장에서 더 싸게 만들고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 폭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실질실효환율'(REER·실제 물품 구매력 기준의 환율)이 경쟁국 대비 16%가량 저평가된 상태라고 추산했다.

FT는 중국산과의 경쟁에 적응하고자 폭스바겐 등 유럽 제조사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격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중국의 저렴한 공급망과 R&D(연구개발) 인프라를 활용하는 비중을 늘린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제 싱크탱크인 브뤼겔의 제롬 제틀메이어 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산업이 금세 사라지는 비극을 막으려면 저 기세등등한 중국이란 증기롤러(Steamroller)를 멈추거나 최소한 그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 중국이 장기적으로 세계 제조업의 패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현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지배적 지위와 충돌하지 않는 방향으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ta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