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내고 말게요"…SNS서 시작된 도 넘은 '신상공개 린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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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내고 말게요"…SNS서 시작된 도 넘은 '신상공개 린치' 논란

르데스크 2026-04-15 14:46: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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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를 중심으로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과외 교사 사건을 둘러싸고 누리꾼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의 신상을 공개하고 추가 제보를 요구하는 등 여론이 직접 처벌에 나서는 양상이 확산되면서 사적 제재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적 제재의 형태는 다르지만 이러한 일이 반복될 경우 법치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과외교사를 했던 20대 대학생 A씨는 중학생 제자를 상대로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 B씨는 과외가 진행되던 방에서 홈캠이 꺼진 점을 이상하게 여겨 별도의 카메라를 설치했고, 그 과정에서 범행 장면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피해 학생이 먼저 호감을 보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를 시도한 정황도 전해졌다.

 

 

법원은 1심에서 초범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증거 영상이 있음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임에도 처벌 수위가 낮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건은 빠르게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 최근 SNS에서는 13세 제자를 성추행한 20대 과외 교사로 지목된 인물에 대한 신상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SNS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적 제재의 모습. [사진=SNS 갈무리]

 

 

 

이는 곧바로 SNS상에서 '사적 제재'로 이어졌다. 사건이 보도된 지 닷새 만인 14일, 스레드와 인스타그램 등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의 사진과 이름, 나이, 소속 대학 등 신상 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됐다. 게시글 작성자는 "범죄자에게 초상권은 필요 없다"며 법적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은 단기간에 수만 건의 반응을 얻으며 빠르게 퍼졌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들이 사실 확인 절차 없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게시물은 특정 대학 유튜브 영상까지 함께 공유하며 해당 인물을 지목했고, 출신지와 학교 등을 제보받는 방식으로 추가 정보가 확산되고 있었다. 그러나 공개된 인물이 실제 사건의 가해자인지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무관한 제3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단 이러한 사적 제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온 '배드파더스' 사이트는 관련 활동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며 운영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재개된 해당 사이트에는 여전히 개인의 이름과 사진, 거주지 등이 공개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의 신상을 폭로하는 계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현재는 운영이 중단된 해당 계정에는 대전 교사 사망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대전지역 학부모 가족의 얼굴 사진과 함께 이름, 전화번호, 주소, 직업, 사업장 등을 표시한 게시물 40여 건이 등록돼 있었다.

 

▲ 전문가들은 사실 관계 확인도 없이 무분별하게 신상 공개가 이뤄질 경우 이로 인한 2차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홈페이지의 모습. [사진=배드파더스 홈페이지 갈무리]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러한 사적 제재가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의 처벌은 법률에 근거해 공적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이 온라인을 통해 직접 '처벌'에 나서는 행위가 확산될 경우 공권력의 권위가 약화되고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공적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을 꼽는다. 2023년 영국 레가툼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 신뢰도는 167개국 중 155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국민들이 법원의 판결이 범죄의 무게에 비해 가볍다고 느끼면서 스스로 정의를 구현하려는 욕구가 SNS를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윤인섭 형사 전문 변호사는 "최근 SNS 등을 통한 범죄자 신상 공개와 이른바 '사적 제재' 확산은 국민적 분노와 공권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형사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개인이나 집단이 임의로 특정인을 지목해 신상을 공개하고 응징하는 방식은 사실관계 오인이나 과잉 제재의 위험이 크고 무고한 제3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의 형벌권은 적법절차와 무죄추정 원칙 아래 행사되어야 한다"며 "사적 제재가 일반화될 경우 법치주의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상은 공적 제재 시스템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비롯된 만큼 제도권 내에서 신속하고 실효적인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형사사법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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