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硏 보고서 "아프리카 산유국, 지정학 리스크 분산해 현실적 선택지"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이란 전쟁으로 중동에 원유 공급을 의존하는 한국의 취약성이 재부각된 가운데 아프리카를 보완적 공급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국책연구원에서 나왔다.
15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발간한 이슈브리프 최신호(832호)에 따르면 김윤희 연구위원은 '미-이란 전쟁과 원유 수급 불안: 아프리카는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아프리카를 중동의 실질적인 대체 공급선으로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은 "한국은 오랜 기간 중동 산유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원유 조달 구조를 유지했으나 이런 구조가 지정학적 충격 발생 시 공급 차질 확대라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최근 중동의 불안정성은 원유 도입 비용 상승뿐 아니라 물량 확보 자체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2010년대 중반 전체 수입의 80%를 웃돌기도 했으나, 수입 다변화 노력에 힘입어 2020년대 초에는 일정 수준 낮아졌다가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대(對)러시아 제재로 다시 70%대로 올라섰다. 아프리카에서 원유 수입은 10% 이하에 그치고 있다.
그는 "중동 전쟁으로 아프리카산 원유는 공급선 다변화의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나이지리아, 리비아, 앙골라, 알제리 등 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을 한국에 대한 원유 공급원으로 주목했다.
김 위원은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산 원유는 경질·저유황유라는 특성으로 정제 효율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은 유종이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지 않는 해상 운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아프리카산 원유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2000∼2010년대에 걸쳐 한국은 중동 편중 구조를 완화하고 정유사의 원유 조달을 다변화하기 위해 아프리카산 원유 도입을 점진적으로 늘려왔다. 특히 한국 정유사들은 미국 셰일유 도입이 본격화 전에는 유럽과 미국 정유사들과 함께 서아프리카산 경질유를 활용해왔다고 김 위원은 소개했다.
다만 전체 수입구조에서 아프리카의 비중은 소규모에 머물렀고 중동을 대체하기보다는 위기 시 단기 보완재에 가까웠다는 것.
아울러 아프리카는 정치·안보 불안, 인프라 부족, 투자 제약, 주요 수입국 간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고 김 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일부 산유국에서는 내전, 시설 봉쇄, 송유관 파손 등으로 생산과 수출이 반복적으로 중단된 사례가 존재하며, 항만과 파이프라인 등 수출 인프라의 제약도 안정적 공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유럽, 인도 등 주요 수입국과 경쟁 환경 속에서 한국이 가격과 계약 조건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현실적인 제약으로 꼽혔다.
김 위원은 결론적으로 "아프리카를 중동의 완전한 대체 공급 지역으로 보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아프리카는 한국의 원유 수급에서 위험을 분산하는 보완적 공급 지역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아프리카는 단기적인 위기 대응과 중장기적인 수입 구조 개선을 연결하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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