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 사람이라면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거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인공지능보다 인간의 지능이 더 걱정됩니다."
세상이 온통 인공지능(AI) 발전과 그로 인해 다가올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며 호들갑을 떤다. 뉴욕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촌철살인의 아이콘인 프란 레보비츠의 서늘한 시선은 AI가 아닌 인간을 향해 있다.
미국 패션 잡지 <하퍼스 바자> 와 한 인터뷰에서 드러난 그의 통찰은 뼈아프다. 세상은 AI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까 두려워하지만 정작 우리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춘 채 세상이 그저 더 빨리 돌아가기만을 바라는 인간의 지적 나태함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갇혀 현재를 잃고 역사를 망각하며 가짜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모습 속에서 레보비츠 씨는 인류 지성의 퇴화를 읽어낸다. 하퍼스>
잃어버린 현재와 맥락 없는 역사
레보비츠의 눈에 비친 현대인은 지금 이 순간을 살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스마트폰이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지루함조차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작은 화면 속으로 도피하는 사람들. 그는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린다"며 그곳에 진짜 현재는 없다고 지적한다.
끊임없이 시간이 더 빨리 흐르기를 바란다. 더 많은 자극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보비츠는 "더 많은 것들이 결코 더 좋은 것들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일침을 가한다. 집중력은 짧아지고 그 짧은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으면 쉽게 지루해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역사를 잊었다는 점이다. 최고급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조차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고 심지어 '그땐 태어나지도 않았다'며 무지를 당당하게 여긴다. 레보비츠 씨는 "나도 남북전쟁 때 태어나진 않았지만 들어본 적은 있다"고 응수한다. 겪어보지 않은 1850년대의 퇴행적 시대에 맹목적인 향수를 느끼면서 정작 지난 20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회. 과거라는 맥락이 사라진 인간에게 굳건히 발을 디딜 현재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가짜 불안과 웰니스라는 탐욕
인간의 지능이 얕아진 자리는 기묘한 불안과 탐욕이 채운다. 사람들은 지구가 녹아내리고 물이 고갈되며 AI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막연하게 안고 살아간다.
거대한 불안 앞에서 현대인이 택한 도피처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극히 개인적인 웰니스다. 레보비츠 씨는 완벽한 수면과 올바른 호흡에 집착하는 현대의 웰니스 열풍을 탐욕이자 자기중심적인 태도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로 이미 충분한데도 끊임없이 스스로 상태가 완벽한지 묻는 청소년기적 강박은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하는 지성의 부재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들은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 등 국가 폭력과 같은 사회적 시스템 붕괴에 분노해야 할 에너지를 비행기 연착과 같은 개인적인 짜증에 똑같이 쏟아붓는다. 무엇에 진짜 스트레스를 받고 분노해야 하는지 그 경계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가장 인간적인 감정 복수와 독서의 구원
얕고 무감각해진 세상에서 인간의 지능과 감성을 일깨우는 것은 무엇일까. 레보비츠는 뜻밖에도 복수의 달콤함을 꺼내 든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고 비민주적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 통쾌하게 앙갚음하는 그 집요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야말로 AI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가장 날것의 인간성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좁아진 세계에서 인간을 구원할 유일한 탈출구로 그는 독서를 꼽는다. 스마트폰이 주는 수동적인 쾌락과 달리 스스로 활자를 읽어냄으로써 얻는 완벽한 자유. 레보비츠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두 발 자전거에서 손을 놓았을 때 느꼈던 그 아찔한 해방감을 독서에서 느낀다고 말한다.
"혼자 읽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당신이 어디에 있든 세상은 거대해집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세상을 집어삼킬 AI의 압도적인 연산·추론 능력이 아니다. 스스로 읽고 생각하는 법을 잊은 채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에서 납작하게 웅크린 우리의 모습이다. 진정 인간의 지능을 지켜내고 싶다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분노해야 할 것에 제대로 분노하며 활자 속 거대한 세상으로 기꺼이 뛰어들어야 할 때다.
*기사 인터뷰 원문은 하퍼스 바자 미국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웰니스(Wellness)=웰빙(well-being),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뜻한다.
여성경제신문 최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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